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

벤젠

[ benzene ]

벤젠(benzene)은 화학식 C6H6를 갖는 탄화수소로 무색이며 달콤한 냄새가 나는 가연성 액체이다. 벤젠은 여섯 개 탄소가 정육각형 평면을 이루며 각 탄소에는 하나의 수소가 결합한다. 여섯 개의 각 결합은 단일 결합이중 결합의 중간 정도의 동일한 결합이며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방향족성을 갖고 있다. 벤젠은 휘발유의 옥탄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한동안 첨가제로 사용되다가 발암성 때문에 첨가제로의 사용이 규제되고 있다. 오늘날 벤젠은 공업용 재료가 되는 다양한 벤젠 유도체의 합성에 필요한 출발 물질로 연간 수천만 톤이 석유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벤젠의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CAS 번호 71-43-2
화학식 C6H6
몰 질량 78.11g/mol
밀도 876 kg/m³
끓는점 80.1 °C
녹는점 5.5 °C

목차

역사

'Benzene'이라는 단어는 15세기부터 유럽의 약제사들과 향수 제조사들이 취급하던 동남아시아산 향기 나무로부터 분비되는 수지(resin)인 벤조인 수액(gum benzoin)에서 유래되었다. 벤조인으로부터 산성 물질이 승화에 의하여 분리되었는데, 이를 벤조산이라고 이름 붙였다.

1825에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조명 가스 생산 과정 중에 얻어진 기름 잔류물로부터 벤젠을 분리하였고, 이때는 "bicarburate of hydrogen" 이라 이름 지었다. 1833에 그는 실험식을 C6H6로 결정하였다. 1833년 미쉘리치(Eilhard Mitscherlich)는 벤조산(benzoic acid)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벤젠을 얻었는데 이를 벤진(benzin)이라 불렀다. 1845년에 영국 화학자인 맨스필드(Charles Mansfield)가 콜타르(coal tar)로부터 벤젠을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공업적 규모의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화학구조

1825년에 이미 벤젠의 실험식이 C6H6로 알려졌으나, 탄소 하나에 수소 하나를 갖는 불포화도가 큰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19세기 내내 도전 과제였으며 클라우스(Claus, 1867), 듀와(Dewar, 1867), 라덴버그(Ladenburg, 1869), 암스트롱(Amstrong, 1887), 티엘(Thiele, 1889) 및 케큘레(Kekule, 1865)에 의하여 다양한 구조가 제안되었다.

제안된 벤젠의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그 중에서 오늘날 티엘과 케큘레가 제안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케큘레는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을 교대로 포함하는 구조를 제안함으로써 C6H6의 실험식을 만족함과 동시에 다음과 같이 치환 반응 생성물의 이성질체 종류가 1 치환인 경우 오직 1가지, 2 치환인 경우 3가지로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치환된 벤젠의 이성질체(출처: 대한화학회)

케큘레에 의한 벤젠의 형태는 꿈에서 본 뱀이 꼬리를 물어 원을 형성하는 형상으로부터 떠올랐다는 일화가 있기도 한데, 벤젠의 형태에 대한 케큘레의 제안은 다른 방향족 화합물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벤젠의 고리 형태는 1929년에야 론스데일(Kathleen Lonsdale)에 의한 X선 결정 구조 분석으로 증명되었다.

공명 구조와 분자 오비탈

케큘레 구조로 벤젠을 나타낼 때,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을 교대로 그리지만, 실제는 벤젠의 여섯 개 결합은 결합의 세기와 결합 길이가 같으며 구분되지 않는다. 1946년 폴링(Pauling)은 벤젠의 구조를 케큘레 구조를 사용하여 아래의 두 공명 구조로 나타낼 수 있지만, 벤젠의 실제 구조가 아니고 두 구조의 조합이 실제 구조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파이 결합을 육각형 안에 점선 원으로 나타내는 티엘의 구조가 실제 구조를 잘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벤젠의 공명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이중 결합에 참여한 파이 전자는 두 탄소 사이의 결합에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고리 전체에 비편재화 되어 있다. 그 결과 6개의 모든 결합이 같은 실제 벤젠의 화학 구조는 아래 그림으로 나타낸 분자 오비탈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벤젠의 6개의 p오비탈은 3개의 파이 결합 오비탈을 만든다. 가장 낮은 에너지 준위의 파이 결합 오비탈에서는 여섯 개 오비탈의 위상이 모두 같아 마디가 없이 두 개의 전자가 고리 전체에 비편재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파이 결합 오비탈에서는 각각 하나의 마디가 존재하지만 세 개의 파이결합 오비탈을 모두 합치면 결과적으로 6개의 파이 전자가 고리 전체에 균등하게 비편재화되어 여섯 개의 결합이 같음을 알 수 있다.

벤젠의 pi 결합오비탈(출처: 대한화학회)

제법

오늘날 대부분 벤젠은 석유로부터 얻어지며 소량만이 석탄으로부터 생산된다.

지방족 탄화수소의 촉매 개질(catalytic reforming)

석유에 함유된 지방족 탄화수소를 촉매 하에서 500-525 °C로 가열하면 수소를 잃고 다양한 방향족 화합물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촉매에 의한 개질(catalytic reforming)로 옥탄가 높은 휘발류가 얻어지며 부산물로 벤젠이 얻어진다.

톨루엔의 불균등화(disproportionation)

톨루엔을 촉매 존재 하에서 가열하면 자일렌(xylene)과 함께 벤젠이 얻어진다.

증기 열분해(steam cracking)

중질의 가솔린인 나프타(naphtha)로부터 에틸렌 화합물들을 얻기 위한 증기 열분해 공정에서 벤젠이 부산물로 얻어진다.

반응성

친전자성 방향족 친환 반응

루이스산 촉매 존재 하에서 다양한 친전자체(E+)를 벤젠 고리에 도입할 수 있다. 그 예로, 할로젠(X), 알킬(R), 니트로(NO2), 케톤(RCO), 설폰산(SO3H)등이 있다.

벤젠은 방향족성에 의한 안정화(150kJ/mol) 때문에 방향족이 아닌 알켄(alkene)에 비하여 매우 안정하다. 친전자성 방향족 치환 반응에서는 탄소 양이온 중간체를 거치며, 방향족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첨가 반응대신 치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방향족성에 의한 벤젠의 안정화 에너지(출처: 대한화학회)

벤젠의 브로민화 반응(출처: 대한화학회)

친전자성 방향족 치환 반응(출처: 대한화학회)

환원 반응

방향족이 아닌 알켄은 Pd/C를 촉매로 쉽게 환원되지만, 벤젠은 매우 안정하여 동일한 조건에서는 환원되지 않는다. 그러나 Rh/Al2O3촉매나 고압의 수소와 니켈(Ni)촉매를 사용하여 벤젠을 환원하면 사이클로헥세인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액체 암모니아(NH3) 용액에서 소듐(Na), 리튬(Li) 등의 알칼리 금속을 사용하여 벤젠을 환원하면 부분적으로 환원된 1,4-사이클로헥사다이엔을 얻을 수 있다.

용도

벤젠은 20세기 초까지는 좋은 냄새 때문에 면도 후에 사용하는 로션에 첨가하였고, 금속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용매,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한 용매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1950년경에 벤젠의 발암성이 알려진 후로는 벤젠 대신 톨루엔(toluene)을 용매로 사용한다. 한편, 다양한 벤젠 유도체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출발 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원료 물질로 사용되는 벤젠의 50% 정도는 에틸벤젠의 원료로 사용하는데, 에틸벤젠은 폴리스타이렌의 원료인 스타이렌의 전구물질이기 때문이다. 20% 정도는 큐멘(cumene)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큐멘으로부터 페놀 및 아세톤이 얻어진다. 페놀과 아세톤으로부터 폴리카보네이트 및 에폭시 수지의 원료인 비스페놀 A를 합성할 수 있다.

벤젠 유도체의 공업적 이용(출처: 대한화학회)

건강에 미치는 영향

벤젠은 휘발성이 커서 매우 빠르게 공기 중에 분산되어 쉽게 호흡기에 노출된다. 벤젠은 사람이나 동물 실험 결과 발암물질로 알려졌다. 특히 고농도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 같은 혈액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기적 고농도 노출은 신경 계통에 영향을 주어 현기증, 두통, 혼돈, 의식 불명까지 일으킬 수 있다. 벤젠은 또한 눈이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벤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를 감소시켜 빈혈을 일으키며 감염에 대한 면역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벤젠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 흡연 금지, 특히 실내 흡연 금지

- 실내에서 배기관 없는 오일 난로 사용 금지

- 벤젠 함유 물질 가정에서의 사용 금지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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