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유전자

대립유전자

[ allele ]

대립 유전자 (allele)은 특정 유전자 (gene)의 존재 형태를 의미한다. 대립유전자 (allele)이라는 단어는 "allelomorph(allelo: other + morph: form. 즉, 다른 형태)"라는 단어의 약자이다. 이는 멘델의 법칙을 재발견한 3인 중 한 명인 William Bateson이 처음으로 사용한 이후 현재까지 유전학의 주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복수의 대립유전자가 여러가지의 표현형(phenotype)을 나타낼 수 있는데 그레고리 멘델 (Gregor Mendel)이 여러가지 표현형을 나타내는 대립유전자를 실험적으로 연구한 것이 시초이다. 예를 들어 완두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대립유전자의 차이가 노란색 혹은 초록색을 나타내게 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아마도 A, B, O 혈액형일 것이다 (그림 1).

그림 1. ABO 혈액형 시스템(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ABO_blood_group_system#/media/File:ABO_blood_type.svg )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은 두 세트의 염색체가 있으며 이들을 이배체 (diploid)라고 한다. 이배체가 가지고 있는 같은 형태의 쌍으로 존재하는 두 개의 염색체를 상동염색체 (homologous chromosome)라고 한다. 상동 염색체 상의 유전자에 있는 두 대립유전자가 동일한 경우를 동형접합체 (homozygote)라고 하며, 혈액형의 예로는 AA, BB, OO형이 이에 해당한다. 두 대립유전자가 다른 경우를 이형접합체 (heterozygote)라 하며, 혈액형의 예로는 AO, BO, AB형이 이에 해당한다.

목차

우성(dominant)과 열성(recessive) 대립유전자

유전자의 두 대립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많은 경우 우성 (dominant)과 열성 (recessive)의 관계로 존재한다. 우성과 열성은 서로 다른 표현형을 가지는 두 가지 동형접합체 사이에서 생성된 이형접합체가 어떠한 동형접합체의 표현형을 보이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이형접합체가 표현형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우성, 나타내지 않는 유전자가 열성이다. 멘델의 실험을 예로 들자면 동형접합체인 노란색 완두와 동형접합체인 초록색 완두 사이에서 생성된 이형접합체가 노란색을 나타냈으므로 노란색 표현형에 대한 대립유전자가 우성, 초록색에 대한 대립유전자가 열성이 된다. 유전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우성은 대문자 알파벳, 열성은 소문자 알파벳을 사용한다. 멘델의 완두색의 경우 노란색 대립유전자가 Y, 초록색 대립유전자가 y이며 노란색 동형접합체는 YY, 초록색 동형접합체는 yy, 노란색을 나타내는 이형접합체는 Yy로 기술한다.

대립유전자의 관계는 우성과 열성으로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과 B형 혈액형의 경우는 우성 열성 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A와 B의 이형접합체는 A와 B의 두 가지 표현형을 다 지니고 있는 AB형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를 공동우성 (codominance)이라고 한다. 카네이션의 경우엔 붉은색과 흰색 대립유전자의 이형접합체는 중간색인 분홍색을 나타내는데 이 경우는 불완전 우성 (incomplete dominance)이라고 한다.

우성과 열성의 한국어 사용에서 매우 주의해야 할 사항은 우성이 우월 (우수)함(superior)이 아닌 형질 표현형적 우성 (dominant), 열성이 열등(하등)함(inferior)이 아닌 형질 표현형적 열성 (recessive)이라는 점이다. 즉, 유전학의 우성과 열성은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 등의 인간이 정한 가치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이형접합에서 표현형이 나타나는지 아닌지의 자연법칙 현상으로만 결정되는 용어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형질 표현형적 우성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개체를 우월 (우수 superior)하게 하거나, 반대로 형질 표현형적 열성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개체를 열등 (하등 inferior)하게 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생형(wild-type)과 돌연변이(mutant) 대립유전자

야생형 (wild-type) 대립유전자는 자연상에서 전형적으로 절대 다수 (대략 99% 이상)를 차지하는 대립유전자를 의미한다. 야생형과 반대의 개념으로 희귀하게 (대략 1% 이하) 나타나는 경우 돌연변이(mutant) 유전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는 진홍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토마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은 20세기 초에 흰색 눈의 희귀한 초파리를 발견한다. 이 경우 초파리 눈의 색소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유전자 white의 돌연변이 대립유전자가 흰색 눈의 표현형을 나타낸 것이며, 진홍색 눈의 절대 다수의 초파리는 야생형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많은 경우 야생형 대립유전자가 우성, 돌연변이 대립유전자가 열성이지만 우성인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도 존재한다. 야생형과 돌연변이는 군집 안에서 다수(흔함)와 소수(희귀함)를 차지하는 대립유전자의 개념을 유전학적으로 정의한 것이며, 우성과 열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수라서 혹은 희귀해서 좋거나(옳거나), 소수라서 혹은 흔해서 나쁨(그릇됨)과 같은 가치가 개입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군집 속에서 돌연변이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많아져 더 이상 희귀하지 않게 되는 경우엔 야생형 중 하나의 유전자로 존재하게 되므로 특정한 유전자에 대한 야생형과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다중 대립유전자 (multiple alleles)

개체의 군집 속에서 하나의 유전자에 대해 대개 다수의 대립유전자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ABO 혈액형의 경우만 봐도 두 가지가 아닌 적어도 세 가지의 대립유전자가 존재함을 알 수 있으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대립유전자가 존재한다. 즉, 고전 유전학 연구에서 사용된 두 가지 대립유전자(예, 멘델의 노란색과 초록색 완두, 모건의 진홍색과 흰색의 초파리 눈 색깔)은 실험에서 사용한 단순화된 경우이며 실제로는 하나의 유전자가 다중의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하나 이상의 대립유전자들이 야생형으로 존재하는 경우 (예를 들어 A,B,O 혈액형은 모두 야생형 대립유전자임)를 다형성 (polymorphism)이라고 하는데, 단일뉴클레오티드 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주어진 한 유전자에 대하여 지극히 많은 다중 대립유전자의 존재도 가능하다.

관련용어

유전자(gene), 이배체(diploid), 염색체(chromosome), 상동염색체(homologous chromosome), 동형접합체(homozygote), 이형접합체(heterozygote), 우성(dominant), 열성(recessive), 공동우성(codominance), 불완전 우성(incomplete dominance), 야생형(wild-type), 돌연변이(mutant), 다중 대립유전자 (multiple alleles), 다형성(polymorphism), 단일뉴클레오티드 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참고문헌

Genetics 5/E: From Genes to Genomes (Hartwell et al., McGraw-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