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목차

도메인이라는 용어는 컴퓨터에서 흔하게 사용되었는데 인터넷 상의 주소를 숫자대신 알기 쉬운 영문으로 표기한 것을 말한다. 즉 어느 특정 주소, 영역, 집단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도메인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 우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체를 나누는 (묶는) 방법은 20세기 중반에 확립된 five kingdom (5개의 계)이다. 이 분류방법은 생물을 동물, 식물, 원생생물, 진균, 그리고 세균으로 나눈다. 잘 알다시피 외형, 독특한 생리적 특성, 크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분류한 것이며 지금도 유효하다. 1980년 대에 들어와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분자생물학 수준으로 각 생물집단이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생화학 반응을 분석한 결과 진균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많은 생화학 대사반응이 사람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 5개 생물계에 속하는 생물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분석하면 1) 유전물질인 염색체가 인지질로 구성된 단위막으로 둘러싸인 핵 안에 있는가, 아니면 2) 세포질에 노출된 상태로 있는가 하는 두 가지의 세포로 나눌 수 있는데, 동물, 식물, 원생생물과 진균계 모두 1)에 속하는 진핵세포로 구성되었고, 세균계만 2)에 속하는 원핵세포로 구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1960년대부터 이제까지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은 없겠지" 했던 장소를 탐색한 결과 다양한 원핵세포들이 서식하는 것이 발표되었다. 그들의 미세구조가 원핵세포이고, 생존환경이 마치 지구 탄생 초기의 상태와 비슷하였기에 오래 되었다는 의미로 "고균(Archaea)"이라고 불렀다 (후에 ‘고균’으로 정리됨).

고균의 미세구조뿐만 아니라 세포벽과 세포막 구성성분,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데에 필요한 다양한 대사기능, 그리고 유전자의 구조 및 발현방식을 분석하였고, 이들이 원핵세포이지만 세균과는 다른 세포벽 구성을 가졌고, 일반적인 세포의 세포막과는 다른 구성의 성분이 있으며, 가장 큰 차이는 유전자의 구조와 발현 방식이 세균과 다른 것이었다. 원핵세포와 달리 진핵세포, 특히 고등한 진핵세포 생물체의 유전자는 exon과 intron이라는 DNA 조각이 하나의 유전자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Intron은 핵 안에서 전사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1차 전령 RNA (mRNA)에는 DNA의 모든 염기가 복사되어 있으나 곧바로 intron이라는 부분이 절단되어 제거되고 exon 부분만 본래의 순서대로 재배열되어 세포질로 이동되며, 그 exon 부분의 정보가 단백질로 구체화 된다. 세균에는 이러한 intron이라는 DNA 조각이 없으나 고균에는 존재할 뿐만 아니라 RNA를 합성하는 RNA 중합효소도 세균과는 구성이 전혀 다르고 진핵세포와 거의 유사하다. 또한 세균의 리보좀(ribosome)을 공격하여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생장을 억제하는 (또는 죽이는) 항생물질들이 고균에게는 작용하지 못하는 등 원핵세포 구조를 가진 것 외에는 세균과는 매우 다른 다양한 특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5개의 계 (kingdom)로 구분하던 분류 방법의 상위 개념으로 도메인(domain)이라는 분류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으며, 지구의 생물은 모든 진핵세포 생물체 집합인 Eukarya, 세균 집단인 Bacteria, 그리고 고균 집단인 Archaea의 세 개의 도메인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그림 1). 결과적으로 동물과 식물, 원생생물, 그리고 진균은 외형과 크기 및 생화학적 대사가 다르지만 분자수준에서 유전자 구조 및 중요한 단백질의 구성 등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하나의 집단으로 묶은 것이다.

그림 1. 생명의 나무. Ribosomal RNA의 염기서열 비교를 통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계통 (연관) 관계를 보여준다. Bacteria, Archaea, Eukarya 등 세 도메인의 존재, 그 안에 속한 대표생물의 연관관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세균과 유사함을 보여준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그림 2. 지구 상 생물의 대분류. 지구 상의 모든 생물들은 세균, 고균, 진핵생물이라는 3개의 큰 도메인에 속한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최형태/강원대학교

노정혜/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