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리스

프로크리스

공주

[ Procris ]

요약 프로크리스는 바람의 왕 아이올로스의 손자 케팔로스의 아내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남편을 사랑한 새벽의 신 에오스의 저주로 그들의 결혼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케팔로스가 바람을 핀다고 오해한 프로크리스는 몰래 그의 사냥을 쫓아갔다가, 그녀를 동물로 오해해 던진 케팔로스의 창에 찔려 숨을 거두고 만다.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외국어 표기 Πρόκρις(그리스어)
구분 공주
상징 의심과 질투
어원 먼저 선택받은 여자
관련 사건, 인물 케팔로스, 에오스

프로크리스 인물관계도

프로크리스 인물관계도 축소판

신화 이야기

아테네 왕 에레크테우스의 딸 프로크리스는 그녀의 이름처럼(먼저 선택받은 여자) 많은 남자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던 것 같다.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는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중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자.

잘 생겨서 괴로운 케팔로스

오비디우스는 프로크리스와 남편 케팔로스의 사랑과 질투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을 남편 케팔로스의 입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프로크리스와 케팔로스의 결혼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잘생긴 케팔로스의 외모로 인해 이들 결혼에 위기가 찾아온다. 케팔로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칠 정도로 잘생긴 사냥꾼이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아프로디테가 인간 아도니스에게 매혹된 것처럼 잘생기고 건장한 사냥꾼 케팔로스에게 한순간에 마음을 뺏기고 만다.

사랑에 불타는 에오스는 신혼 2개월의 단꿈에 빠져 있는 케팔로스를 히메투스 산정으로 납치한다. 하지만 케팔로스는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거절하고 오로지 인간 아내 프로크리스만 절절히 그리워한다. 한참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케팔로스에게 에오스는 프로크리스를 대체할 수 없었다. 사랑 앞에서는 신이기보다는 여자일 수밖에 없는 에오스는 질투심이 폭발하여 케팔로스를 아내에게 보내면서 독설을 퍼붓는다. 신의 질투에 인간의 사랑이 무릎을 끊게 되는 비극의 서막이 서서히 열리게 되는 것이다. 에오스는 그가 프로크리스를 다시 갖게 되는 대신 그녀와 연을 맺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저주한다.

그대의 배우자를 의심하지 말지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케팔로스의 영혼은 여신의 저주 탓인지 심술을 부린다. 일종의 의처증이 그의 마음속에 또아리를 튼다. 한번 마음속으로 파고든 의심의 씨앗은 점점 커진다. 그는 결국 여신 에오스의 도움을 받아 프로크리스를 시험해보려고 한다. 프로크리스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미 의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른 케팔로스는 의심의 불꽃을 끄지 못하고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케팔로스는 변장을 하고 프로크리스에게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프로크리스는 자신의 사랑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이라고 말하며 변장한 케팔로스를 밀어낸다.

케팔로스는 무슨 생각인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선물 공세를 하자 프로크리스는 마침내 하룻밤을 허락하고 만다. 남편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한 프로크리스. 그녀에게 케팔로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부정을 저지른 사악한 여인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런 순간 어떤 여자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도록 자신을 유혹하고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는데 어찌 깊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배신감에 치를 떨며 프로크리스는 집을 떠나 산중으로 들어가 아르테미스 옆에 머문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질투

케팔로스는 아내가 떠나고 나서야 후회에 몸서리친다. 프로크리스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더욱 활활 불타오른다. 아내의 사랑을 미친 듯이 확인하고 싶었던 한 남자가 이제야 온몸으로 후회를 한다. 그는 프로크리스에게 잘못을 싹싹 빌고 그들은 다시 화해하고 행복한 부부가 된다. 한번 연을 맺은 부부는 여신이 아무리 장난을 친다 해도 한 번에 끝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프로크리스는 케팔로스에게 아르테미스에게 선물로 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와 백발백중 투창을 선물로 준다. 이 두 선물은 사냥꾼 케팔로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선물이다. 하지만 그는 마법의 개를 사냥터에 데려가지는 못한다. 테미스의 저주로 그가 사는 테바이에 맹수가 출몰해 마법의 개 라이랍스가 출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왜 테바이는 여신의 저주를 받게 되었을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두 가지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절망하여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테미스는 그 일을 벌하기 위해 케팔로스가 살고 있는 아오니아의 테바이에 맹수를 보낸 것이다. 어떤 개도 이 맹수를 잡지 못하자 케팔로스는 아내가 선물로 준 개 라이랍스를 풀어준다. 사슬에서 풀려나자마자 개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두 마리 야수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서로 쫒고 쫒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케팔로스는 창을 던져 야수들의 팽팽한 추격전을 끝내려고 한다.

케팔로스가 잠시 창의 균형을 잡고 숨을 고르는 사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맹수들이 내달리던 들판의 한 가운데에 두 마리 동물은 온데 간 데 없고 두 개의 대리석상만 세워져 있었다. 그것은 달아나려는 동물과 잡으려는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동물을 만든 하늘의 신은 어떤 동물도 패자가 되기를 원치 않아서 그들을 달리는 모습 그대로 돌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제 케팔로스에게는 마법의 창만이 남았다. 이 창은 어떤 목표물이든 놓치는 법이 없고 회수하지 않아도 부메랑처럼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케팔로스는 후에 바로 이 놀라운 창이 자신의 눈에서 눈물을 빼고 자신과 사랑하는 아내를 파멸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창을 선물로 받았을 때 어찌 이런 비극적인 운명을 예상했겠는가?

케팔로스는 항상 이른 새벽이면 마법의 창을 들고 숲속으로 사냥을 나간다. 사냥을 하다 지치면 케팔로스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산들 바람에 맞으며 쉰다. 그는 사냥의 열기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아우라)에게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듯 말을 건다. 사냥에 지친 자신을 상큼한 바람으로 애무해 주는 산들바람이야 말로 자신의 큰 즐거움이고 그 입술을 언제나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 하필이면 그때 누군가가 케팔로스의 말을 엿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케팔로스의 말을 사랑고백으로 듣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 누군가는 황급히 프로크리스에게 달려가 모든 상황을 낱낱이 고해바친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질투라고 했던가. 그토록 큰 일을 겪고도 또다시 이들에게 질투가 잉태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귀가 얇아진다. 프로크리스의 마음속에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질투가 자리를 잡는다. 실체가 없는 대상을 향한 강한 질투에 프로크리스는 마음이 산란해지고 참담해지기까지 한다. 질투에 휩싸인 여자는 보통 사랑의 경쟁자를 찾아가 확인을 한다. 그녀는 상상 속의 질투를 그만두고 자신이 직접 나서 남편의 불륜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녀는 이른 새벽에 사냥을 나서는 남편의 뒤를 쫒는다.

해가 중천에 뜨고 사냥으로 더워진 케팔로스는 풀밭에 누워 “오라, 내 사랑이여!”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때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케팔로스는 사냥꾼의 직감으로 마법의 창을 날린다. 역시 이번에도 과녁을 정확하게 맞춘다. 그때 케팔로스의 귀에 익숙한 외마디 외침이 들린다. 놀란 케팔로스는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간다. 그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아내 프로크리스는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짐승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 프로크리스가 그의 창에 명중된 것이다. 프로크리스는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 아우라(산들바람)와 결혼하지 말 것을 간청하며 숨을 거둔다.

첫 마음을 잃은 두 사람의 의심과 질투가 지상에서의 그들의 사랑에 영원히 종지부를 그은 것이다. 산들바람을 질투한 프로크리스의 죽음은 슬프기는 하나 낭만적이기도 하다.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사랑과 질투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한다. 적당한 질투는 사랑을 탱탱하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제이지만 과한 질투는 독이 된다.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 마음을 무섭게 파고드는 의심도 접을 수 있을 만큼 상호간의 신뢰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프로크리스의 죽음

프로크리스의 죽음 피에로 드 코시모, 1495년경, 런던 국립미술관
쓰러져 있는 프로크리스를 쓰다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이채롭다. 그는 반인반수의 사티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옆에 개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크로스의 죽음과 대비될 정도로 잔디는 푸르고 봄꽃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또 다른 이야기

프로크리스와 프텔레온
아폴로도로스는 『비블리오테케』에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의 불화를 남편이 아닌 아내에게 찾는다. 아티카의 프텔레아의 영웅인 프텔레온은 황금관으로 프로크리스를 유혹하고 프로크리스는 남편을 배반하고 만다. 한순간의 외도였지만 남편에게 발각되자 프로크리스는 크레타로 줄행랑을 친다.

프로크리스와 미노스
크레타에서도 프로크리스를 유혹할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미노스 왕이 아름다운 프로크리스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에는 미노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가 수많은 여자와 동침을 하자 화가 난 그의 아내 파시피에는 그에게 마법을 건다. 그와 동침을 하면 여자의 음부에 뱀, 전갈 등이 들어가 그 여자는 결국 죽고 마는 것이다.

프로크리스는 이런 저주를 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미노스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물건인 마법의 개와 마법의 창을 가지고 싶었던 차에 미노스와 흥정을 한다. 그녀는 키르카이온 뿌리로 해독제를 제조해 그의 저주를 풀고 그와 동침을 한 후 두 가지 물건을 손에 넣는다.(오비디우스와 벌핀치는 프로크리스가 미노스가 아닌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발이 빠른 사냥개와 절대로 과녁을 빗나가는 법이 없는 투창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

원하는 선물을 획득한 프로크리스는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의 질투가 무서워 아테네로 돌아간다. 그리고 남편 케팔로스와 화해를 하고 남편이 사냥을 나갈 때 동행한다. 그녀 역시 훌륭한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프로크리스는 짐승을 쫒아 덤불 속으로 들어간다. 케팔로스는 덤불 속에서 소리가 나자 사냥꾼의 직감으로 마법의 창을 날린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아내 프로크리스의 외침이었다. 실수로 아내를 죽였지만 그는 아레이오스 파고스에서 재판을 받고 추방형을 선고 받는다.

프로크리스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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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리스 인물관계도
에레크테우스케크롭스테스피오스케팔로스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아폴로도로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