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복제

DNA 복제

[ DNA replication ]

목차

정의

모든 세포는 필수적으로 자신이 가진 유전정보를 손실 없이 자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하나의 DNA 분자를 동일한 두 개의 분자로 배가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을 DNA 복제라 한다. DNA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사슬 두 가닥이 자가 상보적(self-complementary) 관계로 쌍을 이루고 있으므로 세포가 필요로 하는 유전정보를 두 가닥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주형 삼아 새로운 가닥을 만들더라도 본래의 가닥이 지닌 정보를 손실 없이 유지하면서 두 개의 분자로 배가될 수 있다. 세포 내에서 DNA 복제는 세포주기 중 S기에서 염색체 상의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복제원점(replication origin)의 이중가닥이 풀림으로써 시작되는데, 여기에 결합해 새로운 가닥을 합성할 수 있는 DNA 중합효소(polymerase)를 비롯한 여러 가지 효소들의 협력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발견의 역사

1953년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에 의해 DNA 분자가 이중나선 구조이며 동시에 상보적(complementary) 염기쌍을 이루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DNA가 어떤 방식으로 복제되는가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DNA 복제를 위해 단백질이 주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오해는 사라졌고, 어버이 DNA 분자 두 가닥이 각각 상보적인 딸가닥(daughter strand)을 형성하기 위한 주형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을 증명할 실험적 증거가 필요했는데 이것은 DNA 구조가 밝혀진 지 불과 몇 년 만에 해결되었다. 1956년 미국의 아서 콘버그(Arthur Kornberg)가 대장균에서 DNA 한 가닥을 주형으로 하여 새로운 DNA 가닥을 합성하는 DNA 중합효소를 발견하였고,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IT)의 매튜 메셀슨(Matthew Meselson)과 프랭크 슈탈(Frank Stahl)이 어버이 DNA 분자와 복제 후 생성되는 딸 DNA 분자를 분리할 수 있는 정교한 실험을 수행하여 DNA 복제가 반보존적(semi-conservative)으로 이루어짐을 증명하였다. 아서 콘버그는 DNA가 단독으로 새로운 DNA를 합성하는 주형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확실한 효소학적 증거를 발견한 공로로 RNA 중합효소를 발견한 그의 스승 세베로 오초아(Severo Ochoa)와 함께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반보존적 복제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수행되는 DNA 복제나 혹은 이중가닥이 모두 손상된 DNA를 수선하기 위해 세포 내에서 수행되는 DNA 복제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존적(conservative) 방식의 복제가 관찰되기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 세포의 DNA 복제는 반보존적(semi-conservative)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림 1). 반보존적 복제는 세포분열 시 각각의 딸 세포가 모세포의 기존 DNA 한 가닥과 새롭게 합성된 가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분기점(replication fork)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어버이 가닥이 풀림과 동시에 풀려진 각 가닥을 주형으로 삼아 새로운 딸 가닥이 합성된다. DNA 이중나선은 자가상보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반보존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DNA 복제의 경우 새롭게 합성되는 딸 가닥의 염기 서열이 주형으로 사용되지 않은 반대편 어버이 가닥의 염기 서열과 동일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모세포와 비교하면 딸 세포가 가진 DNA 염기서열의 정확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림 1. DNA의 반보존적 복제 방법. 메셀슨과 슈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어버이 DNA 분자와 복제 후 생성되는 딸 DNA 분자를 분리할 수 있는 정교한 실험을 수행하였고 DNA 복제가 반보존적(semi-conservative)으로 이루어짐을 증명하였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복제의 화학적 반응

새로 만들어지는 모든 딸 가닥은 5´ 삼인산(triphosphate)기로 시작되고 3´-수산화(hydroxyl, OH)기로 끝난다. DNA나 RNA를 합성하는 효소들은 모두 오로지 5´에서 3´ 방향으로만 뉴클레오타이드를 연결할 수 있다. 즉, 사슬을 연장하는 DNA 중합효소는 프라이머(primer) 가닥의 3´-OH기가 새로이 들어오는 뉴클레오사이드 삼인산(nucleoside triphosphate)의 5´ α-인산(phosphate) 부위를 공격하여 인산디에스터(phosphodiester) 결합을 형성하는 반응을 매개한다. 이 과정에서 뉴클레오타이드 기질의 β, γ-인산이 함께 유리되어 생기는 파이로인산(pyrophosphate)이 떨어져 나간다 (그림 2). 신장하고 있는 polynucleotide 사슬에 새로운 nucleotide가 첨가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dNMP)n +dNTP --> (dNMP)n+1 + PPi PPi --> 2 Pi

이 전체 반응의 자유에너지(ΔG)는 –7 kcal/mol로 매우 작아 자발적으로 일어나며 매우 효과적인 비가역반응이다. 파이로인산 분해효소(pyrophosphatase)에 의해 파이로인산이 두 개의 인산으로 가수분해 되면서 고에너지 인산결합이 깨져 nucleotide를 DNA로 중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림 2. DNA 복제의 화학적 반응. 사슬을 연장하는 DNA 중합효소는 프라이머(primer) 가닥의 3´-OH기가 새로이 들어오는 뉴클레오사이드 삼인산의 5´ α-인산 부위를 공격하여 인산디에스터 결합을 형성하는 반응을 매개한다. 이 과정에서 뉴클레오타이드 기질의 β, γ-인산이 함께 유리되어 생기는 파이로인산이 떨어져 나간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복제의 생물학적 반응

복제를 위해 풀려 새로 분리된 두 개의 단일가닥과 분리되지 않은 DNA 이중가닥 사이의 접합점을 복제분기점(replication fork)이라 한다. DNA 복제가 진행되는 동안 복제분기점은 아직 복제되지 않은 이중가닥 쪽을 향해 이동하며 그 뒤로 새로 분리된 두 개의 단일가닥이 노출되어 복제의 주형으로 사용된다 (그림 3). 드러난 두 주형가닥 중 한 가닥에서 합성을 매개하는 DNA 중합효소는 복제분기점의 움직임을 따라 그저 쫓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러한 가닥을 선도가닥(leading strand)라 한다. 나머지 한 가닥을 주형으로 사용하는 합성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것은 DNA polymerase의 진행이 복제분기점의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닥은 실제로 합성의 진행이 더디므로 지연가닥(lagging strand)라 부른다. 이 가닥은 주형이 충분히 노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제를 진행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DNA 합성이 불연속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생성되는 일시적인 짧은 DNA 조각을 1966년 그것을 발견한 일본의 과학자 레이지 오카자키(Reiji Okazaki)의 이름을 따 오카자키 절편(Okazaki fragment)이라 부른다. 오카자키 절편은 지연가닥에서만 발견되며, 이들은 얼마 후 서로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연속적인 하나의 완전한 DNA 가닥을 형성한다. 하나의 복제분기점에서 양방향으로 신장되는 두 주형가닥을 동시에 합성하기 위해 복제분기점 당 두 개의 중합효소가 작용한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 복제분기점에 존재하는 효소 복합체에는 총 세 개의 중합효소(선도가닥에 한 개, 지연가닥에 두 개)가 작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림 3. 복제분기점의 구조와 진행 방향. 선도가닥과 지연가닥이 복제분기점에서 동시에 만들어지며 오카자키 절편은 지연가닥에서만 발견된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복제기구의 구성

DNA 복제에는 DNA 중합효소를 비롯한 다양한 효소들과 단백질 인자들이 관여하는데 이를 복제기구(replication machinery)라고 하며, 복제분기점과 함께 형성하고 있는 복합체를 레플리솜(replisome)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DNA 중합효소, DNA 헬리케이스(helicase), 프라이머(primer), 프라이메이스(primase), SSB(single strand DNA-binding protein), DNA 라이게이스(ligase), 위상이성질화효소(topoisomerase) 등이 있다.

복제의 정확성

생물학적 DNA 복제는 고도의 정확성을 가지고 진행된다. 대장균에서 DNA가 복제될 때 잘못된 염기 쌍이 도입되는 빈도는 뉴클레오타이드 109~1010개 당 하나 꼴이다. DNA 복제에 필요한 복합체를 구성해 시험관에서(in vitro) 측정한 결과 뉴클레오타이드 104~105개 당 하나 꼴로 잘못된 염기 쌍이 관찰되는데, 세포 내에서(in vivo)는 DNA 중합효소의 교정(proofreading) 활성과 오류를 수정해주는 다양한 수선(repair) 효소들의 작용으로 이보다 훨씬 낮은 오류율을 가지게 된다.

집필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감수

이정신/강원대학교

동의어

DNA replication, DNA 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