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세포

T 세포

[ T cell ]

T세포(T림프구)는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으로, B세포와 함께 적응성 면역의 주축을 이룬다. 조혈모세포에서 만들어진 T세포 전구체가 흉선에서 추가적인 성숙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된다. 전통적으로 크게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으나, 실제로는 더 다양한 유형의 T세포가 존재한다. 이들은 각 하위 유형에 따라 체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T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면역 체계가 전반적으로 무너져 여러 질병에 취약해진다.

목차

특성

백혈구는 크게 골수성 계열(myeloid lineage)과 림프구 계열(lymphoid lineage)로 구분되며, 림프구 계열은 다시 크게 T세포, B세포, 그리고 자연살상세포로 구분된다.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자연살상세포와 달리 T세포와 B세포는 적응성 면역을 담당하며, T세포는 그 중에서도 세포성 면역을 담당한다. 세포성 면역이란 항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체액성 면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세포가 직접 다른 세포를 죽이거나 혹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함으로써 다른 세포의 활성화 및 기능을 조절하는 유형의 면역 반응을 일컫는다.

T세포의 세포막 표면에는 T세포의 활성화를 결정짓는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TCR)가 존재하며, α, β, γ, δ 네 가지 사슬의 조합을 통해 T세포 수용체가 구성된다 (그림 1). 일반적으로 T세포는 α 사슬과 β 사슬이 이종이합체를 이루는 알파-베타 T세포(αβ T cell)를 일컬으며, 이들보다는 드물지만, γ 사슬과 δ 사슬이 이종이합체를 이루는 감마-델타 T세포(γδ T cell)도 존재한다. T세포는 DNA 상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매우 다양한 T세포 수용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로써 거의 무한한 가짓수의 항원(병원체)에 대응이 가능하다.

그림1. T세포 수용체(출처:위키미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2215_Alpha-Beta_T_Cell_Receptor.jpg)

흉선에서 성숙 과정을 거쳐 말초로 빠져 나온 T세포는 아직 적합한 항원과 접촉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무경험 T세포라고 한다. 무경험 T세포는 말초에서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항원과 결합하여 활성화 신호를 받은 이후에야 작동 T세포로 분화하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때, 표면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 상태로 떠다니는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B세포 수용체와는 달리, T세포 수용체는 항원 단백질에서 유래한 펩타이드 조각을 주조직적합성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에 결합된 형태로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T세포는 반드시 MHC를 활용하여 적합한 항원을 제시하는 항원제시세포와 결합하여 활성화단계를 거쳐서 기능하게 된다.

T세포는 공통적으로 T세포 수용체를 만들어내지만, 어떤 공동수용체를 발현하는지, 어떤 전사인자가 주요하게 작동하는지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유형의 T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흉선에서 받는 신호의 차이, 항원제시세포와 상호작용할 때 주고받는 사이토카인의 차이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세포와 마찬가지로, 면역 반응을 마친 T세포는 일부 기억 T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기억 T세포는 적합한 항원을 인식했을 때 활성화되었던 면역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보유한 채로 남아있기 때문에, 동일한 항원에 다시 노출되었을 시 무경험 T세포보다 더 빠르게 활성화되어 신속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면역 기억은 백신이 작동하는 근간이 된다.

종류와 역할

도움 T세포(Helper T cell)

T세포 전구체는 흉선에서 성숙 과정을 거치면서 CD4라고 하는 공동수용체를 단독으로 발현하면서 도움 T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CD4를 보유한 도움 T세포는 항원제시세포가 Ⅱ형 MHC에 제시하는 펩타이드 항원과 결합하여 작동 도움T세포로 분화한다 (그림 2A).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움 T세포는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을 돕고,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다른 면역 세포에게 사이토카인을 분비함으로써 위의 기능을 수행하며, 항원제시세포가 어떤 유형의 항원을 인식하여 도움 T세포에게 신호를 보내는지에 따라 다양한 하위 그룹의 도움 T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바이러스, 미코플라스마와 같이 숙주 세포의 내부에서 활동하는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 이들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TH1 세포로 분화한다. 기생충 등의 세포 외부에서 활동하는 항원 대한 반응은 TH2 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한다.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을 전반적으로 촉진시키는 유형의 TH17 세포와 배중심에서 B세포의 성숙을 촉진하는 TFH 세포도 존재한다. 최근에 이 외에도 TH9, TH22 세포 등 다양한 하위 그룹 유형이 보고되고 있다. 하위 그룹 유형에 따라 분비하는 사이토카인과 핵심 전사인자, 상호작용하는 주요 면역 세포의 종류가 달라진다.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

T세포 전구체는 흉선에서 성숙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수용체 CD8을 단독으로 발현하면서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세포독성 T세포는 T세포 수용체와 CD8을 통해 항원제시세포가 제시하는 Ⅰ형 MHC + 항원 펩타이드 복합체에 결합하여 작동 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한다 (그림 2B). 세포독성 T세포는 TH1 세포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여 제거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 유래 항원 조각을 Ⅰ형 MHC에 제시함으로써 주변에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임을 표지하는데, 이때 세포독성 T세포가 이를 인지하여 작용한다. 세포독성 T세포는 수명을 다하여 세포 대사에 이상이 생긴 세포나 암세포와 같이 비정상적인 증식을 일으키는 세포도 인식하여 제거할 수 있다. 감마인터페론(IFN-γ)을 분비하여 내부 병원체를 제거하는 것을 촉진하는 TH1세포와 달리, 세포독성 T세포는 퍼포린(perforin)과 그랜자임(granzyme) 등을 분비함으로써, 표적이 되는 세포의 삼투압 균형을 파괴하여 세포자살을 유도한다.

그림2.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의 활성화 및 작동 기전(출처:위키미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2219_Pathogen_Presentation.jpg)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흉선에서 성숙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수용체 CD4을 발현하는 세포 중, 도움 T세포와는 달리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유형의 조절 T세포가 존재한다. 흉선에서 자기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들은 음성 선택을 통해 제거되지만, 자기 항원에 반응하면서도 결합력이 너무 강하지는 않은 T세포들 중 일부는 전사 인자인 Foxp3 (Forkhead box P3)를 발현하면서 조절 T세포로 분화한다. 조절 T세포는 자기 항원에 반응성을 띠는 T세포가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T세포가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를 빼앗거나, 면역 반응을 억제시키는 인터루킨-10(Interluekin-10, IL-10)을 분비함으로써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혹은 세포독성 T세포와 유사한 방식으로 퍼포린과 그랜자임을 분비함으로써 표적이 되는 T세포의 세포 자살을 유도하기도 하며, 항원제시세포가 다른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전을 통해 조절 T세포는 자기 항원에 대한 면역 관용을 유지한다. 최근에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알러지 질환이나 자가면역성 질환 등이 면역 시스템의 과활성화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이를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흉선에서 Foxp3를 발현하며 성숙한 조절 T세포와 달리, 무경험 T세포가 말초에서 항원을 만나 Foxp3를 발현하게 됨으로써 분화하는 유형의 조절 T세포도 존재한다.

감마-델타 T세포(gd T cell)

이들은 T세포 수용체 사슬 중 γ 사슬과 δ 사슬이 이종이합체를 이루면서 형성되는 T세포이다. 이들은 알파-베타 T세포와 마찬가지로 흉선에서 성숙하지만, 알파-베타 T세포와는 다른 분화 경로를 거친다. 이들은 알파-베타 T세포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혈액이나 림프기관에 존재하나, 폐와 장 등에 존재하는 점막 조직에서는 그 비율이 증가한다. 알파-베타 T세포보다 제한적인 T세포 수용체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기능적으로 적응성 면역과 선천적 면역의 중간 형태인 면역 반응을 나타낸다. 

자연살상 T세포(Natural killer T cell, NKT cell)

이들은 T세포 수용체를 발현하면서도 동시에 자연살상세포의 마커를 일부 발현하는 유형의 T세포이다. 이들은 알파-베타 T세포 수용체를 가지나, 감마-델타 T세포와 비슷하게 제한적인 T세포 수용체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Ⅰ형 MHC 혹은 Ⅱ형 MHC에 제시되는 펩타이드 항원 조각을 인식하는 일반 T세포와 달리, 자연살상 T세포는 CD1d라고 불리는 비고전적 MHC에 제시되는 지질이나 당지질 계열의 항원 조각을 인식한다. 미생물의 지질성 항원을 인식하여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간이나 지방조직에 있는 지질성 자기 항원에 반응하여 주변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도 한다.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양상에 따라 유형 1 자연살상 T세포와 유형 2 자연살상 T세포로 구분할 수 있다.

관련 질병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AIDS)

이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감염되었을 때 발병하는 질병으로, 일반인에게는 AIDS라고 하는 병명으로 더 익숙하다. HIV는 gp120이라고 하는 당단백질을 통해 도움 T세포의 CD4와 결합함으로써 이들 T세포를 감염시킨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의 경우, 도움 T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일상 수준에서 접하는 수준의 병원균에도 저항하지 못해 감염성 질병에 취약해지며, 치료 속도도 매우 더디다. 대식세포가 식세포작용을 통해 흡수한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TH1 세포의 도움이 필요한데,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의 경우 TH1 세포가 줄어들어 이를 촉진할 수 없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는 감염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도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이 같은 사례는 도움 T세포가 신체 면역력을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방증한다. 

암은 체내의 특정 세포가 이상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의 총칭이다. 암세포가 특정 장기에 자리잡아 성장함에 따라 해당 장기는 점차 기능이 저하되고,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경우, 전신적으로 신체 기능이 망가져 사망에까지 이른다. 돌연변이를 동반하는 암의 경우, 돌연변이 단백질에서 유래한 펩타이드 항원 조각이 Ⅰ형 MHC에 제시되어 세포독성 T세포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T세포가 결핍된 중증복합면역결핍증 환자나 T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에게서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통해 T세포가 암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면역 세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T세포에 의한 면역 반응을 극복한 만성 형태의 암은 주변에 T세포가 존재하더라도 증식하며, 이러한 현상은 T세포의 기능소실에 기인한다. 현재 T세포의 기능소실을 극복함으로써 암을 제거하려는 3세대 항암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암세포 주변에 조절 T세포가 침투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질환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시스템이 자기 항원에 반응함으로써 신체를 공격하는 유형의 질환이다. 우리 몸은 흉선에서 자기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를 음성선택을 통해 제거하거나, 조절 T세포로 유도함으로써 면역 관용을 유지한다. 자기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가 일부 음성선택을 피해 말초로 유입되더라도, 정교한 말초성 면역관용에 의해 자가면역질환은 예방된다. 하지만 흉선에서 음성선택 능력이 저하되거나 조절 T세포가 줄어드는 경우, 혹은 다양한 유전적 결함에 의해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전적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류머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크론병 등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에 속한다.

관련용어

세포성 면역, 흉선, 주조직적합성복합체, 보조 T세포, 세포독성 T세포

참고문헌

Kuby Immunology (7th ed.) (2013)

Janeway’s Immunobiology (9th ed.) (2016)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