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페놀

[ phenol ]

페놀(phenol)은 석탄산(石炭酸, carbolic acid), 페닐산(phenylic acid), 하이드록시벤젠(hydroxybenzene), 페닉산(phenic acid)으로도 불리고, 페닐기에 하이드록시기가 결합한 방향족 화합물이다(그림 1). 상온에서 무색의 결정으로 휘발성이며 향긋한 냄새가 난다.

그림 1. 페놀의 화학 구조식 (출처: 대한화학회)

페놀은 콜타르에서 처음 추출되었지만, 요즘은 석유로부터 대량 생산된다. 여러 합성 화합물의 전구물질(precursor)로서 중요한 산업 물질이다. 주로 플라스틱 또는 플라스틱과 관련된 물질들로 변환된다. 페놀로부터 화학적으로 유도된 물질로는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에폭시, 베이클라이트(Bakelite), 나일론, 세제(detergent), 페녹시계 제초제(phenoxy herbicide) 등이 있으며, 수많은 의약품(pharmaceutical drug)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물질이기도 하다.

목차

성질

페놀은 물에 녹는 수용성 유기 화합물이다. 1000 mL의 물에 84.2 g의 페놀이 녹아 0.895 M의 농도를 나타낸다. 페놀 수용액은 약산성을 띤다. 물에 분해된 수소 이온에 의해 산성을 띠게 된다. 페놀의 소듐 염인 소듐 페녹사이드(sodium phenoxide)는 물에 더 잘 녹는다.

산성

페놀은 약산성이고 높은 pH에서 페놀레이트 음이온(phenolate anion) C6H5O으로 된다. 페놀레이트 음이온은 페녹사이드 음이온(phenoxide anion)으로도 불리며 다음과 같은 식에 의해 물에 해리된다.

PhOH ⇌ PhO + H+ (Ka = 10−10)

페놀은 비록 약산성으로 분류되지만, 지방족 알코올에 비해 페놀은 약 백만 배 이상으로 산성이 더 강하다. 페놀은 NaOH 수용액과 완전히 반응하여 H+를 잃지만 대부분 알코올은 단지 부분적으로 반응한다. 페놀은 카복실산이나 탄산보다 산성이 약하다.

페놀이 알코올보다 산성이 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페놀과 알코올은 수용액에서 아주 조금 해리하여 물에 양성자를 줌으로써 H3O+와 각각 페녹사이드 이온과 알콕시 음이온을 생성한다. 페녹사이드 음이온의 산소의 음전하를 나타내는 전자쌍은 벤젠의 오쏘(ortho) 및 파라(para) 위치에 비편재화되어 공명 구조를 가지게 된다(그림 2). 페놀의 벤젠 고리에 의한 공명으로 알콕시 이온보다 안정화되기 때문에 페놀이 알코올보다 산성이 훨씬 강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sp2혼성 오비탈로부터의 유발 효과가 주된 요인인데, sp3혼성 오비탈에 비교하여 더 강한 전자 밀도를 가지고 있는 sp2혼성 오비탈이 안정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림 2. 페녹사이드 음이온의 공명구조()

페녹사이드 음이온

페녹사이드 음이온은 그것의 짝산이 산성 조건에서도 비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장점과 함께, 자유 아민과 비슷한 친핵성을 가지고 있다. 페녹사이드 에스터는 산무수물(acid anhydride) 및 아실 할라이드(acyl halide) 보다 가수분해가 덜 일어나지만, 아마이드 결합(amide bond) 형성을 촉진하는 온화한 조건에서 충분한 반응성을 보인다.

토토머화 반응(tautomerism)

페놀은 불안정한 케토 토토머(keto tautomer)인 사이클로헥사다이엔온(cyclohexadienone)과 함께 케토-엔올 평형을 나타내지만, 아주 적은 양의 페놀이 케토형인 사이클로헥사다이엔온으로 존재한다(그림 3). 이러한 케토-엔올과 같은 토토머화 반응(tautomerization)에 대한 평형 상수는 약 10−13 인데, 1조 개의 분자 중 오직 하나만이 케토형인 사이클로헥사다이엔온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C 결합을 C=O 결합으로 교환함을 통해 얻어지는 안정성은 방향족성을 상실함에 따라 얻어지는 비안정성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 때문에 페놀은 엔올형으로 존재한다. (케토형은 엔올형의 -OH대신 -O가 결합한 형태이다)

그림 3.페놀과 사이클로헥사다이엔온의 토토머화반응()

반응

페놀은 친전자성 방향족 치환반응(electrophilic aromatic substitution)에 대해 높은 반응성을 가지는데 이는 산소 원자가 가지고 파이 전자가 페놀의 벤젠 링에 전자 밀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성 때문에 할로젠화(halogenation), 아실화(acylation), 설폰화(sulfonation)를 통하여 많은 그룹들이 페놀의 벤젠에 붙을 수 있다.

페놀이 가지고 있는 벤젠 고리는 강한 활성을 가지고 있어서 페놀의 브로민화 반응(bromination) 혹은 염소화 반응(chlorination)이 오쏘(ortho)와 파라(para) 위치에 있는 한 종류의 탄소 위치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오쏘와 파라 위치에 있는 모든 종류의 탄소 위치에 치환이 일어나게 된다. 페놀을 상온에서 묽은 질산과 반응을 시키면 2-나이트로페놀(o-nitrophenol)과 4-나이트로페놀(p-nitrophenol)을 생성하지만, 페놀을 진한 질산과 반응을 시키면 2,4,6-트라이 나이트로페놀(o,p,o-trinitrophenol)과 같이 모든 오쏘, 파라 위치가 치환된 피크르산(picric acid)을 생성시키다.

수용액 상태의 페놀은 약한 산성으로 파란색 리트머스 종이를 붉게 만든다. 페놀은 수산화 소듐과 반응하여 소듐 페놀레이트를 형성을 통하여 쉽게 중성화된다. C6H5OH + NaOH → C6H5ONa + H2O

페놀과 염화벤조일(C6H5COCl)의 혼합물이 묽은 수산화 소듐 수용액에 존재하에 반응을 시키면, 벤조산 페닐(phenyl benzonate)이 형성된다. 이는 쇼텐-바우만 반응(Schotten-Baumann reaction)의 한 예이다.

C6H5OH + C6H5COCl → C6H5OCOC6H5 + HCl

페놀은 아연 가루와 함께 증류하면 페놀의 증기가 400°C에서 아연 알갱이들을 통과할 때 벤젠으로 환원된다. C6H5OH + Zn → C6H6 + ZnO

페놀이 트라이플루오린화 붕소(BF3 , boron trifluoride)의 존재 하에 다이아조메테인(C2H2N2)과 반응할 때, 아니솔(anisole)이 주요 생산물로 얻어지고 질소 가스가 방출된다. C6H5OH + CH2N2 → C6H5OCH3 + N2

페놀을 소듐 페놀레이트로 만들고 이를 수산화 소듐과 이산화 탄소를 고압(100기압)과 390 K에서 반응시킨 후 산 처리를 하면 살리실산이 얻어진다.(Kolbe-Schmitt 반응, 그림 4)

그림 4. 페놀로부터 얻어진 살리실산(salicylic acid) (출처: 대한화학회)

제조 방법

페놀의 95%는 큐멘 공정(cumene process)에 의해 생산된다. 큐멘은 아이소프로필벤젠(isopropylbenzene)이라고도 불리며 산 촉매 하에 큐멘의 부분적인 산화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C6H5CH(CH3)2 + O2 → C6H5OH + (CH3)2CO 이 방법에서 아세톤이 부산물로 얻어진다. 다른 과정과 다르게, 큐멘법은 비교적 격렬하지 않은 합성 조건과 값싼 원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제조 방법을 경제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페놀뿐만 아니라 아세톤 부산물에 대한 수요가 필요하다. 2010년 전 세계적으로 아세톤에 대한 수요는 670만 톤이었고 큐멘 공정에 의해 아세톤의 83%가 생산되었다.

이 외에도 1900년대 초반에 바이엘(Bayer)과 몬샌토(Monsanto)에 의해 개발된 페놀의 제조 방법으로써 설폰산 벤젠(benzene sulfonate)과 강염기인 NaOH를 반응시켜 페놀을 제조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과 같은 화학반응식을 이용하여 페놀을 만든다.

C6H5SO3H + 2 NaOH → C6H5OH + Na2SO3 + H2O

용도

페놀은 조셉 리스터(Joseph Lister)에 의해 수술을 위한 살균제로 쓰였다. 구강 마취제나 독감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였다. 페놀은 아스피린과 같은 약품의 제조 공정에 사용되며 제초제의 원료로도 사용되었다. 페놀의 주된 용도는 페놀 생산량의 2/3 이상이 소요되는 플라스틱의 전구체로서의 용도이다. 아세톤과 페놀을 축합 반응시키면 비스페놀 A(bisphenol-A)가 얻어지며 이는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수지와 에폭사이드(epoxide) 수지의 전구체이다. 페놀을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로 반응시켜 축합 반응을 시키면 페놀 수지(phenolic resin)를 제조할 수 있다. 최초의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 수지(Bakelite resin)가 페놀 수지의 대표적인 예이다. 페놀은 인쇄회로기판(PCB)의 제조 공정에도 사용된다. 또한, 페놀을 수소 첨가 반응시켜 얻어지는 사이클로헥산온(cyclohexanone)은 나일론 6(nylon 6)의 전구체로 사용될 수 있다. 비이온계 계면활성제는 페놀의 알킬화 반응으로 얻어지기도 한다. 사용한 폐페놀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독성(toxicity)

페놀과 페놀 증기는 소화기, 호흡,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 물질이다. 개, 토끼 혹은 쥐와 같은 동물에 대한 경구 치사량(oral toxicity)의 표현법 중의 하나인 반 치사량(LD50)은 0.5mg/kg이며, 최소 인체 치사량(minimum human lethal dose)은 140 mg/kg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경구를 통해 소화기에서 흡수되는 경우 치사량은 1~31 g이다. 4.8 g을 섭취하고 10분 이내에 사망한 경우가 보고되어 있다. 페놀의 주입은 신속한 사형의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부터 전쟁 기간에 걸쳐 대량 학살에 페놀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나치 독일은 애초에 안락사를 목적으로 페놀 주입을 이용하였고 대량 학살은 자이클론 B와 같은 독가스를 이용하였으나 전쟁 기간 중 페놀 주입이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독가스 대신 페놀을 학살에 이용하였다.

관련이미지

출처: Basic 고교생을 위한 화학 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