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형성

다형성 (polymorphism)은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한다’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학문 분야에 따라서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고전 생물학에서는 어떤 종의 군집 내에서 확연하게 다른 형태가 둘 또는 그 이상 존재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생명체의 다양성을 나타나는 말이다. 이에 비해 유전학에서 말하는 다형성은 어떤 군집 내에서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분자생물학에서는 DNA 혹은 아미노산의 서열에서의 차이, 어떤 분자의 성질이나 기능에서의 차이를 말할 때 다형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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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형성은 ‘여러 개’를 의미하는 ‘poly’ (이 단어는 그리스어의 polus, polloi에서 기원하였다)와 ‘어떤 특정한 형태’를 의미하는 ‘morph’ (이 단어는 그리스어의 morphē에서 기원하였다)와 ‘… 의 결과’를 의미하는 접미사 ‘ism’이 합쳐진 말이다. 즉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polymorphim이라는 말을 다형성 (多形性)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한다.

같은 유전형에서부터 서로 다른 형태가 만들어질 때 다형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형태란 일반적으로 표현형을 말한다. 사실 다형성은 자연계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가장 흔한 사례는 고등 생명체의 암컷과 수컷이다. 같은 유전형을 갖고 있지만 표현형이 다른 두 가지 형태가 나타난다. 이렇게 성이 2가지 형태로 나눠지는 것을 성적 이형성 (sexual dimorphism, 性的二形性)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의 ABO 혈액형도 다형성의 사례 중의 하나이다. 사람이라는 같은 유전형으로부터 서로 다른 혈액형 (A형, B형, O형, AB형)이 만들어진다.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에서는 유전형 (genotype)에서 관찰되는 특정한 돌연변이 (mutation)를 지칭할 때 다형성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다형성은 표현형의 차이가 있는 경우를 말하지만,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에서는 표현형의 차이가  없고 DNA 서열에만 차이가 있어도 이를 다형성이라고 부른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단일 염기 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줄여서 SNP이라고 한다)이다. 이 단일 염기 다형성은 유전체 (genome)에서 특정한 위치에 염기서열이 다른 경우를 칭하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어떤 초파리의 유전체 (genome)에 어떤 위치에 티민 (T)을 갖고 있는데, 다른 초파리는 해당 위치에 구아닌 (G)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를 해당 염기 자리에 SNP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DNA 염기서열의 차이는 아미노산 서열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현형의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DNA 염기서열 하나만 바뀌어도 표현형의 차이를 일으키는 예는 헤모글로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DNA에 CTT가 CAT로 바뀌게 되면 아미노산이 글루탐산 (Glu)에서 발린 (Val)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변화는 헤모글로빈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비정상 헤모글로빈으로 바뀌게 된다 (그림 2).

그림 2. 단일 염기 다형성 (SNP)에 의해 일어나는 헤모글로빈의 서열 변화.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은 Glu를 갖고 있는데, 비정상 헤모글로빈은 Val을 갖고 있다.()

다형성을 검출하는 기법으로는 제한효소 단편 길이 다형성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줄여서 RFLP라고 한다)이나, 증폭 단편 길이 다형성 (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줄여서 AFLP라고 한다)등의 방법이 있다.

Hartwell, Hood, Goldberg, Reynolds, Silver, Veres (2008) Genetics: from genes to genomes. 3^rd edition. McGraw-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