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대사 억제

이화대사 억제

[ catabolite repression ]

약어 CCR

우리말로는 분해대사물 억제라고도 하지만, 이화대사 억제 또는 분해대사 억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다양한 탄소원이 섞여 있을 때 이들 중에서 기질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 선호되는 탄소원이 존재할 때 다른 탄소원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수송 단백질 및 대사 효소의 발현과 활성이 억제된다. 이러한 조절메커니즘을 탄소이화대사 억제(carbon catabolite repression, CCR) 또는 그냥 간단하게 이화대사 억제 (catabolite repression)라고 하는데,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전사나 단백질합성의 조절 또는 수송 단백질 및 대사효소의 활성 억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이 된다. CCR은 여러 병원성 세균에서는 독성인자의 발현을 조절하기도 하기 때문에 미생물에서 매우 중요한 조절계 중의 하나이다. 

목차

포도당 효과(glucose effect)와 이화대사 억제

이화대사 억제 현상을 통해 미생물은 선호되는(혹은 빨리 대사가 가능한) 탄소 및 에너지원이 존재하면 필요 없는 유전자의 발현을 막음으로써 쓸데 없는 에너지의 대사를 막고 효율적으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절장치이다. 대개는 다양한 탄소원이 한꺼번에 존재할 때 가장 선호되는 탄소원에 의해 다른 탄소원의 대사에 필요한 효소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포도당에 의한 다른 탄소원의 이화대사 억제현상으로 처음 관찰이 되었기 때문에 가끔 포도당 효과(glucose effect)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포도당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장 선호되는 탄소원이 덜 선호되는 탄소원의 이화대사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해 1961년 하바드 대학의 Boris Magasanik교수가 이화대사 억제(catabolite repression)로 명명을 하였다.1) 동물과 식물에서도 포도당에 의해 다른 탄소원의 이화대사가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되지만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지 않았고 주로 미생물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연구가 되었다. 그람음성세균 중에서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되었고, 그람양성세균 중에서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 진핵생물에서는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이들 대표적인 미생물에서 알려진 CCR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대장균에서의 이화대사 억제

이화대사 억제 현상은 대장균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다. 특히 포도당과 락토스가 존재할 때 포도당에 의해 락토스의 대사가 억제되는 현상으로부터 Jacques Monod는 락토스 오페론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포도당과 락토스가 존재하는 배지에 대장균을 배양하면 포도당을 모두 소모하기 전에는 락토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장균에서 락토스에 대한 포도당의 선호현상의 자세한 메커니즘은 "락토스 오페론"을 참고하기 바란다. 대장균은 모든 탄소원 중에서 포도당을 가장 선호한다. 대장균에서의 이화대사 억제 현상은 대부분 당수송 인산전달계(phosphoenolpyruvate: sugar phosphotransferase system 혹은 약자로 PTS)에 의해 수행이 된다. 특히 당수송 PTS구성단백질 중에서 enzyme IIAGlc(EIIAGlc)가 대장균의 이화대사 억제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2)

대장균을 비롯한 대부분의 세균에서 포도당의 수송은 당수송 PTS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PTS는 대부분의 당의 수송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enzyme I(EI)과 HPr, 그리고 당 특이성을 보이는 여러 개의 enzyme II(EII)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각의 EII는 EIIA, EIIB 및 EIIC로 대개 구성이 되어 있다(그림1 참조). 포도당이 수송될 때 PTS 구성 단백질들은 탈인산화가 되는 반면 다른 방법으로 수송이 되는 탄소원이 존재할 경우에는 PTS 구성 단백질들은 인산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PTS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포도당 특이적인 EIIAGlc는 포도당 수송에 의해 탈인산화가 된 경우 락토스 수송단백질 뿐 아니라 melibiose permease나 raffinose permease와 같은 다양한 수송단백질을 방해하여 전사유도물질(inducer)의 유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글리세롤 대사의 첫 반응을 담당하는 glycerol kinase를 방해하여 글리세롤 대사에 필요한 오페론의 전사도 방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inducer exclusion이라고 한다.2) 

그림 1. 대장균(E. coli)에서의 inducer exclusion의 예. (출처: 석영재/서울대)

따라서 포도당이 존재하면 첫째는 전사유도물질의 유입을 방해하는 ‘inducer exclusion’으로 인해서 다른 탄소원이 존재하더라도 이화대사에 필요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일어나지 않아 대사가 억제 된다.

둘째는 CRP 단백질은 cAMP의 농도가 높을 때 cAMP-CRP 복합체의 형태로 비선호 탄소원 대사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cAMP는 포도당이 존재하면 농도가 감소하고 포도당이 없으면 증가한다. 포도당이 모두 소모되면 인산화된 EIIAGlc가 cAMP의 합성을 촉진시켜 cAMP-CRP 복합체는 비선호 탄소원 대사 효소의 발현을 유도한다. 포도당이 존재하면 EIIAGlc가 탈인산화가 되어 cAMP의 합성을 촉진하지 못하게 되어 이들 대사효소의 발현유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induction prevention이라고도 한다(락토스 오페론 참고).

이와 같이 포도당이 존재할 때 이화대사 억제현상은 inducer exclusion과 induction prevention으로 주로 설명이 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설명을 할 수 없는 이화대사 억제 현상도 많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고초균에서의 이화대사 억제

그림2. 고초균(Bacillus subtilis)에서의 이화대사 억제 메커니즘. (출처: 석영재,박소영/서울대)

고초균을 포함하는 후벽세포에서도 포도당이 다른 탄소원에 비해 선호되어 이화대사 억제현상이 나타난다. 고초균의 HPr은 EI에 의해 15번째 아미노산인 Histidine과 HPrK라는 단백질에 의해 46번째 아미노산인 Serine에도 인산화가 일어날 수 있다. Ser46의 인산화는 세포내의 fructose-1,6-bisphosphate (FBP)와 ATP의 농도가 높을 때 일어나는데, 선호되는 당이 존재할 때 이 화합물들의 농도가 높아진다. Ser46에 인산화가 된 HPr은 CcpA 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하여 DNA에 결합함으로써 비선호 탄소원의 이화대사에 필요한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한다. 포도당이 없을 때는 His15에 인산화가 되어 glycerol kinase와 PTS 조절 부위(PRD)를 갖는 전사촉진인자들을 인산화 시켜서 비선화 탄소원들의 이화대사가 일어날 수 있게 된다.

효모에서의 이화대사 억제

출아효모인 Saccharomyces cerevisiae가 가장 선호하는 탄소 및 에너지원도 역시 포도당이다. 비록 효모세포는 다양한 탄소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포도당이 존재하면 다른 탄소원의 사용에 필요한 대사 활성들을 억제한다. 포도당의 이러한 효과는 다양한 신호전달 및 대사 상호작용의 조정을 통해 주로 전사 조절단계에서 일어나지만 전사 후 혹은 판독 후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포도당에 의한 이화대사 억제는 탄소원의 사용과 에너지 발생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의 단백질의 조절을 포함하는데, 이 과정에서 Snf3/Rgt2 단백질 센서와 Snf1 kinase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 효모 세포는 가용한 포도당의 농도에 반응하여 분자 및 세포활성을 조절하기 떼문에 포도당 신호에 따라 탄소대사를 매우 엄격하게 조절한다. 포도당의 적절한 수송은 환경에 존재하는 포도당의 농도에 가장 적절한 6탄당 수송단백질 (HXT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Snf3/Rgt2 신호전달경로를 유도함으로써 시작된다. Snf1은 포도당이 탄소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조절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포도당이 존재하면 Snf1 kinase가 불활성화가 되어 호흡과 비발효당의 사용에 필요한 다양한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한다. 하지만, 포도당이 소모되면, Snf1은 활성을 회복하여 다양한 단백질들을 인산화시켜서 포도당에 의한 이화대사 억제를 차단하며 다른 탄소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는데 필요한 메커니즘을 활성화 시킨다.

비록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해 효모에서의 포도당에 의한 이화대사 억제에 있어서 Snf1의 중요성이 많이 밝혀졌지만 아직 효모에서의 이화대사 억제에 대해 밝혀져야 할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포도당이 많이 존재하면 왜 Snf1의 활성이 사라지는지 그리고 포도당에 의한 억제현상을 조절하기 위해 Snf1이 어떻게 다른 조절인자들과 상호협력을 하는지는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3)

집필

석영재/서울대학교

감수

이진원/한양대학교

참고문헌

1. Magasanik B (1961) Catabolite repression. Cold Spring Harb Symp Quant Biol 61: 835-837
2. Gorke B and Stulke J (2008) Carbon catabolite repression in bacteria: many ways to make the most out of nutrients. Nature Rev Microbiol 6: 613-624
3. Kayikci O and Nielsen J (2015) FEMS Yeast Res 15(6): fov068.

동의어

catabolite repression, Catabolite repression, 이화대사 억제, 이화대사 억제(catabolite rep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