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등색

요약 서로 다른 두 개의 색이 특정한 조건에서 같은 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색이 특정한 조건에서 같은 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의미하며, '메타메리즘(metamerism)'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물체를 비추는 빛인 광원과 관련이 있으며, 관측자 등 다른 조건에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 조건등색 현상으로 인해 동일하게 인식된 색은 관측 조건이 변화하면 다시 다른 색으로 보이게 된다. 조건등색은 주로 회색이나 흰색 계열의 중성적인 색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며, 색이 선명할 수록, 채도가 높을수록 조건등색이 나타날 확률은 줄어들며, 조건등색이 일어나는 두 개의 색을 '메타머(metamer)' 혹은 '메타메릭쌍(metameric pair)'이라 부른다.

조건등색은 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은 물론 색의 배색이 중요한 자동차나 의류, 인쇄물 디자인 등에서 주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3원색의 혼합을 통해 다양한 색을 표현해내는 잉크젯프린터의 경우에도 잉크가 지니는 빛의 스펙트럼 반사율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광원에 따라 인쇄물의 색이 다르게 보일 수 있고, 따라서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색의 구현을 위해 조건등색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원인

분광분포는 특정 파장에서 나타나는 색의 양을 나타낸 것으로, 색은 분광분포에 따라 정해진다. 조건등색은 두 개의 색깔이 다른 분광분포를 지녔음에도 특정 파장에서 같은 색으로 인지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한 가지는 광원의 파장과 관련이 있으며, 또 한 가지는 인간의 눈에서 색상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원추세포는 적추체·녹추체·청추체의 세 가지로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색의 파장과 혼합을 세 종류의 세포를 통해 단순화하여 감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때로는 동일하지 않은 분광에너지의 색을 같은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종류

조건등색은 그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 광원 조건등색(illuminant metamerism): 특정 광원에서 두 개의 다른 색이 동일한 색으로 인지되는 경우를 말한다.

◎ 기하도형 조건등색(geometric metamerism): 동일한 물체에서 광선의 각도가 바뀔 때 발생하는 조건등색 현상으로, 특정 각도에서는 동일한 색으로 보이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다른 색으로 인지되는 경우. 주로 반투명하거나 윤이나는 표면을 지닌 물체에서 자주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는 벨벳천이나 광택이 나는 표면, 유광 사진인화지나 '메탈릭' 종이 등이 있다.

◎ 관측자 조건등색(observer metamerism): 관측자 간에 다른 색 인지로 발생하는 조건등색 현상으로, 사람마다 다른 원추세포의 민감도 혹은 원추세포 이상(색맹 등)에 의해 발생한다.

실생활과 조건등색

조건등색은 인간의 시각의 주요 성질 중 하나로, 물감이나 페인트 업계는 물론 배색이나 색의 허용차(color tolerance)가 중요한 자동차나 섬유, 인쇄 산업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진다. 한 예로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 내부 인테리어의 부분별 색을 정하면서 조건등색을 고려하여, 결정한 색이 형광등과 같은 백색계열의 광원에서도, 태양광 등 다른 빛 아래에서도 디자인적으로 적절한 배색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