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효소

제한효소

[ Restriction enzyme ]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의 정식명칭은 제한핵산내부가수분해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이다. 1960년대에 베르너 아르버(Werner Arber)와 매튜 매셀슨(Matthew Messelson)은 대장균 박테리아가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하여 감염성을 보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발견하고, DNA 절단 효소에 "제한효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한효소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박테리아의 감염체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제한효소는 DNA를 핵산말단가수분해효소(exonulease)와 같이 바깥부터 자르지 않고 DNA의 안쪽을 절단하므로 제한핵산내부가수분해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 endo는 ‘내부’를 의미한다)라 한다. 제한효소는 원하는 염기서열의 DNA를 자를 수 있어 실험실에서 DNA를 변형시키거나 클로닝에 많이 이용되어 재조합DNA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약 3,000여 가지의 제한효소가 발견되었고, 이중 600 종류는 유전공학회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제한효소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재조합DNA기술을 발전시킨 공로로 베르너 아르버, 해밀톤 스미스, 다니엘 네이선스는 1978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제한효소의 명명

1970년에 해밀톤 스미스(Hamilton Smith)와 탐 켈리(Tom Kelly)는 Haemophillus influenzae 박테리아에서 제한효소를 추출하여 HindIII라 명명하였다. 각각의 제한효소는 추출한 박테리아의 이름(학명)을 따서 명명한다. 예를 들어 HindIII는 Haemophillus influenzae에서 유래하였고, EcoRI은 대장균 Escherichia coli에서 유래하였고, BamHI은 Bacillus amyloliquefaciens에서 유래하였다. EcoRI에서 E는 속(genus)명에서 유래하였고, co는 종(species)명에서 유래하였다. R은 RY13 균주에서 유래한 것이고, I은 이 박테리아에서 가장 먼저 추출한 제한효소를 의미한다.

제한효소의 종류

1형 제한효소

1형 제한효소는 인식하는 염기서열로부터 약 1,000 뉴클레오티드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DNA를 절단한다. 이 제한효소가 인식하는 염기서열은 비대칭적으로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부분은 3-4 뉴클레오티드이고, 다른 부분은 4-5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제한효소에 의하여 절단된 DNA는 전좌(translocation)에 이용된다.

2형 제한효소

DNA재조합기술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제한효소는 2형 제한효소이다. HindIII, EcoRI, BamHI이 모두 2형 제한효소이다. 이 효소는 4-8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된 회문적인 염기서열(palindrome)을 인식하여 DNA를 절단한다. 이 제한효소의 보조인자로 Mg2+이 필요하므로 실험실에서 제한효소로 DNA를 절단할 때는 항상 완충용액(buffer)에 Mg2+를 첨가해야한다.

3형 제한효소

3형 제한효소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위치한 5-6 뉴클레오티드를 가진 비회문적인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인식 염기서열로부터 20-30 염기쌍 떨어진 곳을 절단한다. 

4형 제한효소

4형 제한효소는 메틸화된 DNA를 인식하여 절단한다.

5형 제한효소

5형 제한효소는 최근에 발견된 CRISPR의 Cas9-gRNA 복합체로 가이드 RNA를 이용하여 침입한 DNA의 비회문적인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DNA를 절단한다. 적절한 가이드RNA가 제공되면 다양한 길이의 DNA를 자를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쉽게 편집할 수 있어 "유전자가위"로 불리며 유전공학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제한효소의 절단

제한효소는 특정한 염기서열을 가진 DNA를 절단한다. 제한효소가 인식하는 염기서열은 4-8 염기쌍으로 인식하는 염기쌍의 길이가 DNA 상에서 제한효소 인식부위의 빈도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4 염기쌍을 인식하는 제한효소는 44 = 256 염기마다, 6 염기쌍을 인식하는 제한효소는 46 = 4,096 염기마다, 8 염기쌍을 인식하는 제한효소는 48 = 65,536 염기마다 DNA를 절단한다.

제한효소의 인식부위는 대개 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염기서열이 동일한 대칭적인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어 회문(palindrome)이라 한다. 예를 들어 HindIII가 인식하는 염기서열은 5‘-AAGCTT-3’/3’-TTCGAA-5’로 5‘에서 3’ 방향으로 염기서열을 읽으면 동일하다.

제한효소가 DNA를 절단하면 잘린 부위를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점착성 말단(sticky end)으로 잘린 부위의 DNA는 엇갈리게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비점착성 말단(blunt end)으로 잘린 부위는 말단의 위치가 동일하다.

점착성 말단

DNA를 HindIII 제한효소로 자르면 절단부위는 그림 1과 같이 DNA 이중가닥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잘린 부위는 5‘ 말단에 네 개의 뉴클레오티드가 돌출되어 있어 나중에 DNA를 연결효소(ligase)로 붙일 때 뉴클레오티드 사이에 수소결합이 일어나 연결이 용이하다. 이러한 구조를 점착성 말단(sticky end)라 한다.

비점착성 말단

DNA를 HaeIII로 자르면 절단부위는 그림 1과 같이 나타난다. 잘린 부위는 5‘ 말단이나 3’ 말단이나 모두 돌출된 뉴클레오티드가 없다. 이러한 구조를 비점착성 말단(blunt end)한다. 이 경우 연결효소로 DNA를 붙일 때 조금 더 어렵다.

그림 1. DNA를 여러 제한효소로 자를 때 생기는 DNA 이중가닥의 구조.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제한-변형체계(Restriction-modification system)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한효소가 필요하다면 박테리아 자신의 DNA가 제한효소에 의하여 분해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제한-변형체계, 또는 R-M체계(R-M system)이다. 박테리아아의 모든 제한효소는 동일한 염기서열의 DNA를 인식하고 메틸화시키는 메틸화효소를 가지고 있다. DNA가 메틸화되면 제한효소는 DNA를 분해하지 못한다.

DNA가 복제되면 어떻게 될까? DNA가 복제되면 주형 DNA는 메틸화되어 있지만 딸가닥은 메틸화되어 있지 않다. DNA의 한 가닥만 메틸화 되어 있어도 제한효소는DNA를 분해하지 못한다. 이후 메틸화효소가 자신이 인식하는 염기서열의 DNA를 메틸화하여 DNA를 제한효소로부터 보호한다. 

제한효소의 응용

제한효소는 재조합DNA기술의 필수효소이다. 유전자를 클로닝하기 위해서는 플라스미드 벡터를 적절한 제한효소로 자른 후 자른 부위에 유전자를 클로닝해야 한다. PCR로 증폭한 DNA도 클로닝하기 위하여 적절한 제한효소로 잘라야 한다. DNA의 유전자형(genotype)을 염기서열을 결정하지 않고 쉽게 구별하는 데에도 제한효소를 이용한다. DNA 지문감식법(DNA fingerprinting)에서도 DNA를 제한효소로 자른 후 전기영동법을 이용하여 DNA 절편을 분리하여 조사한다.

관련용어

제한내부가수분해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 회문(palindrome), 점착성 말단(sticky end), 비점착성 말단(blunt end), 제한-변형체계(restriction-modification system), R-M 체계(R-M system).

참고문헌

분자생물학 (Weaver저, 5판, 라이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