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형질

후형질

[ ergastic substance ]

엽육세포에 있는 어떤 세포는 종종 특별한 물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세포와 구분되기도 한다. 이 물질의 대부분은 식물의 생리적 활성과 관련되어 있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저장물질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기능이 있는지 여부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물질도 다수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물질의 기능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단순한 폐기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물질 중 상당수는 생리학적 활성을 가진다는 증거가 최근 들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즉, 폐기물로 여겨지던 물질이 사실은 식물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물질임이 밝혀지는 사례가 속속 알려졌다. 이런 물질의 공통점은 단지 세포 대사의 결과로 형성된 물질이라는 점뿐이며,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 따라서 이런 물질을 후형질이라고 통틀어 정의한다.1)

난초 잎 잎맥 사이에 분포하는 후형질 - 탄산칼슘 결정체 (출처: Getty Image Korea)

목차

후형질의 종류와 기능2)3)

결정체

결정체는 후형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물질로서,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단순한 세포내 폐기물로 여겨진다. 결정체는 주로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으로 되어 있지만, 드물게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으로 만들어진 결정체도 발견된다. 식물마다 특징적인 형태의 결정체를 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정체의 형태를 분류학적 특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콩과식물에는 안장 모양의 쌍둥이 형 결정체가 있어 다른 분류군과 구분하는 특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 담쟁이 잎 세포의 옥살산 칼슘 결정체 - 세포 내에 흰색으로 빛나는 덩어리(출처: Getty Image Korea)

규소체

규소체의 겉모양은 결정체와 유사하지만, 섬유세포 인근이나 다른 목질화된 조직의 특수한 세포, 또는 다발초세포와 연결된 섬유세포 인근의 표피세포 등에서 주로 관찰된다. 규소체는 특별한 결정구조를 가지지 않으므로 결정체와는 쉽게 구별되며, 편광현미경 관찰 시 결정체와 달리 밝게 빛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화학적 특성에 있어서 결정체와 쉽게 구분된다. 식물체 내에서 규소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량의 규소가 식물체 내에 흡수된 뒤 관다발 주변에만 안정된 형태로 침적됨으로써, 지속해서 자라는 초식동물의 치아를 마모시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면서 공진화한 결과로 추정하기도 한다.

탄닌

탄닌은 폴리페놀계 화합물로 염화철 용액에 반응하여 검푸른 색을 띠기 때문에 맨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포아풀과의 식물에서는 일 년 중 특정한 계절에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식물마다 탄닌을 함유하는 경향이 다르므로 어떤 식물에 탄닌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한편, 항상 탄닌을 풍부하게 함유하는 식물로는 차나뭇과에 속하는 식물을 들 수 있다. 탄닌의 기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외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탄닌은 초식동물의 위벽 단백질과 결합하여 소화를 저해함으로써 초식동물에 의한 섭식 피해를 회피하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맹그로브 잎의 탄닌 - 잎의 아랫 면 관다발(노란 색) 주변과 아래에 넓게 분포한 붉은 색 입자 (출처: Getty Image Korea)

지질체

지방과 밀랍(왁스)을 포함한 지질 성분의 후형질은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지질은 모든 식물에서 고체 형태인 지방이나 액체 형태인 지질체로 발견된다. 야자나무에서 지질체는 짧은 바늘 모양의 결정체로 배젖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밀랍은 표피세포에서 분비되어 표피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세포 내부로 분비되기도 한다.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왁스로는 부채 종려에서 생산되는 카르나우바 왁스(carnauba wax)를 들 수 있다. 이 왁스는 한동안 광택제나 음반의 표면 처리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또한, 향유고래의 용연향과 유사한 정도의 고품질 액상 밀랍인 호호바 기름(jojoba oil) 및 향유(essential oil)가 오늘날에도 활용되고 있다.

단백질체

저장 단백질은 식물의 열매 또는 종자 세포 내에 고체인 단백질체나 호분립(aleurone grain)의 형태로 분포한다. 주로 콩과식물의 떡잎, 포아풀과 식물 배젖의 외곽 세포층 또는 호분층에서 볼 수 있다. 단백질체는 단위막(unit membrane)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결정형 또는 무정형의 결정 형태를 띤다. 저장 단백질은 합성된 이후 액포에 축적되는데, 저장조직이 숙성하는 과정에 맞춰 액포가 더욱 작은 액포로 바뀌고 궁극적으로 단백질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친다. 종자 발아 과정에서 단백질체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작게 분해되고 액포가 점차 커지게 된다. 단백질은 이 과정에서 세포질에 결정형태로 남는다. 단백질체는 식물이 생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질을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된다.

녹말 입자

녹말은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후형질로서 색소체 내에 입자 형태로 뭉쳐서 발달하며, 식물계에서는 섬유소 다음으로 풍부한 물질이다. 광합성 과정에서 엽록체에서 합성되지만, 나중에 분해되며 녹말체(amyloplast)에서 저장 녹말로 재합성된다. 그 결과, 하나의 녹말체는 한 개 이상의 녹말 입자를 함유하게 된다. 녹말 입자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한 개의 중심을 따라 여러 층이 겹쳐진 형태의 배꼽 구조(hilum)를 가진다. 이처럼 여러 층이 생기는 이유는 녹말의 구성성분인 아밀로오스아밀로펙틴이 번갈아 축적된 결과로 생각된다. 녹말 입자는 구형의 결정 모양으로 오오드화칼륨의 요오드 성분에 의하여 염색되어 암청색 또는 짙은 자주색을 띤다. 녹말 입자가 주로 유조직 세포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녹말 결정의 무늬 (출처: Getty Image Korea)

참고문헌

1. Esau K (1977) Anatomy of Seed Plants 2nd ed. John Wiley & Sons, Inc. 36-39
2. Cutler DF, Botha T, Stevenson DW (2008) Plant Anatomy - an applied approach. Blackwell Publishing. 97-98
3. 이규배 (2016) 식물형태학 3판. 라이프사이언스. 3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