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병

공해병

[ 公害病 ]

요약 공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
먹이사슬에 의한 PCB농도

먹이사슬에 의한 PCB농도

의학용어보다는 사회과학적 개념에서 생긴 용어이다. 생산공장의 폐수, 대기오염을 비롯하여 농약에 의한 농산물·토지·수질 등의 오염, 격증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연탄가스나 그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그리고 식품생활의 변천과정에서 생기는 이른바 식품공해, 도시의 소음 등이 공해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히,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환경오염에 의한 공해병은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공해병이란 당장에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사회의 공해문제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인식의 부족이 더욱 큰 위험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공해병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기 쉬운 이유의 하나는, 그것이 일단 공해를 병인(病因)으로 하는 질환군(疾患群)이라고 하면서도 그 구체적 인정에는 여러 가지 곤란이 수반된다는 점에도 있다.

임상적으로 보아 대표적인 것은 소화기·호흡기 또는 피부를 통하여 체내에 섭취되는 오염물질로 인한 중독성 질환이며, 이 밖에 분진·방사성물질로 인한 직업병과의 관련이 중시된다. 증세는 원인이 되는 오염인자에 따라 다르며, 경과는 급성인 경우도 있고 만성인 경우도 있다. 오염인자가 장기에 걸쳐 작용한 결과 발생하는 만성경과인 공해병에서는 인과관계의 입증이 매우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공해의 다발지역으로 간주되는 지구(地區)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특정적인 환경오염인자에 의한 특정질병이 많이 생기는 지대로, 이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일본의 미나마타만(灣) 연안지대에서 발생한 이른바 ‘미나마타병’이라는 유기수은(有機水銀)에 의한 중독증이 대표적이다.

공장폐수가 바다로 흘러가서 먼저 해수를 오염시켰다가 그 해수 속에 서식하는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발생된 중독성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증세는 구심성시야협착(求心性視野狹窄)·운동 저하·보행장애·지각장애·난청·환각 등을 일으키고, 수은이 축적된 모친의 태아에서 발병하여 언어와 발육의 장애, 저작연하장애(咀嚼嚥下障礙) ·운동기능장애·뇌성소아마비 등이 나타나는 증세도 있다.

그리고 카드뮴의 만성중독에 의해서는 요통(腰痛)·하지근육통(下肢筋肉痛)을 비롯하여, 수 년 후에는 보행불능 상태에 빠지며,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병적인 골절을 일으키며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전신쇠약에 빠져 사망하는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은 신장이 줄어들고 병리학적으로는 골연화증(骨軟化症)을 나타낸다. 특히, 다산한 부인에게 위험한 공해병이었다.

둘째는, 환경오염 요인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비특이적이며, 증세가 가볍기는 하지만 광범위하게 건강수준의 저하를 나타내는 공해지대이다.

첫째 경우는 오염이 특정산업의 생산공정에서 유래하는 이른바 산업공해이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풍토병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고, 문제의 핵심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공해방지의 대책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산업공해에 도시공해가 겹친 것으로, 불특정다수의 인간 또는 사회집단이 생활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며, 언뜻 보기로는 사소한 것 같은 오염이 인구의 집중에 의해 누적되고, 광범위한 환경파괴를 초래하므로 그 누적이 한계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저항력의 개인차에 따라 서서히 환자가 증가한다.

여기서는 특히 아황산가스를 배출하는 공장이나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에 의한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며, 대기오염에 의한 눈[目]의 통증, 심한 기침, 객담 등을 비롯하여 그것을 전구증(前驅症)으로 하는 천식의 발작이나 호흡곤란, 기도(氣道)의 폐쇄성 장애가 온다.

만성증세가 되면 심장이 쇠약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농약 또는 첨가물에 의한 식품의 오염에 있어서는 분포상태가 더욱 넓어지며, WHO(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바로는 지구상에서 경작할 수 있는 땅의 절반 이상이 DDT와 BHC(유기염소계 농업용 살충제)로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