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재연결

자기재연결

[ magnetic reconnection ]

자기재연결은 자화된 플라스마에서 자기력선의 연결 상태가 바뀌면서 자기장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플라스마의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기작이다. 자화되는 플라스마는 마치 자기력선에 꿰인 구슬처럼 자기력선에 묶여(동결, frozen-in), 자기력선과 같이 움직인다. 서로 반대 방향의 지기력선에 동결된 두 플라스마 덩어리가 서로 접근하면, 자기력선들이 아주 좁은 지역(자기확산지역, magnetic diffusion region)에서 만나 끊어져 연결 상태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그림 1 참조). 이 과정에서 자기확산지역에서 열이 발생한다. 또 새롭게 생긴 자기력선들은 강한 자기력을 받아 양 방향으로 플라스마를 가속시킨다. 자기재연결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유출류(outflow)는 유입류(inflow)보다 훨씬 빠르다. 즉, 플라스마가 운동에너지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자기재연결의 구체적 과정은 플라스마의 상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재연결이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들을 거치는지, 또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지를 이론적으로 연구하였다. 특히 밀도가 매우 희박한 플라스마에서 일어나는 자기재연결은 밀도가 높은 플라스마에서 일어나는 자기재연결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밀도가 희박한 플라스마에서는 플라스마 입자 사이의 충돌이 별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의 하전입자는 자기재연결과정에서 매우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경우 자기재연결과정에서 자기장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상대론적 하전입자들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자기재연결이 중요하다고 보여지는 대표적인 현상은 태양 플레어이다. 플레어는 밀도가 희박한 태양 코로나에서 일어나는 자기재연결에 의해 생성된 고에너지 하전입자들이 태양 채층과 충돌하여 일으키는 복잡한 에너지 변환 과정이다. 비슷한 일이 지자기권에서도 일어난다. 지자기권의 밤쪽에서 일어나는 자기재연결로 생성된 고에너지 하전입자들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 부근의 고위도 지역의 고층 대기와 충돌하여 오로라 현상을 일으킨다.

그림 1. 자기재연결의 스윗-파커 모형 동영상. 화살표 딸린 곡선은 자기력선을 나타내고 연두색 사각형은 전류판 또는 자기확산지역, 푸른 점은 자기확산지역으로 유입하는 플라스마, 붉은 점은 자기확산지역에서 유출하는 플라스마를 나타냄.(출처: 채종철)

목차

자기재연결 개념

동결자기장과 확산자기장

자기재연결을 이해하려면 동결자기장과 확산자기장을 알아야 한다. 동결자기장은 전도율이 높고 전류가 약해서 전기 저항이 무시되는 지역의 자기장이다. 이 지역에서 자기장은 마치 구슬을 꿰고 있는 실처럼 플라스마와 묶여있다. 즉 동결된다(frozen-in). 동결자기장의 가장 큰 특징은 플라스마가 움직이면 자기력선도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확산자기장은 전도율이 낮거나 전류가 강하여 전기 저항이 중요한 지역(확산지역, diffusion region)의 자기장이다. 플라스마와 동결되지 않으며, 자기력선이 플라스마와 상관없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자기장이다. 확산지역에서 자기력선은 확산되므로 시간이 갈수록 자기력선 밀도는 줄어들고, 자기장 세기는 약해진다.

스윗-파커 모형

자기재연결의 기본 과정은 그림으로 제시된 스윗-파커 모형(Sweet-Parker model)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플라스마 덩어리가 마주 향해(그림 1에서는 위아래로) 움직이면, 방향이 서로 다른 동결 자기력선들이 좁은 지역에 쌓여, 판 모양의 경계면이 형성되고, 이 판을 따라 강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전류판(current sheet)에서는 전기 저항이 중요해지므로 이 지역의 자기장은 확산자기장이 된다. 이 자기확산지역(magnetic diffusion region)에서는 전류판에 나란한 자기장 성분이 확산되다가, 상대편에서 확산된 성분과 만나 상쇄된다(annihilation). 그 결과 전류판에 나란한 자기장 성분은 없어지게 되고, 오직 전류판에 수직인 자기장 성분만이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전류판에 평행인 역방향 자기력선들이 끊어져 다시 연결되어 전류판에 수직인 역방향 자기력선들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새로 생긴 자기력선들은 자기확산지역의 양 끝에서 빠져 나오며 동결자기장으로 바뀐다. 동결자기장은 초기에 높은 곡률로 굽어져 있었기 때문에 강한 자기장력을 받으며 플라스마를 가속시킨다. 자기확산지역에서 양쪽으로(그림에서는 좌우로) 나오는 이 쌍방향 플라스마 흐름을 자기재연결 제트(reconnection jet)라고 한다.

그림 2. 자기재연결의 펫체크 모형(출처: E. Priest, T. Forbes가 쓴 책 Magnetic Reconnection)

펫체크 모형

펫체크 모형(Petschek model)은 플레어를 유발하는 빠른 자기재연결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나왔다(그림 2 참조). 이 모형에서는 자기확산지역은 매우 작지만 그 주변에 네 개의 느린자기유체충격파(slow-mode shock)가 날개처럼 형성되어 충격파로 진입하는 동결자기장의 자기에너지를 플라스마의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변환 효율이 전체적으로 크게 높아지고, 자기재연결은 스윗-파커 모형에 비해 빠르게 진행된다.

그림 3. 요코 태양관측위성에 탑재된 연엑스선 망원경으로 관측한 태양 엑스선 플레어의 모습. 뽀족한 끝 위 어딘가에 자기재연결 지역이 있을 거로 추정됨.(출처: )

자기재연결 현상들

우주플라스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자기재연결 현상은 태양 플레어(solar flare)이다(그림 3와 4 참조). 플레어는 태양국부 지역이 엑스선, 극자외선, 자외선, 가시광, 전파 영역에서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이다. 플레어에 필요한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코로나에서 일어나는 자기재연결에서 나온다. 그림에 보이는 엑스선 플레어 루프의 뽀족한 위쪽 끝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자기재연결이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플레어는 에너지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방출하기 때문에 위에서 엄급한 스윗-파커 모형으로는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펫체크 모형이 나왔다.

그림 4. 플레어 현상을 설명하는 자기재연결 모습.(출처: )

지자기권에서도 자기재연결이 일어난다. 남쪽으로 향하는 강한 자기장을 운반하는 행성간자기구름이 지자기권을 덮치면 행성간 자기장과 지구 자기장 사이에 자기재연결이 낮쪽 자기권에서 일어난다. 강력한 낮쪽자기재연결(day-side reconnection)은 지자기폭풍의 단초가 된다. 또한 자기재연결은 자기권의 밤쪽에서도 일어난다. 태양풍에 의해 낮쪽에 있던 자기력선들은 밤쪽으로 넘겨져,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길게 늘어져 자기꼬리를 형성한다. 자기꼬리에 자기력선들이 많이 쌓이게 되면 압력을 받아 적도쪽으로 이동하고, 역방향자기력선들이 충돌하는 지역이 생기며, 이 곳에서 자기재연결이 일어난다. 이를 밤쪽 자기재연결(night-side reconnection)이라고 한다.

에너지 변환

자기재연결은 자화된 플라스마계에서 일어나는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과정이다. 자기장은 위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단위 부피 속의 자기 위치 에너지는 자기장의 세기(곧 단위 면적을 통과하는 자기력선 밀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자기재연결 전은 재연결 후보다 자기력선의 밀도가 높으므로 자기 에너지도 높다. 즉 자기재연결은 자기에너지를 소진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그 소진된 에너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에너지의 일부는 고전류밀도 지역에서 열로 바뀌고, 나머지는 플라스마를 가속하는 과정에서 소진된다. 즉 자기재연결은 자기에너지를 플라스마 열에너지와 플라스마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한편 태양플레어를 일으키는 자기재연결처럼, 밀도가 매우 낮은 매질에서 자기재연결이 일어나게 되면,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전자, 양성자의 일부가 개별적으로 가속되어 광속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와 매우 높은 운동 에너지를 갖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입자를 상대론적 입자 또는 비열적 입자라고 한다. 비열적입자들의 수는 작지만, 이들의 총에너지는 자기재연결에서 소진되는 자기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자기재연결에서 비열적입자가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자기재연결 진행속도

플라스마의 유입속도가 높으면 단위 시간에 자기확산지역에 유입되는 자기력선이 많으므로, 자기재연결은 빨리 진행된다. 반면 유출속도는 자기재연결 진행속도에 관계없이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자기재연결에서 나오는 유출 플라스마의 속도 @@NAMATH_INLINE@@v_o@@NAMATH_INLINE@@는 유입 지역의 알펜 속도(Alfven speed)와 비슷한 값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입지역의 플라스마 밀도를 g@@NAMATH_INLINE@@\,@@NAMATH_INLINE@@cm-3 단위로 표시한 양을 ρ라 하고, 자기장 세기를 G 단위로 표시한 양을 @@NAMATH_INLINE@@B_i@@NAMATH_INLINE@@라고 하면, 유입 지역의 알펜 속도는 @@NAMATH_INLINE@@v_{Ai}=B_i/\sqrt{4 \pi \rho}@@NAMATH_INLINE@@와 같다. 즉 유출속도는 @@NAMATH_INLINE@@v_o \simeq v_{Ai}@@NAMATH_INLINE@@이다. 유입지역의 속도를 @@NAMATH_INLINE@@v_i@@NAMATH_INLINE@@라고 하면 자기재연결 진행속도는 유입지역의 알펜마하수 @@NAMATH_INLINE@@M_i \equiv v_i/v_{Ai}@@NAMATH_INLINE@@로 측정한다. 이 값은 대략 유출속도에 대한 유입속도의 비와 비슷한 크기이다. 전통적으로 @@NAMATH_INLINE@@M_i@@NAMATH_INLINE@@ 값이 0.01보다 큰 자기재연결은 빠른 자기재연결, 이보다 작은 재연결은 느린 자기재연결이고 부른다. 유입지역의 속도는 플라스마가 유입되는 주변 환경과 자기확산지역의 물리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위에서 언급한 스윗-파커 모형은 느린 자기재연결의 대표적 모형이고, 펫체크 모형은 빠른 자기재연결의 대표적 모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