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산소

[ oxygen ]

산소는 원자 번호가 8로, 적색 거성의 내부에서 탄소의 핵이 헬륨의 핵인 알파 입자와 융합해서 만들어진 원소이다. 질량수가 16인 동위원소, 즉 16O이 대부분이고, 소량으로 존재하는 18O, 17O의 원자핵도 안정하다. 산소 원자의 8개 전자 중에서 2개는 주양자수가 1인 첫 번째 전자껍질에 들어가고, 나머지 6개는 주양자수가 2인 두 번째 전자껍질에 들어간다. 즉 산소의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 또는 최외각 전자 수는 6이다. 이 원자가 전자의 수가 산소의 원자가, 결합 에너지, 전기음성도, 산화력, @@NAMATH_INLINE@@\ce{ R-O-O-R }@@NAMATH_INLINE@@결합(peroxide bond)의 안정도 등 산소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목차

산소의 위치

자연에서의 위치

산소는 수소, 헬륨에 이어 우주에서 세 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산화 규소(SiO2)가 주성분인 지각과 물이 주성분인 대양으로 이루어진 지구 표면에서는 산소가 가장 풍부하다. 지구 중심에는 밀도가 높은 의 핵이 있기 때문에 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는 철이 가장 풍부하고, 철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는 산소이다. 그리고 산소 기체(O2)는 지구 대기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질량 분포로 볼 때 ‘수소의 우주, 산소의 지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소는 우리 체중을 포함해서 대부분 생명체 질량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주기율표에서의 위치

주기율표에서 볼 때 산소는 오른쪽 위의 변방에 위치한다. 지도라면 북동쪽 구석에 해당한다. 1주기 원소인 수소와 헬륨을 합하면 우주 전체 물질의 98%를 차지한다. 이어서 2주기의 산소, 탄소, 질소, 네온 등이 차례로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한다. 철(Fe)같은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기가 높아질수록 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나머지 모든 원소들을 합쳐도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소의 분포 면에서 산소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소, 헬륨과 미량의 무거운 원소들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반응성이 없는 네온을 제외하면 2주기 원소들 중에서 산소는 거의 오른쪽 끝에 치우쳐있다. 전기음성도 면에서 거의 극단에 속하는 것이다.

산소의 특성

원자 반지름

보어 반지름이라고 알려진 수소 원자의 반지름은 0.53 Å(옹스트롬, 1 Å @@NAMATH_INLINE@@=10^{-10}@@NAMATH_INLINE@@m; 0.53 Å @@NAMATH_INLINE@@=53@@NAMATH_INLINE@@ pm)인데 비해 산소 원자의 반지름은 0.60 Å으로 수소와 거의 비슷하다. 산소의 유효 핵전하가 커서 최외각 전자들이 핵에 강하게 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소는 수소와, 그리고 같은 주기의 탄소나 질소와 전자 구름의 중첩이 쉽고, 결과적으로 강한 공유 결합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산소는 이중 결합을 통해 O2 분자를 만든다. 3주기에서 산소와 같은 족에 속하는 황이 S2 분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기음성도

유효 핵전하가 큰 산소는 전기음성도가 3.5로 4.0인 플루오린에 이어 모든 원소들 중에서 두 번째로 전기음성도가 높다. 그런데 홀수 번호인 플루오린은 산소에 비해 양이 적고, 원자가가 1이기 때문에 산소처럼 다양한 결합을 만들지 못한다. 게다가 플루오린은 한번 끌어간 전자를 웬만해서는 다시 내놓지 않기 때문에 산소처럼 다양한 반응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산소는 화학적으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높은 전기음성도 때문에 산소는 많은 화학 반응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산소와 결합하는 대부분의 원소는 산소에게 전자를 내어주고 산화된다. 또한 산소의 높은 전기음성도는 산화물의 산-염기 특성을 결정한다.

결합 에너지

극성이 있는 @@NAMATH_INLINE@@\ce{ O-H }@@NAMATH_INLINE@@ 단일 결합의 에너지는 467 kJ/mol로 @@NAMATH_INLINE@@\ce{ H-H }@@NAMATH_INLINE@@ 결합 에너지인 436 kJ/mol보다 크다. 한편 산소 분자의 이중 결합의 에너지는 498 kJ/mol로 @@NAMATH_INLINE@@\ce{ H-H }@@NAMATH_INLINE@@나 @@NAMATH_INLINE@@\ce{ O-H }@@NAMATH_INLINE@@ 단일 결합 에너지와 비교해 그것의 2배는 커녕,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예상 외의 사실은 루이스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O2 분자에서 각각의 산소 원자는 두 개의 비공유 전자쌍(고립 전자쌍)을 가지는데 이중 결합 때문에 산소 원자 사이의 거리는 짧고 결과적으로 4개의 비공유 전자쌍이 가까이에서 반발하게 된다. 그래서 산소 원자 사이의 이중 결합은 의외로 그리 강하지 않다. 이러한 비공유 전자쌍의 반발 효과는 F2 분자에서도 볼 수 있다. 도합 6개의 비공유 전자쌍이 반발하는 F2 분자에서 @@NAMATH_INLINE@@\ce{ F-F }@@NAMATH_INLINE@@ 단일 결합 에너지는 @@NAMATH_INLINE@@\ce{ H-H }@@NAMATH_INLINE@@에 비해 매우 낮은 149 kJ/mol이다. 한편 비공유 전자쌍의 반발 효과가 없는 @@NAMATH_INLINE@@\ce{ C-H }@@NAMATH_INLINE@@ 결합 에너지는 410 kJ/mol이고, 유기 화합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카보닐기에서 @@NAMATH_INLINE@@\ce{ C=O }@@NAMATH_INLINE@@ 이중 결합의 에너지는 732 kJ/mol로 상당히 강하다. 탄소는 양쪽으로 다른 탄소나 수소와 결합해서 비공유 전자쌍이 없기 때문이다. 산소의 약한 이중 결합 에너지 덕분에 산소는 열이나 자외선에 의해 비교적 쉽게 원자로 분해되어서 연소를 돕고, 오존층을 만들며, 생체 환경에서 산화 작용을 한다. 산소의 이중 결합이 보다 강했다면 불을 피우기도 어렵고, 세포의 호흡 작용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대기권의 상층부에 오존층이 만들어져서 약 4억 년 전에 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고 인류로 진화할 시간을 얻은 것도 산소의 약한 이중 결합 에너지 덕분이다.

이중 결합 C=O와 O=O, 단일 결합 O-H와 F-F 결합에너지 비교(출처: 대한화학회)

산소의 화합물

원자가가 2인 산소 원자가 양쪽으로 수소와 결합하면 이 된다. 물은 우주 공간에서 일산화 탄소(CO)에 이어 두 번째로 풍부한 화합물이고, 가장 풍부한 3원자 분자이다. 물은 체중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생명의 매트릭스 물질이다. 수소와 산소의 큰 전기음성도 차이 때문에 @@NAMATH_INLINE@@\ce{ O-H }@@NAMATH_INLINE@@는 극성 결합이고, 굽어진 구조의 물은 극성 분자이다.

이산화 탄소와 이산화 실리콘

탄소가 양쪽으로 산소와 이중 결합을 이루면 이산화 탄소가 된다. 이산화 탄소는 C=O 결합의 극성이 양쪽으로 상쇄된 무극성 분자이고 상온에서 기체이다. 산소는 탄소보다 반지름이 상당히 큰 실리콘(규소, Si)과는 전자 밀도의 중첩이 크지 않아서 이중 결합을 잘 만들지 못하고, 대신 단일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산화 실리콘은 분자 결정으로 지각의 주성분 역할을 한다. 엔트로피 면에서는 이산화 탄소 기체의 단일 분자 구조가 유리하다. 따라서 산소와 실리콘이 이중 결합을 만들 수 있다면 고체 지각은 불가능할 것이다.

유기 화합물의 작용기

산소가 한 쪽으로는 수소와 결합해서 하이드록실기(–OH)를 만들고 다른 쪽으로는 알킬기와 결합하면 알코올이 된다. 산소가 탄소와 이중 결합을 만들어 카보닐기(-C=O)를 형성하고 카보닐기 탄소가 두 개의 알킬기와 결합한 화합물을 케톤이라 하고, 카보닐기 탄소가 수소와 결합하면 해당 화합물을 알데하이드(@@NAMATH_INLINE@@\ce{ -CHO }@@NAMATH_INLINE@@)라 한다. 카보닐기의 탄소가 –OH와 결합하면 작용기 @@NAMATH_INLINE@@\ce{ -COOH }@@NAMATH_INLINE@@ 를 카복실기라 하며 이러한 작용기를 가진 화합물을 카복실산이라 한다. 알코올 화합물 @@NAMATH_INLINE@@\ce{ C-O-H }@@NAMATH_INLINE@@에서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 대신 알킬기가 결합한 @@NAMATH_INLINE@@\ce{ C-O-C }@@NAMATH_INLINE@@ 화합물을 에터(ether)라 한다. 이처럼 유기 화합물이 다양한 작용기를 가지는 것은 대부분 산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산소 분자의 이중 결합이 약한 것과 같은 이유로 퍼옥사이드 결합(@@NAMATH_INLINE@@\ce{ C-O-O-C }@@NAMATH_INLINE@@)은 약하다. 그리고 옥텟 규칙을 만족시키지만 산소가 셋 이상 결합한 @@NAMATH_INLINE@@\ce{ -O-O-O }@@NAMATH_INLINE@@ 식의 화합물은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무한히 결합할 수 있는 탄소와 대비된다.

산과 염기

HCl에서는 수소가 자신보다 전기음성도가 높은 염소에 의해 산화되어 염소에게 전자를 내주고 수소 이온으로 해리해서 산의 성질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탄산, 질산, 황산, 인산산소산에서는 산소와 결합한 수소가 산으로 해리한다. 물에서 하나의 수소가 전기음성도가 낮은 소듐, 포타슘 등으로 치환된 @@NAMATH_INLINE@@\ce{ Na-OH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K-OH }@@NAMATH_INLINE@@ 의 경우에는 산소가 수소보다 금속 원소로부터 전자를 얻기 때문에 K+와 OH- 이온으로 해리해서 알칼리성을 나타낸다.

질산과 인산

질소의 산소산인 질산은 한 개의 –OH기를 가진 1가산이다. 그러나 인의 산소산인 인산은 3개의 –OH기를 가진 3가산이다. 질소보다 반지름이 큰 인은 확장된 옥텟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특히 생명 현상에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DNA 이중 나선의 당-인산 골격에서 2개의 –OH기는 양쪽으로 디옥시리보스와 결합해서 긴 나선을 만든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OH는 이온화해서 핵산이 산의 성질을 가지게 한다. 같은 원리는 세포의 에너지 화폐라 볼 수 있는 ATP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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