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적평형

열역학적평형

[ thermodynamic equilibrium ]

약어 TE

열역학적평형(thermodynamic equilibrium)은 닫힌 공간 안에 있는 입자들과 광자들 사이에 반응이 충분히 자주 이루어져서, 통계적인 물리량이 시간과 위치에 따라 변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 공간 안에는 물질과 빛이 있는데, 물질을 이루는 구성원은 각종 입자들이고, 빛을 이루는 구성원은 광자들이다. 구성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종류의 반응은 새 구성원을 생성하기도 하고, 기존 구성원을 소멸하기도 하며, 기존 구성원의 에너지를 바꿔 놓기도 한다. 각 종류의 반응마다 그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역반응이 존재한다. 열역학적평형은 모든 종류별로 반응의 반응률이 그 역반응의 반응률과 같게 되는 상태이다(그림 1).

공간은 닫혀있으므로 열역학적평형을 이루는 공간의 총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또 통계적 물리량도 위치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열역학적평형을 기술하는 가장 중요한 통계적 물리량은 온도이다.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있는 입자들의 에너지 분포와 평균 에너지는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입자들의 에너지 분포는 볼츠만분포를 따르고, 광자들의 에너지 분포는 흑체복사에 적용되는 플랑크법칙을 따른다.

우주에서 열역학적평형을 이루는 공간을 찾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우주에서 완벽하게 열역학적 평형이 성립하는 공간은 사실 없다. 다만 근사적으로 성립하는 공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주에서 일어난는 현상을 기술할 때 실제적으로 유용한 가정은 열역학적평형보다는 국부열역학적평형이다. 국부열역학적평형에서는 온도의 공간적 변화와 열의 흐름을 허용하면서 열역학적평형에서 성립하는 일부 관계식들이 국부적으로 성립한다.

그림 1. 열열학적평형 모형. 닫힌 공간 안에 입자들과 광자들이 존재한다. 전과 후의 상태는 미시적으로 보면 다르나 통계적 물리량은 같다. 같은 시간 동안 반응이 일어나는 회수만큼 그 역반응도 일어난다.(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

목차

열역학적평형의 조건

무엇보다 어떤 공간이 열역학적평형을 이루려면 공간이 닫혀 있어야 한다. 공간의 경계면으로 입자나 광자가 나가지도 말고, 들어오지도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 공간 안에 있는 물질과 빛의 총 에너지는 일정하다.

모든 입자들과 광자들은 반응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반응은 한 개의 입자가 자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며(예: 한 개의 광자로부터 두 개의 입자가 만들어지는 쌍생성, 원자가 자발적으로 광자를 내는 천이 반응), 혹은 입자와 입자의 2체 충돌(예: 전자와 전자가 충돌하여 운동에너지의 재분배가 일어나는 반응, 원자가 자유전자와 충돌하여 들뜨게 되거나 전리되는 반응), 혹은 입자와 광자의 2체 충돌(예: 원자가 광자를 흡수하여 들뜨게 되거나 전리되는 반응) 혹은 입자와 입자 그리고 광자의 3체 충돌(원자핵 주변을 지나가는 자유전자가 광자를 흡수하는 자유-자유 흡수 반응)에 의해 일어난다. 모든 종류의 광자들은 입자들과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떤 광자든지 입자에 의해 흡수될 수 있어야 하며, 또 입자에 의해 방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흑체의 중요한 성질이다. 이런 조건이 만족된다면, 흑체복사는 흑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모든 종류의 반응이 충분히 많이 일어나도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각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은 충돌에 관여하는 입자나 광자의 밀도가 높을수록 짧아진다. 입자나 광자의 밀도가 작으면 반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비평형 상태가 열역학적평형이 되기 위해서 기다려야 하는 최소의 시간은 가장 늦게 진행되는 반응으로 결정된다. 이 반응이 여러 번 일어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열역학적평형이 성립하는 공간은?

실험실에서 열역학적평형 상태를 갖는 공간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다. 실험실용 흑체복사 광원의 내부는 이런 조건을 근사적으로 만족하는 공간이다. 우주에서 열역학적평형 상태에 가장 가까운 공간은 항성의 중심부, 곧 항성심(stellar core)이다. 이곳은 밀도가 매우 높아 밀폐된 공간에 가깝고 반응이 빨리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열 중 일부가 밖으로 새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닫힌 공간이라는 조건을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아, 완전한 열역학적평형 상태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물며 항성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기는 내부열의 상당부분이 빛의 형태로 외부로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열역학적평형과는 거리가 멀다.

우주 전체는 닫힌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주의 팽창 때문에 우주를 구성하는 총 에너지가 일정한지는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시간이 갈수록 입자들과 광자들의 밀도는 매우 낮아 반응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보이는 우주는 열역학적평형 상태와 거리가 멀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은하와 별과 우리가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초기우주는 열역학적평형상태에 매우 가까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2에 보이는 우주배경복사는 우주팽창에 따라 변형된 형태로 남아 있는 초기우주 흑체복사의 화석이다.

그림 2. COBE 관측위성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와 이론적 흑체복사 근사. (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

열역학적평형의 주요 성질

불변, 균일, 등방

미시적으로 보면 구성원들은 개별 반응으로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정의된 통계적인 물리량에는 시간적인 변화가 없다. 가령 온도나 물질의 밀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불변하다. 곧

@@NAMATH_DISPLAY@@ \frac{\partial A }{\partial t} =0 \qquad (1) @@NAMATH_DISPLAY@@

이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A@@NAMATH_INLINE@@는 온도 같은 임의의 통계적 물리량이다. 그런데 이런 물리량이 위치에 따라 변한다면,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물질이나 에너지의 이동이 있어, 온도나 밀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다. 따라서 통계적인 물리량의 공간적인 변화도 없어야 한다. 공간 안의 어느 위치에서나 어느 때나, 온도나 밀도 같은 통계적인 물리량이 똑같다. 균일하다. 곧

@@NAMATH_DISPLAY@@ \nabla A= 0 \qquad (2) @@NAMATH_DISPLAY@@

이다.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방향의 함수인 속도벡터 분포나 복사세기 분포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즉 등방이다.

온도와 에너지 분포

열역학적평형을 이루는 공간의 총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모든 입자들과 광자들의 에너지분포와 평균에너지는 동일한 온도로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입자들의 에너지 분포는 기본적으로 볼츠만방정식으로 기술되는 볼츠만분포를 따른다. 입자들의 운동에너지 또는 속도는 맥스웰볼츠만방정식으로 기술되는 맥스웰분포를 따른다. 입자들의 전리에너지 분포 또는 입자들의 전리도는 사하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다. 열역학적평형을 이루는 공간의 광자들을 흑체복사라고 한다. 흑체복사의 에너지 분포는 플랑크함수 @@NAMATH_INLINE@@ B_\nu(T) @@NAMATH_INLINE@@를 따른다. 곧

@@NAMATH_DISPLAY@@ I_\nu = B_\nu(T) \qquad (3) @@NAMATH_DISPLAY@@

이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I_\nu@@NAMATH_INLINE@@는 광자들의 통계적 물리량인 복사세기를 나타낸다. 흑체복사에는 스테판-볼츠만법칙과 빈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광자들의 에너지 분포는 물질들의 온도로 온전히 기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