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의 발견

헬륨의 발견

[ discovery of helium ]

레일리(3rd Baron Rayleigh, 1842~1919)가 프라우트(William Prout, 1785~1850)의 가설을 검증하려는 목적으로 기체의 밀도를 측정하다가 아르곤의 발견이 이루어졌다면, 헬륨의 발견은 장상(Pierre Janssen, 1824~1907), 록키어(Norman Lockyer, 1836~1920) 등이 태양의 흡수와 방출 스펙트럼이 상보적이라는 키르히호프(Gustav Kirchhoff, 1824~1887)의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목차

인도 어촌의 개기일식

185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분광학(spectroscopy)이라는 새로운 과학이 태어났다. 화학자인 분젠(Robert Bunsen, 1811~1899)과 물리학자인 키르히호프가 원소마다 특이한 색을 나타내는 불꽃 반응의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선스펙트럼(line spectrum)을 관찰한 것이다. 이들이 발명한 분광기(spectroscope)는 거시 세계를 관측하는 망원경(telescope), 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현미경(microscope)과 아울러 양자 세계를 조사하는 새로운 강력한 도구로 등장했다.

이어서 키르히호프는 실험실에서 원소는 방출 스펙트럼(emission spectrum)과 상보적인 흡수 스펙트럼(absorption spectrum)을 나타내는 것을 보이고, 그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은 아직, 원자 내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커녕 전자 자체도 발견되기 전의 일이다.

그에 앞서 1814년에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1787~1826)는 햇빛의 무지개 스펙트럼에서 300여 개의 어두운 선들을 발견했지만, 이 선들을 특정한 원소에 의한 빛의 흡수로 연결짓지는 못했다. 원자의 내부 구조에 관한 보어 모델이 나오기 100년 전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키르히호프가 실험실에서 원소의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의 상보적 관계를 보여주자 프라운호퍼의 흡수선에 해당하는 방출선을 태양에서 관찰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햇빛을 통해 태양을 구성하는 원소를 보다 상세하게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라운호퍼선은 햇빛 전체가 태양의 대기를 통과할 때 특정 파장의 빛이 흡수되는 흡수선이기 때문에 분광기를 사용하면 쉽게 관찰이 되지만, 방출선을 관찰하기는 어렵다. 태양 전체가 가시광선의 전 파장에서 흑체 복사에 해당하는 빛을 강하게 내는데, 그 위에 약하게 추가되는 방출선을 검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개기 일식 때 관찰되는 태양의 채층(chromosphere)(출처: Gettyimageskorea)

그런데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광구(photosphere) 주위에는 채층(chromosphere)이라고 하는 약 2000 km 두께의 투명한 기체층이 있다. 개기 일식 때 태양의 채층은 위의 그림과 같이 분홍색 또는 빨강 장미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구의 대기처럼 얇은 이 태양의 대기층을 색채를 띠었다는 뜻으로 채층이라고 부른다.

채층은 1706년에 일어난 개기 일식 때 관찰된 바 있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개기 일식이 일어나서 광구가 가려지는 짧은 시간 동안 채층을 조사하면 태양에 들어있는 원소들의 방출 스펙트럼을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왔다. 1859년 이후 천문학자들이 기다리던 개기 일식이 1868년 8월 18일에 일어났다. 이때 이미 전 세계를 다니며 일식을 연구해오던 프랑스의 천문학자 장상은 인도의 군투르(Guntur)라는 어촌에 캠프를 설치하고 일식을 기다리다가 태양 전체가 가려진 시점에 채층에서 뚜렷한 노란 방출선을 관찰했다.

헬륨의 방출 스펙트럼()

5876 Å에서 나타난 이 선은 5890과 5896 Å에서 나타나는 소듐의 두 개의 선(doublet)과 가까워서 장상은 처음에는 태양에서 소듐을 관찰했다고 생각했는데, 곧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뿐만 아니라 장상은 채층에서 발견한 이 선이 아주 강한 것으로부터 일식 기간이 아니더라도 채층에서 이 선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일식이 지난 후에 채층에서 이 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 선이 새로운 원소에서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개기 일식 지점에서 5000 km 떨어진 영국의 록키어에게 편지로 알렸다.

태양의 원소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과학 저널 둘을 들라면 영국에서 발간되는 네이처(Nature)와 미국에서 발간되는 사이언스(Science)를 든다. 1869년에 네이처를 창간하고 죽기 직전까지 거의 50년 동안 편집장을 지낸 록키어는 당대 영국의 최고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장상과 마찬가지로 천체의 구성 원소에 관심이 많았던 록키어는 자신이 발명한, 관심 있는 좁은 파장의 빛 이외의 모든 빛을 차단하는 분광기를 사용해서 1868년 10월에 장상의 관찰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는 당시 영국의 유명한 화학자로 화학 결합과 원자가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프랭클랜드(Edward Frankland, 1825~1899)가 참여했는데, 이들은 이 선은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원소에서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태양(helios)의 원소라는 뜻에서 헬륨(helium)이라고 명명했다.

우연히도 장상과 록키어의 논문은 같은 날에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French Academy of Sciences)에 도착했는데, 태양에 지구에는 없는 원소가 존재한다는 이들의 생각은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다가 헬륨이 새로운 원소로 인정받은 것은 1895년에 램지(William Ramsay, 1852~1916)가 지상의 방사성 물질로부터 이 기체를 분리하고 비활성 기체로 확인한 이후였다. 램지는 이 기체의 샘플을 록키어에게 보내 확인을 부탁했는데, 물론 이 기체 샘플은 태양에서와 같은 파장에서 뚜렷한 방출 스펙트럼을 나타냈다. 장상과 록키어는 헬륨을 천상의 원소로, 램지는 헬륨을 지상의 원소로 발견한 셈이다.

우주의 원소

지구의 대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인데 온도가 낮은 지구에서 질소와 산소는 무색이다. 그에 비해 태양의 대기는 주로 수소와 헬륨인데, 온도가 높은 태양의 대기에서 수소와 헬륨은 각각 빨강색과 노란색의 아름다운 방출 스펙트럼을 나타낸다. 나중에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74%를, 헬륨은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1766년에 캐번디시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 수소를 발견했다면, 그보다 100년 후 1868년에 장상과 록키어는 우주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헬륨을 발견한 셈이다.

그런데 왜 광구에서는 흡수 스펙트럼이 나타나고, 채층에서는 방출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것일까? 광구에서는 태양 표면 온도인 6,000 °C에 해당하는 흑체 복사가 방출되고, 이 빛을 프리즘으로 분리하면 무지개 색의 연속 스펙트럼이 얻어진다. 광구에서 수소는 모두 양성자와 전자로 이온화하고, 헬륨은 주로 전자가 하나 떨어져나간 He+ 이온으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채층에 비해 밀도가 높기 때문에 입자들 사이의 충돌이 잦아서 선 스펙트럼이 나타나지 않는다. 충돌이 잦으면 전자가 어떤 에너지 준위에 있을 시간의 불확정성(@@NAMATH_INLINE@@\Delta t@@NAMATH_INLINE@@)이 작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에너지 준위의 폭(@@NAMATH_INLINE@@\Delta E@@NAMATH_INLINE@@)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전자의 전이에 의해 방출되는 빛의 선폭이 넓어져서 선이 사라지는 것이다.

광구에서 나온 모든 파장의 빛이 채층을 지날 때는 수소와 헬륨 원자에 의한 흡수가 일어난다. 채층의 아래쪽은 온도가 4,000°C 정도라서 광구의 표면 온도보다 낮지만 채층의 바깥쪽에는 온도가 20,000°C에서 1,000,000°C에 달하는 코로나(corona)가 있어서 채층은 온도 범위가 4,000°C에서 20,000°C로 넓다. 그래서 일부 수소와 헬륨은 중성 원자로 존재하고, 일부는 이온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헬륨의 가장 강한 방출선인 5876 Å의 노란 선은 헬륨의 두 개 전자 중 하나가 3d 삼중항(triplet) 상태로 올라갔다가 2p 삼중항(triplet) 상태로 떨어지면서 나오는 빛에 해당한다.

수소의 경우에도 발머 계열에서 가장 강한 6563 Å의 빨강 선은 @@NAMATH_INLINE@@n=3\rightarrow n=2@@NAMATH_INLINE@@전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이가 일어나려면 일단 수소나 헬륨의 전자가 @@NAMATH_INLINE@@n=1@@NAMATH_INLINE@@인 바닥 상태에서 @@NAMATH_INLINE@@n=3@@NAMATH_INLINE@@인 상태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NAMATH_INLINE@@n=1 \rightarrow n=3@@NAMATH_INLINE@@ 전이에 필요한 에너지는 자외선에 해당한다. 다행히 태양의 채층에는 중성인 수소와 헬륨 원자와 아울러 높은 에너지의 자외선 광자(photon)가 풍부하기 때문에 일단 전자가 @@NAMATH_INLINE@@n=3@@NAMATH_INLINE@@ 상태로 올라갔다가 @@NAMATH_INLINE@@n=2@@NAMATH_INLINE@@ 상태로 떨어지면서 헬륨의 경우에는 5876 Å에서 노란 선을 내고, 이 선을 1868년에 장상과 록키어가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펙트럼이 나오는 원리를 온도와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1913년에 보어의 모델이 나온 이후의 일이다.

태양에서 헬륨의 발견이 이루어지면서 천문학에 원자 분광학(atomic spectroscopy)이 접목된 천체 물리학(astrophysics)이 시작되었고, 나아가서 성간 공간이나 혜성, 운석 등 천체에서 간단한 아미노산 등 분자들을 검출하는 분자 분광학(molecular spectroscopy)을 활용하는 천체 화학(astrochemistry)도 흥미로운 연구 분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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