무악

무악

[ 巫樂 ]

요약 일반적으로 ‘굿’이라고 하는 무속의식(巫俗儀式)에 쓰이는 음악.
무악기

무악기

무속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세계 각처에 이와 유사한 음악이 산재해 있다. 한국의 무악은 넓은 의미로는 무당의 굿음악, 판수독경소리, 걸립패와 초라니패의 고사소리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무당의 ‘굿’에 쓰이는 음악만을 가리킨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강을 중심으로 하여 중부 이남지방에서는 세습무(世襲巫)인 ‘단골무당’의 음악을 가리킨다. 그리고 중부 이북에서는 ‘강신무(降神巫)’의 음악을 가리킨다.

이 무악은 무가가 중심이 되며, 여기에 사설의 내용·선율(가락)·반주음악 등이 따른다. 그 밖에 무무(巫舞)의 반주음악 및 기타 의식의 반주음악도 무악에 포함된다. 이 무악의 성격은 굿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방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무가
무악은 사설과 가락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설은 굿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무당의 성격 및 신관(神觀)·우주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979년 10월까지 전국에 걸쳐 약 100여 종의 무가가 채집되었는데, 이에 대한 학자들간의 분류는 조금씩의 차이를 보인다. 즉 이보형(李輔亨)은 사설의 내용에 따라 청신무가(請神巫歌)·본풀이무가[本解巫歌:敍事巫歌]·놀이무가[遊歌]로 구분하였으며, 김태곤(金泰坤)은 문학적 양식에 따라 서사·서정·희곡·전술적(傳述的) 형식으로 구분하였다.

아무튼 이들 무가의 내용은 우주를 비롯한 지상만물의 근원으로부터 그 생성과정을 밝히고,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출생·질병퇴치·수명장수·내세의 영생 등을 신(보통 옥황상제나 十大王 또는 五方神將)에게 기원하고 있다. 이는 종교·역사 및 구비문학·고대문학 등을 연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음악적으로는 장절(章節)의 구분 없이 길게 이어지는 통절무가(通節巫歌)와, 장절의 구분이 있고 후렴이 붙기도 하는 장절무가(章節巫歌)로 구분된다. 전자는 《바리공주》 《구능본풀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고, 후자에는 《창부타령》 《노랫가락》 《제석풀이》 《염불요》 《서우제소리》 등이 해당된다.

다음은 무가의 가락에 관한 지방적 특징이다. 서울지방은 경토리가 주로 사용되고, 경기도 남부·충청남도 및 전라도는 육자배기목(시나위목), 동해안지방은 보통 염불조나 《정선아리랑》 등과 같은 선율형, 서도지방은 수심가목과 경토리가 섞인 선율형이다. 이 무가의 연출방법에는 장구 반주자나 또는 조무(助巫)가 무당의 무가에 만수받이식으로 응답창(應答唱)을 하거나, 무가가락에 구음(口音)으로 부르는 구음살풀이의 두 가지 형식이 있다.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전라도는 구음살풀이식이 많고, 기타 지방은 거의 응답창식이다.  

무악의 반주악기 및 장단
무악에는 타악기가 주로 쓰이나,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서울지방에서는 피리·해금·대금·장구·바라로, 경기도 남부에서는 피리·해금·대금·장구·징으로 편성된다. 일부 무무(巫舞)의 반주에는 꽹과리·징·장구를 쓰기도 한다. 충청도·전라도·경상도 남서지역에서는 피리·대금·해금·장구·징으로 편성된다. 동해안 일대에서는 꽹과리·장구·징이, 북한지방은 장구·징(또는 바라)에 가끔 꽹과리가 편성된다. 제주도는 장구·징 그리고 설쇠(놋盒을 체 안에 엎어놓고, 약 20cm가 되는 나일론 밧줄의 양 끝을 불에 태워서 만든 채로 쳐서 소리내는 악기) 등에, 경우에 따라 꽹과리가 편성된다.

무악의 장단은 경기도 북부에서는 굿거리·타령·당악(자진타령)·도드리·청배 등이 쓰인다.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 일부에서는 도살풀이·중모리 또는 엇중모리·반설움·부정놀이·삼공잡이 등이 쓰인다. 충청도 일부와 전라도에서는 살풀이·덩덕궁이·안진반·외장구·굿거리 등이 쓰이고, 강원도·경상도에서는 청보·제마수·도장·고삼·자삼·삼공잡이 등의 다양한 장단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3분박자가 많으나, 경기 남부와 강원도·경상도 일대에는 혼합박자로 된 매우 까다로운 장단형도 있다.

이 밖에 무악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원래 무악에서 파생되어 독립한 시나위라는 음악형식도 빼놓을 수 없다. 충청도·전라도 무악 중의 일부 무악의 선율을 가야금·피리·대금·해금·장구·북으로 편성한 합주음악일 것으로 유추하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