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원리

중심원리

[ central dogma ]

중심원리(central dogma)란 분자생물학 분야의 중요한 개념으로 생명체의 세포에서 유전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그 흐름의 방향을 설명하는 원리이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1958년에 처음 제안하였다. 중심원리는 기본적으로 유전정보가 핵산에 담겨있으며 이 정보는 핵산에서 핵산으로, 혹은 핵산에서 단백질로는 전달 가능하지만, 단백질에서 단백질로, 혹은 단백질에서 핵산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방향성의 한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다소 모호하여 1970년 네이처 저널을 통해 개정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예외적 증거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현재는 프란시스 크릭이 제안한 중심원리를 ‘일반적 정보전달의 흐름’으로 정의하고, 그 외의 예외적인 현상들은 ‘특수한 정보전달의 흐름’으로 구분한다 (그림 1).

그림 1.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프란시스 크릭이 제안한 중심원리를 ‘일반적 정보전달의 흐름 (붉은색 실선)’으로 정의하고, 그 외의 예외적인 현상들은 ‘특수한 정보전달의 흐름 (회색 점선)’으로 구분한다. (출처 :정우현/덕성여대)

목차

일반적 정보전달의 흐름

생물체 내에서 유전정보를 취급하는 세 가지 고분자는 DNA, RNA, 그리고 단백질인데 이들이 정보전달과 관련하여 가질 수 있는 방향성 3 x 3 = 9가지 중에서 DNA에서 DNA로(복제, replication), DNA에서 RNA로(전사, transcription), 그리고 RNA에서 단백질로(번역, translation) 가는 세 가지 정보전달을 의미한다. 즉, DNA 분자는 유전정보의 보존과 증식에 사용되고, RNA 분자는 유전정보의 일시적 운반체로 사용되며, 단백질은 유전정보의 최종 산물로서 세포 내에서 다양한 생리활동의 직접적인 활성을 가지는 효소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 정보전달의 흐름은 모든 생명체의 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유전정보의 보관에 사용되는 DNA는 핵 내에 존재하나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효소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대부분 세포질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DNA에서 단백질로 유전정보를 전달해주는 운반체로 RNA가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RNA를 특별히 메신저 RNA(messenger RNA, mRNA)라 한다. mRNA는 DNA 두 가닥 중 어느 한 가닥에 담긴 유전정보를 DNA 상의 염기서열 그대로 복사해 낸 사본과 같으며, 이것이 핵 밖으로 이동하여 리보솜(ribosome)을 만나면 유전정보가 해독되어 해당 아미노산이 펩티드 결합(peptide bond)을 통해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특정 단백질이 완성된다.

특수한 정보전달의 흐름

특수한 정보전달의 흐름은 보편적으로 모든 세포에서 관찰되는 세 가지 유전정보의 흐름 외에 예외적으로 발견된 현상으로 현재까지 RNA에서 DNA로(역전사, reverse transcription), RNA에서 RNA로(RNA 복제), DNA에서 단백질로, 그리고 단백질에서 단백질로 정보가 전달되는 네 가지 특수한 흐름이 관찰되었다.

  1. RNA에서 DNA로 가는 정보전달을 역전사라 하는데 이는 DNA에서 RNA로 가는 전사 과정의 역방향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역전사는 1970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하워드 테민(Howard Temin)과 MIT의 데이빗 볼티모어(David Baltimore)가 RSV(Rous sarcoma virus)에서 이를 촉매하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처음 발견함으로써 알려졌는데, 이와 같이 RNA를 유전정보로 가지고 있다가 역전사효소에 의해 DNA로 전달되는 현상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와 같은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에서 관찰된다. 역전사효소는 RNA를 주형으로 하여 이에 상보적인 DNA를 합성하므로 이를 RNA 의존성 DNA 중합효소(RNA-dependent DNA polymerase)라고도 한다.
  2. RNA 복제는 RNA를 유전정보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이는 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에 의해 일어난다. 진핵생물에서도 RNA 침묵(RNA silencing)과 관련하여 RNA 복제가 관찰된다. 아프리카 수면병(African sleeping disease)을 일으키는 기생충 트리파노소마 브루세이(Trypanosoma brucei)에서 관찰되는 RNA 편집(RNA editing)도 RNA에서 RNA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현상에 해당된다.
  3. DNA에서 단백질로 곧바로 번역되는 현상은 리보솜을 포함하고 있는 대장균 추출물을 시험관에 모아놓은 무세포 시스템(cell-free system)에서 증명되었는데, 단일가닥의 DNA로부터 직접 단백질을 합성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4. 단백질에서 단백질로 정보가 전달되는 예로는 프리온(prion) 입자가 있다. 프리온은 포유류에서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등의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특정 아미노산 서열과 특정 형태(conformation)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숙주세포에서 아밀로이드 접힘(amyloid folding)이라는 특이하고 안정한 형태로 변성이 일어나면 감염된 조직에 축적되어 조직 손상과 세포 사멸을 일으킨다. 균류(fungi)에서도 프리온과 유사한 행동 양태를 보이는 단백질들이 있으며 이들은 단백질의 형태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숙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1997년 스탠리 프루시너(Stanley Prusiner)는 프리온 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집필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감수

김은자/한국미생물학회

동의어

Central dogma, 중심원리, central dog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