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무기제한협상

미국과 소련은 SALT Ⅰ과 SALT Ⅱ라고 불리는 제1차 및 제2차 협정을 각각 1972년과 1979년에 조인했는데, 이 협정은 전략(장거리 또는 대륙간) 핵무기의 무기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1967년에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SALT는1968년 여름에 두 초강대국의 동의를 얻었지만, 그해 8월에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함으로써 회담이 중단되었다. 본격적인 협상은 1969년 11월에 시작되었다.

그 결과로 나온 복합적인 협정(SALT Ⅰ) 가운데 가장 주요한 것은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체제에 관한 조약과 공격용 전략무기제한에 관한 잠정협정이었다.

이 2가지 조약은 미국과 소련의 긴장완화 추세가 절정에 이른 1972년 5월 2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소련의 레오니드 L. 브레주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조인되었다.

유효기간을 무기한으로 하되 5년마다 1번씩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ABM 조약은 양국이 ABM을 배치할 수 있는 지역을 각각 2군데로 제한하여 어느 쪽도 자국의 영토 전체를 방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전략무기가 갖고 있는 전쟁억지력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이 조약은 1972년 8월 3일에 미국 상원의 비준을 받았다. 잠정협정은 양국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의 보유량은 5년 동안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보다 자세한 SALT Ⅱ 협상은 뒤로 미루었다.

이 협정은 행정협정이었기 때문에 미국 상원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의회는 상하합동결의안으로 이 협정을 승인했다. ABM 조약과 잠정협정은 1972년 10월 3일에 발효되었다.

SALT Ⅱ 협상은 1972년말에 시작하여 7년 동안 계속되었다. 브레주네프와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은 1974년 11월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양쪽의 전략무기 운반수단을 2,400기로 제한하는 임시협정에 조인했지만, 이것을 조약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근본 문제는 양국의 전략무기가 대등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소련은 주로 대형핵탄두를 가진 중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보다 정확하고 작은 무기를 주로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계속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의(가령 소련의 백파이어 폭격기를 전략무기로 간주할 것이냐)의 문제와 조약이행 여부의 검증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마침내 타결된 SALT Ⅱ는 진정한 의미의 조약과 합의성명 및 양해사항을 제시한 의정서, 백파이어의 항속거리와 생산을 제한하겠다는 브레주네프의 약속, 그리고 SALT Ⅲ의 원칙에 관한 성명서 등 4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조약은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진 다탄두(MIRV) 미사일의 발사장치를 양적으로 제한하는 일련의 2차 한도를 규정했는데, 이 규정의 목적은 양쪽의 지상발사 ICBM 체제가 어느 한쪽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시기를 되도록 늦추려는 데 있었다. 어느 한쪽에 취약점이 발생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른 한쪽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상대방의 전략무기를 기습공격하여 보복능력마저 빼앗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SALT Ⅱ는 지상억지력을 2차 한도 이내의 해상억지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량권을 양측에 부여했으며, SLBM 보유량에 대해서는 전혀 제한하지 않았다. 이 조약은 1979년 6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과 소련의 브레주네프가 조인했고, 그 직후에 비준을 받기 위해 미국 상원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SALT Ⅰ과는 달리 SALT Ⅱ는 대체로 미국 의회와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관계의 조류도 바뀌었다. 또한 이 조약은 지극히 기술적인데다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 미국이 소련에 농락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며, 상원 안팎에서 격렬한 반대가 일어났다. 비준을 받을 가망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카터 대통령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직후인 1980년 1월에 이 조약을 철회했다. 미국과 소련은 SALT Ⅱ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문제는 뒤로 미루고, SALT Ⅰ과 SALT Ⅱ를 일방적으로 준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조약을 위반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후에 SALT Ⅱ를 비난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방위력 증강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SALT의 제한을 지켰고,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되살아난 반전운동의 압력을 받아 협상재개를 요구하면서 이 협상의 이름을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으로 바꾸었다.

미국과 소련 대표단의 START 협상이 1982년 6월 29일 제네바에서 열렸지만, 소련은 NATO가 유럽에 순항 미사일과 퍼싱 Ⅱ 미사일을 배치한 데 대한 반발로 1983년 11월 회담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