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

지하경

[ rhizome ]

특수한 기능을 위해 땅속에서 변형된 식물 줄기 중의 한 형태이다. 땅속줄기, 근경(根莖), 뿌리줄기라고도 한다. 뿌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짧은 마디가 있고, 마디 위쪽과 아래쪽에서 각각 줄기뿌리가 나며, 보통 수평 방향으로 자란다. 영문 라이좀(rhizome)은 '뿌리 덩어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리조마(rhízōma)’에서 유래하였다.

연(Nelumbo nucifera Gaertn.)의 지하경. 연의 뿌리라는 뜻으로 연근이라 부르지만 뿌리가 아니라 땅속에 있는 줄기의 일종인 지하경이다. (출처:GettyimagesKorea)

목차

유사기관

지하경과 유사한 포복경(匍匐莖, 포복지, stolon)은 기존 줄기에서 생기며, 마디사이(절간)가 길고, 딸기에서처럼 끝부분에서 새로운 줄기가 생성되므로 다르다.1) 포복경과 기는줄기(runner)를 같은 것으로 보지만, 딸기처럼 땅 위에 생겨서 수평으로 기는 것을 기는줄기(runner), 감자에서처럼 땅속에 생겨서 보통 수평이 아닌 방향으로 자라는 것을 포복경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2)

괴경(塊莖, 덩이줄기, tuber)은 지하경 또는 포복경이 저장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덩이처럼 크게 자란 것이다. 감자는 녹말을 저장하기 위해 포복경이 팽창해 변한 괴경이다.

위인경(僞鱗莖, 위구경, 가구경, 헛비늘줄기, 가짜비늘줄기, pseudobulb)은 복경성 난초(複莖性 蘭草, sympodial orchid)에서 볼 수 있는 지하경의 일종으로 인경(鱗莖, 비늘줄기, bulb)이나 구경(球莖, 알줄기, 둥근줄기, 구슬줄기, corm)의 일종이 아니다. 복경성 난초는 한번 꽃이 피면 생장을 멈추고, 대신에 위인경에서 새로운 개체가 발달한다. 우리나라 자생 난초 중에서 감자난초, 새우난초, 석곡, 약난초, 자란, 콩짜개난, 혹난초, 나리난초속(Liparis)의 모든 종 등에서 볼 수 있다.

기능

애기나리(Disporum smilacinum A. Gray)(왼쪽 사진), 자주솜대(Smilacina bicolor Nakai) 군락. 지하경으로 통한 무성생식으로 군락을 형성하므로, 유전적으로 동일한 제네트(genet)를 형성한다. (출처:현진오)

지하경의 마디에서 새로운 줄기가 땅 위로 나오거나 지하경이 쪼개져서 여러 개의 식물체로 발달하는 것, 그리고 겨울 동안 모체가 죽은 후에 지하경에서 새로운 식물체가 만들어지는 것 등은 모두 지하경을 통한 무성생식이다. 이런 무성생식은 녹말과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영양물질이 지하경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나무 종류들이 주변으로 번져 나가는 것이나, 벼과 식물이 분얼을 통해 부피를 늘려가는 것 등은 모두 지하경에 의한 무성생식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의 무성생식으로 생긴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모두 동일한 제네트(무성생식체, genet)를 형성한다.

지하경이 있는 식물

지표면 가까운 땅 위에서 자라는 지하경도 있는데, 고란초, 관중, 넉줄고사리, 뱀고사리, 산일엽초, 석위, 우드풀, 황고사리 같은 양치식물, 난초과의 위인경을 갖는 종들, 달뿌리풀, 돌단풍, 잔디 등에서 볼 수 있다.

땅속에 지하경이 있는 식물로는 개느삼, 고사리, 구절초, 노랑무늬붓꽃, 꽈리, 대사초, 덩굴곽향, 둥굴레, 띠, 모래사초, 물억새, 박하, 삼백초, 석잠풀, 선갈퀴, 세모고랭이, 솜대, 쇠뜨기, 쉽싸리, 애기나리, 억새, 우산잔디, 윤판나물, 이대, 자주솜대, 전주물꼬리풀, 조릿대, 죽순대, 통보리사초, 풀솜대, 향부자, 홀아비꽃대 등이다.

지하경을 가진 식물들의 번식은 대부분 종자보다는 무성생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쓰임새

원예와 농사

지하경의 무성생식 특성은 원예식물을 재배하거나 번식시킬 때에 이용된다. 카틀레야 같은 복경성 난초들, 붓꽃 종류들, 은방울꽃, 칸나 등은 지하경의 무성생식 특성을 이용하여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재배하거나 번식시킬 수 있다. 농부들도 이런 특성을 이용하는데, 생강, 아스파라가스, 홉 등의 번식에 이용한다.

식용 및 약용

요리에 이용되는 지하경도 있는데, 갈랑가, 강황, 생강, 연근, 핑거루트 등이 그것이다. 약모밀(Houttuynia cordata Thunb.)의 지하경은 생선 비린내가 나는데, 중국 쓰촨성, 윈난성 등지에서는 저얼껀(zhe er gen, 折耳根)이라 하여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약모밀 등 몇몇 식물의 지하경은 약재로 사용된다.

참고문헌

1. 김영동, 신현철 (2007) 식물계통학 제2판. 월드사이언스, 352-353
2. 김성하, 강혜순, 권혁빈 등 (2014) 식물학. 라이프사이언스, 9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