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뮴

크로뮴

[ chromium ]

크로뮴(Chromium)
상태 청백색의 단단하고 잘 부서지는 금속
원자번호 24
원자량, u 51.9961(6)
녹는점, °C 1907
끓는점, °C 2671
밀도, g/cm3 7.19

청백색의 광택을 띠며 단단하지만 잘 부서지는 금속으로써 쉽게 변색하지 않으며 녹는점이 높다. 크로뮴 화합물들이 다양한 색을 띠기 때문에 색깔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로마(chroma)’로부터 원소 이름이 유래되었다. 크로뮴 금속은 부식에 강하며 단단하여 스테인리스 강철에 첨가하여 부식과 변색을 방지하는데 널리 쓰인다. 그러한 용도와 전기 도금에 사용되는 양을 합하면 전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크로뮴 양의 거의 85%에 해당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크로뮴 +3 이온은 인슐린, 설탕 및 지질 대사에 필요한 필수 미량영양소로 분류되기도 한다. 크로뮴 +3 이온과 금속은 독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크로뮴 +6 이온은 독성이 있고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폐광된 크로뮴 광산은 적절한 환경정화가 필요하다.

고순도 크로뮴 결정 ()

목차

크로뮴의 발견, 분리, 생산

기원전 3세기 말경에 만들어진 중국 진시황의 병마용갱에서 출토된 청동 화살촉과 칼들이 2천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부식되지 않은 상태로 1976년에 발견되었는데, 고고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그것들이 크로뮴으로 도금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크로뮴 광물은 서구에서 18세기 무렵부터 염료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지질학자인 레만(J. G. Lehmann)은 1761년에 러시아 우랄산맥의 한 광산에서 주홍색 광석을 발견하고 이를 ‘시베리아산 붉은 납(Siberian red lead)’으로 명명했다. 레만은 이 광물이 셀레늄과 철이 들어있는 납 화합물이라고 잘못 판단하였는데, 이 광물의 실제 화학 성분은 크로뮴산 납(PbCrO4)으로, 현재 크로코아이트(crocoites)라고 불리는 홍연석이다.

1770년에 팔라스(P. S. Pallas)가 홍연석이 염료로서 좋은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한 후 시베리아산 홍연석을 물감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밝은 노란색 염료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 1797년에 보클랭(L. N. Vauquelin)은 홍연석을 염산으로 처리하여 산화 크로뮴(CrO3)을 얻었고, 1798년에 이 산화물을 숯(탄소)과 가열하여 최초로 금속 크로뮴을 분리하였다. 또한, 그는 루비와 에메랄드 같은 보석에도 미량의 크로뮴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크로뮴 전기 도금법은 1848년에 처음 개발되었는데, 1924년에 공정 과정이 개선되면서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크로뮴 광석을 제련하여 페로크로뮴(ferrochrome, FeCr)과 금속 크로뮴의 형태로 생산하는데, 두 생산물을 얻는 제련 공정은 상당히 다르다. 페로크로뮴은 크로뮴철석(FeCr2O4)을 전기 아크로에서 코크스로 환원시키거나 테르밋 반응(aluminothermic reaction)으로 환원시켜 얻을 수 있다. 반면 금속 크로뮴은 굽는(roasting) 그리고 우려내는(leaching) 공정 등의 여러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크로뮴철석을 대기 중에서 탄산 칼슘과 탄산 소듐 혼합물로 가열시키면. 6가의 크로뮴으로 산화되고, 철은 안정한 산화철(Fe2O3)로 변환된다.

4FeCr2O4 + 8Na2CO3 + 7O2 → 8Na2CrO4 + 2Fe2O3 + 8CO2

고온에서 침출공정을 통해 불용성인 산화 철을 제거하고 물에 용해되어 있는 크로뮴산염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황산을 처리하면 중크로뮴산 소듐(Na2Cr2O7)이 얻어진다.

2Na2CrO4 + H2SO4 → Na2Cr2O7 + Na2SO4 + H2O

중크로뮴산 소듐을 탄소로 환원시키면 산화 크로뮴(III)(Cr2O3)이 얻어지는데. 이를 알루미늄이나 규소로 환원시켜 최종적으로 금속 크로뮴을 얻는다.

Na2Cr2O7 + 2C → Cr2O3 + Na2CO3 + CO

Cr2O3 + 2Al → Al2O3 + 2Cr

크로뮴의 IUPAC 원소 이름과 기호

크로뮴 화합물의 색깔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프랑스 화학자 푸르크로아 (A. F. de Fourcroy)와 광물학자인 아위(R.-J. Haüy)가 원소 이름을 색깔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로마(chroma)’를 따서 크롬(chrome)을 제안하였고, 이후 IUPAC에서 금속 원소의 접미어 ‘ium’을 붙여 크로뮴(chromium)으로 명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크롬을 사용하였는데, 최근에 IUPAC 명명법에 따라 크로뮴으로 변경하였다. 

크로뮴의 물리 화학적 성질

크로뮴은 표면을 닦으면 밝은 광택을 띠며 독특한 자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온 이하의 온도에서 반강자성(antiferromagnetic)을 나타내는 유일한 고체 원소이며, 38 ℃ 이상이 되면 상자성(paramagnetic)으로 변한다. 순수한 크로뮴 금속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얇은 산화물 보호막이 형성된다. 몇 개의 분자층 두께의 얇은 산화물 보호막이 매우 조밀하게 형성되어 막 아래로 산소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녹이 잘 슬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안정한 크로뮴 동위원소52Cr, 53Cr, 54Cr 세 가지이며, 이 중에서 52Cr가 83.789%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한다. 크로뮴은 2개의 준상태를 포함하여 19개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발견되었으며, 가장 안정한 것은 반감기가 1.8년인 50Cr과 27.7일인 51Cr이다. 나머지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24시간 미만이며 대다수가 1분 미만이다.

크로뮴은 비교적 반응성이 큰 금속으로, 천연에서 원소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과는 반응하지 않으나 대부분의 산과 반응한다. 높은 온도에서 산소, 질소, 염소, 황 등과 반응하여 산화 상태가 3가인 이성분 화합물(binary compound : Cr2O3, CrN, CrCl3, Cr2S3)을 만든다. 크로뮴은 산화수가 -4, -2~+3, +6에 이르는 다양한 산화 상태의 화합물을 만드는데, 흔한 상태는 3가와 6가이다.

크로뮴 화합물 중 가장 안정하고 잘 알려진 것은 크로뮴(III) 화합물이며, 이 금속 이온은 금속 크로뮴을 염산이나 황산에 녹여 얻을 수 있다, Cr3+ 이온은 보통 팔면체 착화합물을 형성하며 배위된 리간드에 따라 화합물의 색이 달라진다. 상업적으로 주로 이용되는 염화 크로뮴 수화물은 진녹색의 착화합물인 [CrCl2(H2O)4]Cl이다. 비슷한 형태의 착화합물인 [CrCl(H2O)5]Cl2와 [Cr(H2O)6]Cl3는 각각 연녹색과 보라색을 띤다.

팔면체 환경에서 크로뮴 3가의 이온 반경은 62 pm로 알루미늄 3가 이온의 54 pm와 비슷하다. 보석인 루비와 같은 화합물에서 일부 알루미늄 3가 이온이 크로뮴 3가 이온으로 치환되어 아름다운 붉은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산화 크로뮴(III)는 양쪽성으로 산성 용액에 용해되면 [Cr(H2O)6]3+, 염기성 용액에 용해되면 [Cr(OH)6]3−를 형성한다. 수산화 크로뮴(III)를 가열하여 탈수과정을 거치면 강옥과 동일한 결정 구조의 초록색 산화 크로뮴(Cr2O3)이 만들어진다.

크로뮴 6가 화합물은 산성이나 중성에서 강력한 산화제이다. 대표적인 6가 화합물은 크로뮴산염(CrO42−의 염)과 중크로뮴산염(Cr2O72−의 염)이며, 그러한 이온 사이에는 다음의 평형이 성립한다.

2CrO42− + 2H+ ⇌ Cr2O72− + H2O

크로뮴산과 중크로뮴산 음이온은 모두 낮은 pH에서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한다.

Cr2O72- + 14H3O+ + 6e → 2Cr3+ + 21H2O (표준 환원전위 = 1.33 V)

그러나 높은 pH에서는 산화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CrO42− + 4H2O + 3e → Cr(OH)3 + 5OH (표준 환원전위 = −0.13V)

이성분 화합물인 적색의 휘발성 펜타플루오린화 크로뮴(CrF5) 그리고 과산화크로뮴산염(V)과 같은 5가의 크로뮴 화합물이 알려져 있다. 과산화크로뮴산 포타슘(K3[Cr(O2)4])은 크로뮴산 포타슘을 저온에서 과산화 수소와 반응시켜 제조한다. 이 적갈색 화합물은 실온에서는 안정하지만 150~170°C에서 자발적으로 분해된다.

크로뮴 4가 화합물로는 할로젠 화합물(CrXF4, X=F, Cl, Br), 이산화 크로뮴(CrO2) 등이 있다. CrX4는 고온에서 CrX3를 할로젠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화합물은 불균등화 반응(disproportionation)을 일으키기 쉽고 물에서 불안정하다.

크로뮴 2가 화합물들도 알려져 있는데, 이염화 크로뮴(CrCl2)은 중성의 물에서 안정하다. 그리고 산화수가 +1, 0, -1, -2, -4인 화합물들도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주로 배위화합물이다. 

크로뮴의 산업적 용도

크로뮴의 85%가 합금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화학제품, 내화물 및 주조 산업에서 사용된다. 크로뮴은 안정한 금속 탄소화물을 형성하는 특성과 내부식성을 지녀 강철의 중요한 합금 재료로 쓰인다. 고속공구강은 3~5 %의 크로뮴을 함유한다. 내부식성을 갖는 스테인리스강은 보통 11% 이상의 크로뮴과 철의 합금이다.

크로뮴은 비철 금속과의 합금에도 사용되는데 니크롬(nichrome)은 니켈과 약 20%의 크로뮴으로 이루어진 합금으로 전기 저항이 크고 녹는점이 높아 모발 건조기, 전기 오븐 등 전열 기구와 제트 엔진 및 가스 터빈 등에 사용된다. 크로뮴은 경도와 내부식성이 우수하여 내구성이 필요한 자동차 부품, 배관설비, 가구 부품 및 기타 많은 제품에 표면 코팅제로 사용된다.

필립스 촉매의 분자구조()

전기 도금 기술을 이용하여 크로뮴 박막을 증착시켜 얻은 1 μm 이하의 얇은 크로뮴 도금은 장식용으로 사용되고, 내마모성이 필요한 경우 크로뮴을 더욱 두껍게 증착시킨다. 크로뮴-옐로우로 불리는 크로뮴산 납은 발견 직후부터 노란색 안료로 사용됐다. 이 안료는 시간이 지나면 산화 크로뮴(III)(Cr2O3)이 생성되어 색이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다. 크로뮴-옐로우는 미국의 통학버스 및 유럽의 우체국 표지 등에 사용되었지만, 환경 및 안전문제로 점차 사용률이 감소하였으며, 현재는 납과 크로뮴이 없는 유기 안료로 대체되었다.

이외에도 밝은 적색을 띠는 염기성 크로뮴산 납(PbCrO4·Pb(OH)2)인 크로뮴-레드와 프러시안 블루와 크로뮴-옐로우의 혼합물인 크로뮴-그린이 안료로 사용되었다. 크로뮴-그린의 경우 식물의 잎과 비슷한 적외선 반사율을 지녀서 군용 차량용 페인트로 사용된다. 삼산화 크로뮴(CrO3)은 크로뮴 도금 시 첨가물로 쓰이거나. 카드뮴이나 아연 금속 표면에 부식을 막는 부식방지제로도 쓰이고, 합성 루비를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된다. 몇 가지 크로뮴 화합물은 탄화수소 공정에 촉매로 사용된다. 예로 산화 크로뮴으로 제조된 필립스 촉매(Philips catalyst)를 이용한 폴리에틸렌 생산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크로뮴산 구리(CuO∙CuCr2O4) 촉매는 유용한 수소화 촉매(hydrogenation catalyst)로 사용된다. 크로뮴 금속과 3가 화합물은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크로뮴 6가 화합물은 산화력이 높아 독성이 크고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사용을 피하고 대체물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Retrieved on 2018-01-04.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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