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자성

반강자성

[ antiferromagnetism ]

전자의 스핀(spin)과 관련된 원자나 분자의 자기 모멘트(magnetic moment)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면서 규칙적인 형태로 배열된 반강자성(antiferromagnetism)은 강자성(ferromagnetism)이나 준강자성(ferrimagnetism)처럼 배열된 자성(ordered magnetism)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반강자성 배열은 충분히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며, 이러한 자기 정렬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네엘(L. Néel)의 이름을 딴 네엘 온도(Néel temperature) 이상에서 반강자성 정렬이 사라지고 전형적으로 상자성(paramagnetism)이 나타난다. 최근 합성 반강자성체(synthetic antiferromagnet, SAF)의 거대 자기저항(giant magnetoresistance, GMR) 효과를 이용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가 개발되어 디스크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었으며 반자성체를 이용한 차세대 자기저항 기억 장치(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MRAM)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강자성체의 자기 모멘트 배열 모식도()

목차

반강자성 특성

외부 자기장이 없을 때 반강자성 물질은 순자화(net magnetization)가 사라지는 자기 모멘트 배열을 한다. 그러나 외부 자기장이 존재하면 반강자성 물질 내부의 자기 구역(magnetic domain) 중 일부의 절댓값이 다른 자기 구역의 값과 달라져 순자화가 영이 아니게 되며, 결과적으로 반강자성 상(phase)이 일종의 준강자성 거동을 나타낼 수 있다. 적철광(hematite, Fe2O3)에서 볼 수 있듯이, 절대 온도 영에서는 순자화가 영이 되어야 하지만, 스핀 축이 서로 정확히 평행하지 않은 스핀 켄팅(spin canting) 효과로 인해 종종 작은 자화 현상이 나타난다. 반강자 물질의 자화율(magnetic susceptibility)은 전형적으로 네엘 온도에서 최대를 나타내지만, 강자성 물질은 상자성 상으로 전이 과정에서 자기 모멘트 배열이 무질서하게 되어 자화율이 감소하게 된다.

반강자성 특성을 나타내는 5-탈수소화-메타-자일릴렌(5-dehydro-m-xylylene) 라디칼의 구조()

반강자성은 자기 모멘트나 스핀 사이의 다양한 교환 상호작용(exchange interaction)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상호작용의 가장 간단한 경우로 이웃한 격자의 스핀 사이에 상호 작용을 하는 단순 입방 격자(simple cubic lattice)로 이루어진 이분 격자(bipartite lattice)에 대한 이징 모형(Ising model)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상호 작용의 부호에 따라 강자성 또는 반강자성 배열이 일어난다. 기하학적 쩔쩔맴(geometrical frustration)이나 강자성 및 반강자성 상호 작용의 경쟁으로 인해 서로 다른 복잡한 자기 구조가 생성될 수 있다.

반강자성 물질

반강자성은 특히 산화물과 같은 전이 금속 화합물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적철광, 크로뮴(Cr)과 같은 일부 금속, 철-망가니즈(Fe-Mn)와 같은 합금, 산화 니켈(NiO)과 같은 산화물 등이 반강자성을 띤다. 이외에도 다중 금속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뭉치 화합물(cluster compound)들도 반강자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5-탈수소화-메타-자일릴렌(5-dehydro-m-xylylene) 라디칼(radical)과 같은 유기 분자들도 특별한 환경에서 반강자성이 나타난다.

강자성체 박막을 반강자성 물질 위에서 성장시키거나 반강자성체 표면 원자들이 강자성체처럼 배열할 수 있도록 정렬 자기장에 노출하면, 교환 바이어스(exchange bias)로 알려진 메커니즘을 통해, 반강자성체와 강자성체가 결합할 수 있다. 이러한 결합체는 현대 하드디스크 판독용 헤드를 포함한 자기 센서의 기초가 되는 스핀 밸브(spin valve) 소자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강자성 박막의 자기 모멘트 방향을 "고정(pin)"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때 반강자성 층이 인접한 강자성 층의 자화 방향을 고정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온도를 차단 온도(blocking temperature)라 하며 보통 네엘 온도보다 낮다.

반강자성의 응용

합성 반강자성체란 비자성 층으로 분리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얇은 강자성체 층으로 구성된 인공 반강자성체를 뜻한다. 강자성 층간의 쌍극자 커플링에 의해 강자성체의 자화 방향이 역 평행(antiparallel)으로 정렬되면 반강자성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금속의 전기 저항이 자기장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저항 효과는 보통 수 퍼센트에 불과하나, 수 나노미터의 얇은 강자성 박막과 비자성 박막이 번갈아 겹쳐진 합성 반강자성체 다층 막에서는 수십 퍼센트 이상의 자기저항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거대 자기저항 효과라고 부른다. 1988년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물리학자 페르(A. Fert)와 2007년 수상자인 독일의 물리학자 그륀베르크(P. Grünberg)가 합성 반강자성체를 사용하여 발견한 거대 자기자앙 현상에서 이 반강자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현상을 응용한 자기 헤드 개발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의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거대 자기저항 현상을 응용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또한, 인산 철 유리와 같이 네엘 온도 이하에서 반강자성이되는 무질서한 자기 배열을 하는 물질의 예도 있다. 이 무질서한 네트워크는 인접한 스핀의 역평행성을 방해한다. 즉, 각 스핀이 주변의 반대 스핀에 의해 정렬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웃 스핀 간의 평균 상관관계가 반강자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종류의 자력을 스페로자성(speromagnetism)이라고 부른다.

반강자성 물질은 원자 수준에서 스핀들이 서로 반대로 정렬하고 있으므로 외부 자기장으로 그 스핀 배열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미세구조 공정의 발달과 스핀 궤도 돌림힘(spin orbit torque)을 이용한 스핀 홀효과(spin hall effect)에 대한 기초 연구가 진행되어, 원자 수준에서 스핀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저항 기억 장치에 반자성 물질을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참고문헌

Retrieved on 2018-10-23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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