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동기

주도동기

다른 표기 언어 leitmotiv , 主導動機

요약 주로 오페라(때로는 교향시)에서 나타나는 되풀이되는 음악의 주제.

극적인 행위를 강화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극의 사건과 관련된 음악 외적인 상상을 유도하거나 회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순수 음악적인 의미에서 볼 때 주제의 반복이나 변형은 규모가 큰 작품에 응집력을 주기도 한다. 이 기법은 특히 바그너와 밀접하고 그의 음악극을 분석하는 학자들이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들은 이 용어를 바그너 작품의 특징을 이루는 '연상주제'(representative themes)에 적용했다.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이후부터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와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에 이르는 음악극들에서 주제는 작품을 교향악적으로 만족시키는 동시에 극의 사건들을 풍부하게 하는 데 이용되었으며, 따라서 노련함과 예리한 지력을 필요로 한다.

주도동기는 2가지 두드러진 극적 기능을 가진다. 하나는 극의 사건에 대한 암시이며 또다른 하나는 주제의 변형으로, 같이 쓰기도 하고 따로 쓰기도 하는데 둘 다 바그너 훨씬 전부터 사용되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Cosí fan tutte〉에서 "여자는 모두 이런 것"이라는 가사에 붙은 4마디 악구는 극의 사건들에 대한 암시적 기능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주도동기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되풀이되는 반복악구였다.

주도동기가 암시적으로 사용된 또다른 초기작품으로 카를 마리아 폰 베버〈마탄의 사수 Der Freischütz〉가 있다.

막스가 늑대 계곡으로 내려가기를 주저할 때 관현악은 1막에서 그를 놀렸던 조롱하는 합창 주제를 되풀이한다. 베버는 주도동기를 순수 기악적인 효과로도 썼다. 오페라 〈오이뤼안테 Euryanthe〉에서는 적어도 13개 주제가 관현악으로 변형 또는 전개된다. 또한 엑토르 베를리오즈〈환상교향곡 Symphonie fantastique〉에서 고정악상(idée fixe:주도동기와 비슷한 성격으로, 전곡을 일관하고 있는 중심적인 동기)은 맥락에 따라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처음에는 시인이 한 여인을 이상화하는 마음을 표현한 악절이 마지막에는 그녀가 마녀들의 연회에 끼어 있는 악몽 같은 환상의 모습으로 변형된다.

그러나 베를리오즈의 고정악상은 아직 교향곡적으로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지 못했다.

바그너의 작품에는 암시와 변형이 많이 나타난다. 변형없이 순수하게 암시적인 것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죽음을 나타내는 3음표 주제이다. 맥락에 따라 변형된 예로는 〈지크프리트 Siegfried〉 2막의 호른 소리로 〈신들의 황혼 Götterdämmerung〉에서는 6/8박자에서 4/4박자로 변화됨으로써 성숙하고 영웅적인 지크프리트에 걸맞는 주제로 사용되며, 지크프리트가 죽은 뒤에는 구조와 리듬이 수정된 상태로 커다란 규모의 관현악으로 연주됨으로써 영웅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나타낸다.

이와 비슷하게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에서 라인 처녀들이 자기들의 보물(금반지)에 대해 즐겁게 부르던 노래는, 난쟁이 알베리히의 손으로 금반지가 넘어가자, 이 반지가 지닌 악한 효능을 표현하기 위해 적절히 변형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오페라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 등에서 종종 음악적 암시를 매우 교묘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그의 주제변형들은 극의 사건들과 관련하기보다 대부분 순수하게 음악적 전개를 위한 것이다.

그는 줄거리를 진행시키는 무대 행위가 없는 교향시들에서 주도동기를 더 극적으로 사용했다. 주도동기는 바그너가 더이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슈트라우스 이외의 바그너 추종자들은 바그너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바그너가 주도동기를 암시적 수단으로 사용한 점은 독창적이지만 주제 변형은 그가 처음 시작한 기법이 아니었다. 주제 변형 기법은 이미 베를리오즈와 프란츠 리스트의 교향시에서 발달한 형태로 나타났고, 그후 클로드 드뷔시가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Pelléas et Méisande〉 같은 작품에서 그 원리를 가장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사용했다.

주도동기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연상주제를 회상물로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작곡가로는 주세페 베르디, 조르주 비제, 자코모 푸치니 등이 있다.

베르디는 마지막 비극적 상황에서 자주 초기 행복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과거의 행복을 회상시켰다. 샤를 구노는 〈파우스트 Faust〉에서 감옥에 갇힌 마르그리트가 파우스트와 만났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연상주제 기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