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권꼬리

자기권꼬리

[ geomagnetic tail ]

자기권꼬리는 지구 자기권의 한쪽이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구조이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과 태양계 밖의 천체가 내부에서 자체 생성된 자기장을 갖고 있는 경우, 가장 간단한 자기장 구조는 쌍극자(dipole) 자기장 구조이다(그림 1a). 그런데 이 구조의 한쪽의 자기력선들이 꼬리처럼 매우 길게 늘어진 구조를 형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림 1b). 이와 같은 형태를 '자기권꼬리'라고 부른다.

쌍극자 자기장 구조는 그림 1a에서 보인 바와 같이 대체로 둥근 자기력선 형태와 수직축에 대해 대칭적인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의 경우 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태양풍과 행성 자체 대기층의 영향으로 본래의 쌍극자 구조에서 상당히 변형된 구조를 갖는다. 가령 그림 1b에 보인 바와 같이 지구의 경우 태양풍이 불어오는 낮지역(왼쪽)의 자기장은 쌍극자 자기장 구조에 비해 지구 쪽으로 밀려 압축되어 있고, 반대쪽 밤지역(오른쪽)에서는 쌍극자 자기장 구조에 비해 더 늘어진 꼬리 형태를 갖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바로 이 밤지역에서의 자기장 구조를 자기권꼬리라고 한다.

그림 1.(a) 천체의 쌍극자 자기장 구조(b) 천체의 본래 쌍극자 자기장에서 오른편이 꼬리 형태로 변형된 자기장 구조(출처: 최경은, 이대영/천문학회)

목차

관측적 특징

지구 자기권꼬리 구조는 그 동안 많은 위성 관측으로 쌍극자 자기장 구조와 구분되는 여러 물리적 특성이 알려졌다. 지구 표면에 가까운 영역에서는 본래의 쌍극자 자기장 구조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지만, 보통 정지궤도 이상의 고도 밖으로 나가면 밤지역의 자기장은 본격적으로 길게 늘어진 구조를 갖는다. 꼬리 형태가 얼마나 멀리까지 존재하느냐는 태양풍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길게는 수백 @@NAMATH_INLINE@@R_E@@NAMATH_INLINE@@(지구 반경) 까지 존재할 수 있다. 달의 위치가 60@@NAMATH_INLINE@@R_E@@NAMATH_INLINE@@인 것을 생각하면 자기권꼬리 구조의 길이가 얼마나 길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자기권 꼬리는 지구에서 잰 거리에 따라 세 영역으로 나누기도 한다. 대략 정지궤도 고도(6.6@@NAMATH_INLINE@@R_E@@NAMATH_INLINE@@)에서 ~15@@NAMATH_INLINE@@R_E@@NAMATH_INLINE@@정도에 해당하는 거리까지의 영역(가까운꼬리, near-Earth tail), ~15@@NAMATH_INLINE@@R_E@@NAMATH_INLINE@@에서 ~30@@NAMATH_INLINE@@R_E@@NAMATH_INLINE@@까지 해당하는 거리의 영역(중간꼬리, mid-tail), 그리고 그 이상으로 더 먼 지역의 꼬리 영역(먼꼬리, far tail 혹은 distant tail)로 구분 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세 영역마다 발생하는 현상과 우주 물리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매우 심하게 늘어진 꼬리 구조는 적도면을 기준으로 남북 지역(그림 2에서 z=0을 중심으로 위아래 지역)의 자기장 방향이 대략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기하학적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런 경우 적도면 근처는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장이 접해 있으므로 자기장 세기가 매우 약해 수 nT(나노테슬라) 정도이다. 이는 지표면 자기장보다 수만 배 약한 세기이다. 반면 적도면으로부터 위아래로 멀어질수록 오히려 쌍극자 자기장보다 더 강한 자기장 세기를 가질 수 있어, 보통 수십 nT로 관측된다. 정확한 자기장 세기의 값들은 지구에서 잰 거리에 따라, 또한 태양풍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꼬리 지역 자기력선은 닫힌자기력선(closed magnetic field)과 열린자기력선(open magnetic field)으로 구분 될 수 있다(그림 2a 참고). 일반적으로 자기권꼬리는 이 두 영역 모두를 지칭한다. 닫힌자기력선은 중저위도 지표면 지역에서 나가거나 들어오는 자기력선에 해당하여 남반구에서 나온 자기력선이 자기권 적도면을 관통한 뒤 북반구 지표로 들어가는 구조를 갖는다. 열린자기력선 구조에서는 남반구 지표와 북반구 지표를 관통하는 자기력선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태양풍 속으로 뻗어 나간다. 열린자기력선이 닿는 지표면은 상대적으로 고위도 지역이며 자기극관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그림 2a에 보인 바와 같이 열린자기력선이 채운 꼬리 지역을 꼬리부엽(tail lobe)이라고 부르며 자기권 적도면에서 위아래로 수십 @@NAMATH_INLINE@@R_E@@NAMATH_INLINE@@ 정도 떨어진 지역에 해당한다.

자기권꼬리 지역에는 입자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수 keV에 해당하는 뜨거운 플라스마가 존재하는데 주로 닫힌 자기력선 지역에 갇혀 있다. 열린자기력선을 갖는 꼬리 부엽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플라스마가 자기력선을 따라 태양풍 속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관측된다. 닫힌 자기력선 꼬리 영역에 존재하는 플라스마 입자들은 태양풍에서 유입된 것이 대부분이며 일부는 지구 고층대기권으로부터 탈출하여 자기권에 갇힌 것이다.

이론적 해석

자기권꼬리 구조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전기적 전류를 고려하여 이해할 수 있다. 우주 공간의 전류는 주로 태양풍에서 유입된 하전입자들의 운동으로 형성된다. 만약 지구 주변 우주공간이 진공이라면 이러한 우주 전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지구 본체에서 만들어진 본래의 쌍극자 자기장 구조가 우주 공간에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반면 충분한 개별 운동력을 갖는 하전입자가 다수 존재하는 실제의 우주 공간에서는 이러한 하전입자의 운동이 구성하는 우주 전류가 암페어 법칙에 따라 별도의 자기장을 생성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구 자체의 본래 쌍극자 자기장에 합쳐져 최종적으로 변형된 자기장 구조를 만들게 된다. 자기권꼬리 구조는 그림 2a에 보인 것과 같이 꼬리전류가 만든 자기장이 본래의 쌍극자 자기장에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꼬리전류는 동서 방향으로(그림에서 지면으로부터 나오는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를 의미하는데, 얇은 도선이 다수 모여 형성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다. 꼬리전류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기력선 구조는 더욱 꼬리처럼 늘어지고, 그림에서 보인 꼬리부엽에 자기장 세기가 증가한다.

같은 내용을 달리 해석하자면, 꼬리부엽에서 증가된 자기장은 위아래 쪽으로부터 적도면을 향해 자기압력(magnetic pressure)을 가하게 되고 이로 본래의 다소 둥근 형태의 쌍극자 자기장 구조가 납작해진 꼬리 모양으로 변형된다. 한편 적도면 근처 꼬리 공간은 뜨거운 플라스마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외부로 팽창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림 2b에 보인 바와 같이 위아래 꼬리부엽에서 적도면을 향해 누르는 자기압력과 그 반대로 팽창하려는 적도면 플라스마 압력이 경쟁하게 된다. 만약 이 두 힘의 크기가 같으면 수직 방향으로 힘의 평형이 성립한다. 또한 수평 방향으로는 뜨거운 플라스마에 의해 오른쪽으로 팽창하려는 힘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구부러진 자기장이 왼쪽으로(지구 쪽으로) 향하는 자기장력(magnetic tension)을 가하여 플라스마 압력과 힘의 평형 상태를 성립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자기장 힘과 플라스마 압력사이의 평형이 이루어지면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자기권꼬리 구조가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하여 이러한 힘의 평형 상태는 유지되지 못할 수 있고, 그 결과 매우 동력학적인 자기권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 2. 지구 자기권의 밤지역에 존재하는 자기권꼬리 구조.(a) 지구 자기권꼬리를 가로 질러 흐르는 꼬리전류, 꼬리부엽(tail lobe), 열린 자기력선, 닫힌 자기력선 구조에 대한 설명(b) 지구 자기권꼬리 지역에서 작용하는 힘에 대한 설명(출처: 최경은, 이대영/천문학회)

자기권 물리 현상과의 연관성

자기권꼬리는 지구 자기권 및 전리권에 발생하는 우주 환경 현상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먼저, 자기권꼬리는 태양풍 에너지 제공이 충분 할 때 기대할 수 있는데, 주로 행성간자기장(interplanetary magnetic field)과 지구 자기권 자기장이 자기재연결(magnetic reconnection)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자기재연결은 태양을 바라보는 낮지역 공간에서(보통 지구 중심으로부터 10@@NAMATH_INLINE@@R_E@@NAMATH_INLINE@@내외 지점에서) 발생한다. 행성간자기장의 방향과 크기에 따라 자기재연결의 효과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자기권꼬리의 구조와 진화가 결정된다. 자기권꼬리 자기장이 매우 심하게 늘어질수록 더욱 많은 양의 태양풍 에너지가 자기권꼬리 부엽 지역에 축적된 것으로 해석한다. 태양풍의 조건이 매우 강한 경우, 특히 행성간자기장의 방향이 남쪽으로 매우 강한 성분을 갖는 조건인 경우에는 심지어 정지궤도 이내의 고도까지도 자기장 구조가 꼬리 모양으로 늘어질 수 있다. 축적된 에너지는 자기권 내부 넓은 공간에 걸쳐 천천히 순환되거나 혹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어느 임계 시점을 넘길 때 적절한 기작으로 방출된다. 지자기폭풍부폭풍 발생은 자기권꼬리에 축적된 에너지 방출의 대표적 과정이다. 이러한 에너지 방출은 오로라 발광, 정지궤도와 같은 근 지구 우주 공간에서 고에너지 하전입자 다량 생성, 거시 자기권 자기장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동반되는 수백 k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의 플라스마 제트 생성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자기권꼬리는 태양/태양풍과 지구 자기권/전리권 사이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에너지를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방출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