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중합효소

DNA 중합효소

[ DNA polymerase ]

1956년 아서 콘버그(Arthur Kornberg)는 대장균(E. coli)에서 DNA 한 가닥을 주형으로 하여 새로운 DNA 가닥을 합성하는 DNA 중합효소(polymerase)를 처음으로 분리해냈고, 이를 이후에 발견한 것들과 구분하기 위해 DNA 중합효소 I이라 칭했다. DNA 중합효소 I은 E. coli의 polA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으며 분자량 103 kDa의 단일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 효소이다. E. coli에는 이를 포함하여 총 5가지의 서로 다른 DNA 중합효소가 존재한다. DNA 중합효소 I에 대한 초기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생물체에 존재하는 모든 DNA 중합효소에 공통적인 DNA 합성 과정의 특징들이 밝혀지게 되었다. 첫째, 모든 DNA 중합효소는 단일가닥으로 된 주형을 필요로 한다. 새로 첨가되는 dNTP는 주형가닥에 존재하는 염기에 상보적인 것이어야 하며, 이것은 정확한 반보존적 DNA 복제에 대한 화학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모든 DNA 중합효소는 3´-수산화(OH)기를 제공해 줄 프라이머(primer)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dNTP를 추가할 때 기존 DNA 가닥의 3´ 말단이 미리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사 과정에서 작용하는 RNA 중합효소의 경우 새로운 뉴클레오타이드를 삽입할 때 프라이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것은 DNA 중합효소만의 독특한 성질에 해당한다.

목차

원핵생물의 DNA 중합효소

E. coli에서 발견된 DNA 중합효소 활성의 95% 이상은 DNA 중합효소 I(Pol I)에 의한 것일 만큼 Pol I의 중요성은 크다. 그러나 이 효소의 뉴클레오타이드 첨가 속도는 초당 15~20개 정도로 세균에서 관찰되는 복제분기점의 이동 속도의 1%도 채 안되며,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해리되기 전까지 첨가하는 뉴클레오타이드의 평균 수를 의미하는 진행도(processivity)가 3~200 뉴클레오타이드 정도로 다른 중합효소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표 1). 이것은 Pol I이 세포 내에서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리고 심지어 Pol I이 활성을 잃더라도 나머지 다른 중합효소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Pol I은 다른 중합효소들과 달리 특별히 5’ → 3’ 방향의 핵산말단분해효소(exonuclease) 활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지연가닥의 오카자키 절편에 존재하는 RNA 프라이머를 가공해 제거하는 데 필요하다. Pol I에서 이 활성이 제거된 부분을 클레나우 조각(Klenow fragment)이라 한다. 이 조각에는 중합 활성과 3’ → 5’ 방향의 교정 핵산말단분해효소 활성이 포함되어 있다. DNA 중합효소 II(Pol II)는 1970년대에야 발견되었는데, 이는 DNA에 손상이 생겼을 경우 복구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로 polB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다. DNA 중합효소 III(Pol III)는 대장균에서 가장 주된 복제 효소로서 총 10개의 소단위체(subunit)가 모인 중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Pol III는 도넛 모양으로 DNA를 둘러싸는 미끄럼 고정쇠(sliding clamp)인 β 소단위체와 결합할 경우 엄청난 안정성을 가지게 되며 이것이 DNA로부터 해리되는 것을 막아주어 복제 시 50만 뉴클레오타이드 이상의 높은 진행도를 보인다. 복제원점(replication origin)으로부터 복제가 시작될 때는 Pol I이 뉴클레오타이드를 첨가하지만, 약 400 염기 쌍 이후부터는 Pol III가 이어받아 빠른 속도로 복제를 진행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DNA 중합효소 IV(Pol IV)와 V(Pol V)는 1999년에 마지막으로 발견되었으며, SOS 반응(SOS response)와 같이 자외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독특한 형태의 DNA 손상 복구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 1. 대장균에 존재하는 세 가지 DNA 중합효소의 비교
Pol I Pol II Pol III
소단위체 수 1 7 ≥ 10
3' -> 5' exonuclease 활성 + + +
5' -> 3' exonuclease 활성 + - -
중합 속도 15~20 ntd/초 40 ntd/초 750~1,000 ntd/초
진행성 20~100 ntd 1,500 ntd ≥ 50,000 ntd

진핵생물의 DNA 중합효소

진핵생물의 세포에는 적어도 15가지 이상의 다양한 DNA 중합효소가 존재한다. Pol α (alpha), Pol δ (delta), Pol ε (epsilon)의 세 가지는 핵 내 DNA의 정상적인 복제를 위해 필요한 주 중합효소이며, Pol γ (gamma)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복제에 관여한다. 이 밖에도 손상부위 통과 합성(TLS, translesion synthesis) 기전에 의한 DNA 손상 복구 과정에 관여하는 Pol η (eta), Pol ι (iota), Pol κ (kappa), Pol ζ (zeta), Rev1 등이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DNA 손상 복구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pol β (beta), Pol σ (sigma), Pol λ (lambda), Pol μ (mu) 등과, 림프조직에서만 발현되어 면역학적 다양성을 제공하는 V(D)J 재조합 과정에 관여하는 말단디옥시뉴클레오티딜 전이효소 (TdT, Terminal deoxynucleotidyl transferase), 그리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하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인 텔로머레이스(telomerase)와 아직 기능을 알지 못하는 Pol θ (theta) 등 다양한 종류의 DNA 중합효소가 존재한다.

Pol α는 프라이메이스(primase) 활성을 가지므로 지연가닥의 오카자키 절편을 위한 짧은 프라이머를 포함해 약 20 뉴클레오타이드를 합성하는 데만 작용한다. 이 프라이머는 이후 Pol δ에 의해 연장된다. Pol δ는 선도가닥과 지연가닥 모두에서 DNA 합성에 관여한다. Pol δ는 E. coli의 DNA 중합효소 III와 매우 유사해서 원핵세포의 β 소단위체와 유사성을 갖는 PCNA (proliferating cell nuclear antigen)와 결합하면 중합 활성이 강하게 촉진된다. Pol ε는 주로 선도가닥의 DNA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

모든 세포가 자신의 유전정보를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해 DNA를 복제하는 경우는 DNA 의존성 DNA 중합효소(DNA-dependent DNA polymerase)를 사용하나, 유전정보를 담는 데 RNA를 사용하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의 경우에는 RNA 의존성 DNA 중합효소(RNA-dependent DNA polymerase)인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가지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가 그 예가 된다.

집필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감수

이정신/강원대학교

참고문헌

미생물학, 2017, 한국미생물학회

동의어

DNA 중합효소, DNA polymer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