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알파

H알파

[ H alpha ]

약어

H알파(Hα)는 중성 수소 원자가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가시광 중에서 파장이 가장 긴 단색광이다. 구속전자가 주양자수 n=2에서 주양자수 n=3으로 천이할 때 흡수하는 단색광, 또는 구속전자가 n=3에서 n=2로 천이할 때 방출하는 단색광이다. 붉은 색을 띠며 파장은 656.26 nm(나노미터)이다. H알파 광자 1개의 에너지는 1.9 eV(전자볼트)이다. 스펙트럼상에서 H알파는 흡수선또는 방출선으로 나타난다. 태양스펙트럼에 보이는 흡수선들을 의미하는 프라운호퍼선 중에서 C로 표시된 선이다(그림 1).

H알파 말고도 중성 수소가 내는 단색광들이 가시광 영역에 있어 광자에너지 순으로 배열할 수 있는데, 이 단색광들의 배열을 발머계열이라 한다. H알파는 발머계열 중 광자에너지가 가장 낮은 단색광으로서 발머알파라고도 한다. H알파는 대개 관여하는 광자의 수가 많아 발머계열 중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H알파가 발머계열에서 가장 강하다는 점과 수소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라는 점 때문에, H알파는 매우 유용한 천문 관측의 창(window)이 된다. 특히 태양 채층 관측에서 H알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창이 된다.

그림 1. 프라운호퍼선. ()

목차

H알파와 수소 원자

중성 수소 원자는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1개의 구속 전자로 이루어진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구속 전자는 원자핵을 둘러싸는 전자구름을 형성한다. 원자핵으로부터 전자구름까지의 평균거리가 원자의 크기를 결정한다. 크기가 클수록 원자의 내부 에너지가 높다. 수소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주양자수(principal quantum number) @@NAMATH_INLINE@@n@@NAMATH_INLINE@@에 따라 결정된다. 그림 2는 n에 따라 중성 수소 원자의 크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제 크기에 비레해서 도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2. 중성 수소 원자의 여러 가지 상태들. 실제 크기에 비례해서 모식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

그림 3에서 보듯이 내부 에너지가 두 번째로 높은 상태(n=2)인 중성 수소 원자가 H알파 광자를 흡수하면 그 다음 준위인 세 번째 상태(n=3)인 수소 원자가 된다. 역으로 세 번째 상태인 수소 원자는 H알파 광자를 방출하면서, 두 번째 상태로 바뀐다. n=2 상태인 중성 수소 원자는 H알파보다 파장이 적당히 짧은 단색광을 흡수하면 n=4, 5, 6 ,.. 상태인 수소 원자로 바뀔 수 있다. 이때 흡수할 수 있는 단색광을 각각 Hβ, Hγ, Hδ, ... 로 부른다. Hα를 포함한 이런 단색광의 집합을 발머계열이라고 한다. H알파보다 그 다음으로 파장이 긴 H베타는 그림 1에 F로 표시된 프라운호퍼선이다.

그림 3. 수소 원자에 의한 H알파의 흡수/방출 과정.(출처:채종철/한국천문학회)

H알파와 천문관측

H알파가 천문관측에 유용한 이유

첫째, H알파는 중성 수소 원자에서 나온다. 수소 원자는 우주에 가장 풍부한 원소이다. 둘째, H알파는 수소 원자가 내는 가시광 중에서 가장 강한 빛이다. 전자기파 중에서 가시광 관측이 가장 쉽다. 세째, H알파는 선폭이 매우 넓은 선이다(그림 4). 이는 수소 원자가 가벼워서 원자의 열적 운동이 빨르고, 이에 따라 도플러효과에 의한 선폭증대가 크기 때문이다. H알파는 선폭이 넓기 때문에, H알파를 관측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들기도 쉽다. H알파 필터 관측은 천문학 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그림 4. 태양 H알파 관측 예. 가운데: 고속영상태양분광기(FISS)로 얻은 태양 지역의 H알파스펙트럼 영상. 수평으로는 파장에 따른 변화를, 수직으로는 슬릿을 따라가는 위치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왼쪽: 슬릿 스캔 방식으로 얻은 자료를 써서 만들어 낸 관측 지역의 H알파 영상. 오른쪽: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낸 관측 지역의 연속광 영상 (출처:채종철/한국천문학회)

H알파가 잘 보이는 경우

천문관측에서 H알파의 스펙트럼은 때로는 흡수스펙트럼으로, 때로는 방출스펙트럼으로 보인다.

흡수스펙트럼

H알파가 강한 흡수선으로 보이려면 배경에서 밝은 빛이 비춰야 한다. 별의 대기는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 내부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n=2 상태의 수소 원자가 많아야 한다. 국부열역학적평형에서 성립하는 볼츠만방정식에 의하면 n=1 바닥 상태를 기준으로 n=2 상태 원자가 많으려면, 온도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수소가 모든 전리되어 버리기 때문에, 중성 수소 자체가 결핍되는 문제가 있다. 결국 H알파가 강하게 보이려면 수소 원자들이 전리율이 50% 근처에 있는게 유리하다. 표면의 온도가 8천 K보다는 높고 2만 K 보다는 낮은 별(분광형이 F, A, B형인 별)에서는 이런 조건이 만족되어 H알파가 강한 흡수선으로 잘 보인다. 태양 광구의 H알파 흡수선은 이런 별들에 비해서는 약하다. 태양에서 채층광구에 비해 온도가 높고, 밀도가 낮아, 수소 원자의 전리율도 높아, 광구보다는 H알파가 잘 흡수되거나 방출한다. 그래서 태양의 H 알파 관측은 주로 채층을 보여 준다(그림 4).

방출스펙트럼

H알파가 방출선으로 보이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 배경에서 비추는 밝은 빛이 없어야하며, 플라스마가 희박하고 광학적으로 얇아서 플라스마 자체에 의한 H알파 흡수가 무시할 정도여야 한다. . HII영역이나 태양 홍염은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열역학적평형도 성립하지 않고, 국부열역학적평형도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n=1인 바닥 상태의 수소원자를 n=3 상태로 천이시키는 들뜸 과정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HII영역에서는 뜨거운 중심 항성에서 나오는 빛으로 HII영역의 수소 원자는 광전리되었다가, 재결합하면서 n=3 상태로 천이한다. 이 n=3 수소 원자는 n=2 수소 원자로 천이하면서 H알파를 낸다. 그림 5에 보이는 바와 같이 HII영역 영상이 붉게 보이는 것은 이런 H알파 빛 때문이다.

태양 홍염에서는 광구에서 온 H알파 빛을 n=2 수소 원자가 흡수되면서, n=3 상태로 천이한다. n=3 수소 원자는 n=2 수소 원자로 천이하면서 H알파를 방출한다. 결과적으로 홍염 수소원자에 흡수된 H알파 빛은 방향을 바꾸면서 다시 방출된다. 이런 과정을 원자 산란(atomic scattering)이라고 한다. 이 산란된 H알파 빛 중 관측자에게 향하는 빛은 스펙트럼 상에서 방출선으로 보인다.

그림 5. HII영역의 하나인 장미성운.(출처: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