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산토필

크산토필

[ xanthophyll ]

크산토필(xanthophyll)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의 ‘xanthos(노란색)’와 ‘phyllon(잎)’의 합성어에서 유래하였다.1) 어원에서와 같이 크산토필은 노란색 색소로서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잎의 색소를 분리하여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전개할 경우 노란색 띠로 나타나므로 다른 색소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화학적으로는 카로틴(carotene)과 함께 카로티노이드계 색소(carotenoids)를 구성하는 두 종의 중요 색소 중 하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산토필의 예로 , 과일, 채소 및 달걀노른자 등에 함유된 오렌지색, 붉은색 또는 노란색의 색소를 들 수 있다. 특히 식물에서 크산토필은 엽록소와 함께 광합성 색소로 작용하며 온대 지역의 가을철에 볼 수 있는 단풍의 색을 책임지는 주 색소로 알려져 있다.2) 

목차

크산토필의 화학적 특징

크산토필은 카로틴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갖지만, 카로틴이 탄화수소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비해 산소원자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산소원자 때문에 크산토필은 극성을 띠며, 수산기나 수소원자와 치환되는 경향이 있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다른 화합물로 변형되어 식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3)

크산토필의 화학구조 (출처:한국식물학회)

크산토필의 분포

다른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와 마찬가지로 크산토필은 식물의 잎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식물에서 크산토필은 빛 에너지의 수급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빛 에너지로 인하여 에너지 수준이 과도하게 향상된 삼중항 엽록소의 에너지를 제거할 수 있는 비광화학적 소산의 매개체로 작용한다.4) 크산토필은 식물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모두 이들이 섭취한 식물에 함유되어 있던 것들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달걀노른자의 노란색은 크산토필의 일종인 루테인(lutein)에서 유래한 것으로 닭의 사료에 루테인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며, 때로는 선명한 노란색의 노른자를 얻기 위해 사료에 루테인을 다량 넣기도 한다. 사람 눈의 망막에 있는 황반에도 루테인이나 제아크산틴(zeaxanthin)이 함유되어 있어 노란색을 띤다. 따라서 건전한 황반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간은 이 크산토필계 색소가 함유된 식이를 할 필요가 있다. 크산토필은 인간의 눈에서 청색광 및 자외선과 같이 강한 빛을 먼저 흡수함으로써 눈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식물에서 크산토필의 역할 – 크산토필 회로

식물이 과도한 광량의 빛에 노출되면 광합성에 필요한 제반 장치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식물은 지나치게 많이 흡수한 빛에너지를 소멸시켜야 한다. 과도한 빛 에너지를 소거하는 방법으로는 다양한 비광화학적 에너지 소거 경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경로로는 흡수한 빛 에너지를 열로 발산하는 경로를 들 수 있다. 비록 자세한 분자 수준의 작용 기작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크산토필 회로가 비광화학적 에너지 소거 경로 중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크산토필회로에 의한 비광화학적 소산 (출처:한국식물학회)

크산토필 회로는 비올라크산틴(violaxanthin), 안테라크산틴(antheraxanthin) 및 제아크산틴 등 세 종류의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 구성되며, 잎에 흡수된 과도한 에너지를 소거하는 역할을 한다. 밤 동안 또는 약한 빛 조건에서 가장 풍부하던 비올라크산틴은 강한 빛 조건에서 안테라크산틴으로 전환된 후 바로 제아크산틴으로 전환된다. 비올라크산틴에는 두 개의 방향족 고리에 모두 산소 원자가 결합되어 있지만, 안테라크산틴에는 단 한 개의 산소 원자만 결합되어 있으며, 제아크산틴에는 두 개의 방향족 고리에 한 개의 산소원자도 결합되어 있지 않다.

세 종류의 크산토필 중에서 제아크산틴이 열 방출에 의한 에너지 소거에 가장 효과적이다. 광도에 따라 제아크산틴의 함량이 변하는데, 광도가 높을수록 함량이 높아지는 반면 광도가 낮을수록 함량이 낮아진다. 즉, 제아크산틴이 과도한 빛 에너지를 소거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제아크산틴은 빛이 풍부한 곳에 적응한 양지식물에서 뿐만 아니라 빛이 적은 곳에 적응한 음지식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여 음지식물이 하루 중 상대적으로 높은 광량에 노출되는 경우 비올라크산틴이 제아크산틴으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산토필 회로는 겨울 동안 잎이 녹색을 유지하는 식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겨울에는 광합성률이 매우 낮은 반면 광도가 매우 높은 환경이 조성되므로 빛에 의한 피해를 받기 마련이다. 다른 계절과는 달리 겨울에는 제아크산틴의 함량이 계속 높게 유지되므로 과도한 빛 에너지를 최대한 소거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 고정 반응이 거의 불가능한 겨울에도 광억제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광합성 장치를 보호한다.5)

참고문헌

1. Memidex free online dictionary -
2. Delyfer M-N, Buaud B, Korobelnik J-F 등 (2014) Handbook of Nutrition and Diet. Academic Press, 263-270
3. Buchanan BB, Gruissem W, Jones RL (2000)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of Plants. American Society of Plant Physiologists, 578-580
4. 이진범, 고석찬, 문병용 등 (2016) 식물생리학 2판. 라이프사이언스, 74-94
5. Taiz L, Zeiger E, Møller IM 등 (2015) Plant Physiology and Development 6th ed. Sinauer Associates, Inc., 197-193, 25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