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환 반응

치환 반응

[ substitution reaction ]

목차

개요

화합물의 한 작용기가 다른 작용기로 교체되는 반응을 넓은 의미에서 모두 치환 반응(substitution reaction)이라고 부른다. 유기 분자에서 볼 수 있는 친핵성 치환 반응(nucleophilic substitution reaction) 이나 친전자성 치환 반응(electrophilic substitution reaction)을 예로 들 수 있다. 본 문서에서는 다양한 치환 반응 가운데서도 금속 착화합물에서 볼 수 있는 리간드 치환 반응을 주로 다루기로 한다.

@@NAMATH_DISPLAY@@\ce{ [L_xM-X]^n^+ \ + \ Y \rightarrow \ [L_xM-Y]^n^+ \ + \ X }@@NAMATH_DISPLAY@@

일반적인 리간드 치환 반응에서 중심 금속의 산화수는 변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로 헥사아쿠아니켈(II) 착화합물에서 금속에 배위된 여섯 개의 물 분자가 여섯 개의 암모니아 리간드로 바뀌는 리간드 치환 반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NAMATH_DISPLAY@@\ce{ [Ni(H_2O)_6]^{2+} \ + \ 6NH_3 \rightarrow \ [Ni(NH_3)_6]^{2+} \ + \ 6H_2O }@@NAMATH_DISPLAY@@

초록색을 띠는 헥사아쿠아니켈(II) 착화합물이 푸른색을 띠는 헥사암민니켈(II) 착화합물로 바뀌는 색깔 변화로 반응물과 생성물을 구별할 수 있다.

치환 반응의 메커니즘

리간드 치환 반응의 메커니즘은 속도 결정 단계에서 금속-리간드 결합의 형성과 해리의 상대적 중요도에 따라 회합성(associative, @@NAMATH_INLINE@@\ce{ A }@@NAMATH_INLINE@@), 해리성(dissociative, @@NAMATH_INLINE@@\ce{ D }@@NAMATH_INLINE@@), 교환성(interchange, @@NAMATH_INLINE@@\ce{ I }@@NAMATH_INLINE@@) 메커니즘의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배위화합물 MLnX의 리간드 치환반응 메커니즘의 종류와 반응 좌표계 (출처:대한화학회)

회합성 메커니즘

회합성 메커니즘에서는 치환될 [M-X] 결합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리간드 Y가 [M-Y] 결합을 만들어 반응물보다 배위수가 증가한 중간체를 만드는 속도 결정 단계를 거친 후(위 그림 참조), [M-X] 결합이 끊어지면서 생성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Y의 종류에 따라 반응 속도가 큰 영향을 받는다. 배위적으로 포화되어(coordinatively saturated) 금속 중심 주변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6배위 착물의 경우, 7배위 중간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회합성 메커니즘으로는 치환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

해리성 메커니즘

해리성 메커니즘에서는 반응물의 [M-X] 결합이 끊어져서 배위수가 낮은 중간체가 형성된 후, 새로운 리간드 Y가 [M-Y] 결합을 만들면서 생성물이 된다. 기존 리간드 X의 해리가 속도 결정 단계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리간드 Y의 종류가 반응 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속의 산화수가 높으면 [M-X] 결합의 세기가 크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리다. 또한, 해리되는 리간드 X의 크기가 클수록 금속을 둘러싼 리간드 사이의 입체적 반발력이 줄어드는 안정화 효과도 크기 때문에 치환 반응의 속도가 빠르다.

교환성 메커니즘

교환성 메커니즘에서는 새로운 [M-Y] 결합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기존의 [M-X] 결합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Y가 속도 결정 단계에 관여하기는 하지만, 회합성 메커니즘과 달리 [M-X]와 [M-Y] 결합이 공존하는 중간체는 관찰할 수 없다. 이 메커니즘은 전이 상태에서 회합과 해리의 정도에 따라 교환성 회합(interchange associative, @@NAMATH_INLINE@@ I_a @@NAMATH_INLINE@@)와 교환성 해리(interchange dissociative, @@NAMATH_INLINE@@ I_d @@NAMATH_INLINE@@) 메커니즘으로 더 자세히 나눌 수 있다.

교환성 메커니즘을 따르는 착화합물이라도 들어오는 리간드 Y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NAMATH_INLINE@@\ce{ [Cr(NH3)5(H2O)]^{3+} }@@NAMATH_INLINE@@ 착화합물의 경우 Y에 관계없이 비슷한 반응 속도를 갖는 것으로 보아 @@NAMATH_INLINE@@ I_d @@NAMATH_INLINE@@ 메커니즘을 따른다. 반면, @@NAMATH_INLINE@@\ce{ [Cr(H2O)6]^{3+} }@@NAMATH_INLINE@@의 경우에는 Y의 종류에 따라 2000배가량의 큰 반응 속도 차이를 보인다. 금속에 새로 더해지는 리간드의 구조가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NAMATH_INLINE@@ I_a @@NAMATH_INLINE@@ 메커니즘을 따른다. 전자 주개 성질이 좋은 암민 리간드가 많이 배위되어 있어 금속 중심에 전자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NAMATH_INLINE@@\ce{ [Cr(NH3)5(H2O)]^{3+} }@@NAMATH_INLINE@@ 착화합물의 경우, 새로 들어오는 친핵성 리간드 Y와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NAMATH_INLINE@@ I_a @@NAMATH_INLINE@@보다는 @@NAMATH_INLINE@@ I_d @@NAMATH_INLINE@@ 메커니즘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환 반응의 속도론

금속에 배위되어 있던 리간드가 외부에서 넣어준 리간드에 의해 천천히 치환되면 속도론적으로 느리다(inert)고 표현한다. 이러한 속도론적 성질은 열역학적 안정성(stability)과 다르며, 이 두 개념은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속도면에서는 느린 착화합물에서도 치환 반응은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단지 반응이 느리게 진행될 뿐이다. 또한, 치환되는 속도가 빠른(labile) 착화합물도 열역학적으로 안정할 수 있다.

리간드 치환 반응의 속도를 평가하기 위해 동위원소 표지법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속에 배위되어 있는 @@NAMATH_INLINE@@\ce{ H_2\!^{16}O }@@NAMATH_INLINE@@ 리간드가 용액상의 @@NAMATH_INLINE@@\ce{ H_2\!^{18}O }@@NAMATH_INLINE@@ 리간드로 치환되는 다음 반응에서 금속-리간드 결합 세기는 변하지 않는다. 정반응과 역반응의 열역학적 선호도가 없기 때문에, 이 반응은 금속 이온의 리간드 교환 속도를 비교하는 척도로 쓸 수 있다.

@@NAMATH_DISPLAY@@\ce{ [M(H_2\!^{16}O)_6]^n^+ \ + \ H_2\!^{18}O \rightleftarrows \ [M(H_2\!^{16}O)_5(H_2\!^{18}O)]^n^+ \ + \ H_2\!^{16}O }@@NAMATH_DISPLAY@@

착화합물 리간드 치환 속도상수 (s-1) 금속 중심의 전자배치
@@NAMATH_INLINE@@\ce{ [Ti(H2O)6]^{3+} }@@NAMATH_INLINE@@ @@NAMATH_INLINE@@ 1.8 \times 10^5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1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V(H2O)6]^{3+} }@@NAMATH_INLINE@@ @@NAMATH_INLINE@@ 5.0 \times 10^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2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V(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8.7 \times 10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3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Cr(H2O)6]^{3+} }@@NAMATH_INLINE@@ @@NAMATH_INLINE@@ 2.4 \times 10^{-6}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3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Cr(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 10^8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3(e_g^\star)^1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Fe(H2O)6]^{3+} }@@NAMATH_INLINE@@ @@NAMATH_INLINE@@ 1.6 \times 10^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3(e_g^\star)^2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Fe(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4.4 \times 10^6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4(e_g^\star)^2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Co(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3.2 \times 10^6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5(e_g^\star)^2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Ni(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3.2 \times 10^4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6(e_g^\star)^2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Cu(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4.4 \times 10^9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6(e_g^\star)^3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Zn(H2O)6]^{2+} }@@NAMATH_INLINE@@ @@NAMATH_INLINE@@ > 10^7 @@NAMATH_INLINE@@ @@NAMATH_INLINE@@ (t_{2g})^6(e_g^\star)^4 @@NAMATH_INLINE@@

리간드 치환 반응의 속도는 금속 중심의 산화수와 전자 배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의 표(t = 25˚C에서 측정)에서 볼 수 있듯이, 금속의 산화수가 높을수록 전자 주개로 작용하는 리간드와 정전기적 인력도 커지기 때문에 금속-리간드 결합이 더 안정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 경향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례도 볼 수 있다. 크로뮴(II) 수화물인 [Cr(H2O)6]2+은 크로뮴(III) 수화물 [Cr(H2O)6]3+보다 리간드 치환 속도가 무려 1013배나 빠르다. d3 전자 배치를 갖는 [Cr(H2O)6]3+은 결합성 t2g 오비탈에만 전자가 채워져 있지만, d4 전자 배치를 갖는 [Cr(H2O)6]2+는 금속-리간드 반결합성 오비탈(eg*)에도 전자가 들어가는 (t2g)3(eg*)1의 전자 구조를 갖기 때문에 리간드 치환 반응이 훨씬 빨리 일어난다. 6배위 전이금속 착화합물은 중심 금속의 전자 배치가 d3, 또는 낮은-스핀(low-spin) d4, d5, d6일 경우 리간드 치환 반응이 느리게 일어난다.

같은 d-전자 배치를 갖지만 다른 주기에 속하는 금속을 비교해 보면, 같은 족에서 주기율표의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치환 반응이 느려진다. 예를 들어, 사각평면 구조의 Pt(II), Pd(II), Ni(II) 착화합물의 반응 속도비는 약 1 : 105 : 107로 알려져 있다. 주기가 증가할수록 금속의 d-오비탈 크기도 커지고, 그 결과 금속-리간드 상호작용도 커져서 안정한 결합을 만들기 때문에 리간드 교환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치환 반응과 킬레이트 효과

하나의 분자 안에 여러 개의 주개 원자가 있는 킬레이트(chelate) 리간드의 치환 반응은 한자리(mono-dentate) 리간드보다 아주 느리다. 이 현상은 금속-리간드 결합의 해리 과정에 수반되는 엔탈피 효과(enthalpy effect)와 유효 농도(effective concentration)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속에 배위된 에틸렌다이아민 리간드가 물로 치환되는 반응은 아래 그림과 같이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두 자리 리간드인 에틸렌다이아민이 한자리 리간드인 물 분자로 치환되는 반응의 단계적 진행 (출처:대한화학회).

우선 반응의 첫 번째 단계에서, 새로 들어오는 물 리간드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는 두 자리 리간드인 에틸렌다이아민의 한쪽 질소 원자가 금속에서 먼저 해리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안정한 5각 킬레이트 고리를 만들고 있던 에틸렌다이아민 리간드의 탄소 골격이 뒤틀려야 하므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엔탈피 면에서 불리하다. 반응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금속의 빈 배위 자리를 놓고 물 분자와 에틸렌다이아민의 질소 원자가 경쟁하게 된다. 두 자리 리간드인 에틸렌다이아민은 남은 질소 원자를 이용해서 여전히 금속에 고정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반응의 첫 단계에서 금속에서 해리되었던 질소 원자는 금속 주변에 훨씬 높은 유효 농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무작위적인 확산 운동을 하는 물 분자에 비해 금속에 배위하는 경쟁 반응에서 속도론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단계마다 역반응이 정반응보다 선호되기 때문에 금속에 배위된 킬레이트 리간드는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착화합물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 자료

[1] Miessler, G. L.; Fischer, P. J.; Tarr, D. A. Inorganic Chemistry; 5th ed.; Prentice Hall: Upper Saddle River, NJ, 2014.

[2] Gispert, J. R., Coordination Chemistry. Wiley–VCH: Weinheim, 2008.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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