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로페

에우로페

공주

[ Europe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니키아의 공주이다. 황소로 변한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크레타 섬으로 건너갔다. ‘유럽’이란 지명이 그녀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에우로페와 황소

에우로페와 황소

외국어 표기 Ευρωπη(그리스어)
구분 공주
상징 유럽
어원 ‘넓은 시각을 지닌 여인’ 혹은 ‘저물다’, ‘저녁’, ‘서쪽’
별, 별자리
관련 동식물 황소
관련 지명 유럽

에우로페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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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페 인물관계도
리비에포세이돈아게노르벨로스카드모스포이닉스제우스미노스사르페돈라다만티스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페니키아의 왕인 아게노르와 텔레파사 사이에서 난 딸로 카드모스, 킬릭스, 포이닉스와 남매지간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에우로페를 포이닉스의 딸로 소개하였다. 에우로페는 황소로 변한 제우스의 등에 올라타고 크레타로 가서 그곳에서 제우스와 정을 통하여 세 아들 라다만티스, 미노스, 사르페돈을 낳았다.

에우로페와 황소

에우로페와 황소 적색상 도기, 기원전 480년경, 타르퀴니아 박물관

신화 이야기

황소에게 납치된 에우로페

제우스아게노르가 다스리고 있던 페니키아의 시돈 해변에서 시녀들과 놀고 있는 에우로페의 미모에 반해서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황소로 변신했다. 멋진 뿔이 달린 새하얀 황소가 어디선가 나타나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본 에우로페는 호기심이 동하여 조심스레 황소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황소는 에우로페의 발치에 주저앉았고, 에우로페는 황소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우로페는 황소가 너무나 순하고 또 감촉이 좋았기 때문에 마음의 경계를 완전히 풀고 등에 올라타 보았다. 그러자 황소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해변으로 가더니 바다 멀리로 헤엄쳐 갔다. 에우로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시녀들은 유유히 바다를 헤엄치며 멀어져 가는 황소와 에우로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황소는 그대로 크레타 섬까지 헤엄쳐 가더니 고르티나 샘 근처의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다시 제우스로 변신해서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누었다.

에우로페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 라다만티스, 미노스, 사르페돈을 낳았다. 나중에 에우로페는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하였고, 제우스는 그녀에게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 세 가지 선물은 크레타 섬을 이방인의 침략으로부터 지켜 주는 청동 인간 탈로스, 던지면 절대로 과녁을 빗나가지 않는 창, 그리고 절대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사냥개였다. 아스테리오스는 에우로페의 아들들을 양자로 맞아들이고 나중에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왕위를 물려주었다. 한편 제우스가 잠시 몸을 빌렸던 흰 황소는 나중에 하늘의 별자리 황소자리가 되었다.

에우로페와 황소

에우로페와 황소 폼페이 벽화, 기원전 1세기

에우로페와 황소

에우로페와 황소 귀도 레니, 1640년, 덜위치 미술관

에우로페와 황소

에우로페와 황소 페르난도 보테로, 동상, 156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딸을 찾아 나선 아게노르의 아들들

에우로페가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유괴되어 종적을 감추자 아게노르는 아들들에게 누이의 행방을 찾도록 지시했다. 만약 누이를 찾지 못하면 아예 돌아오지도 말라고 했다. 길을 떠난 세 아들 카드모스, 포이닉스, 킬릭스는 누이를 찾을 길이 막막하자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들이 도착한 곳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였다.

카드모스는 용의 이빨에서 생겨난 전사들과 함께 그리스의 도시 테바이를 창건하였고, 킬릭스는 나중에 자신의 이름이 붙여지는 소아시아 동남부 킬리키아로 가서 그곳의 왕이 되었으며, 포이닉스는 아프리카 쪽으로 가서 그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페니키아라는 지명을 붙여 주었다. 아게노르의 아내 텔레파사도 카드모스와 함께 딸을 찾아 나섰지만 끝내 딸을 보지 못하고 트라키아에서 죽음을 맞았다. 결국 아게노르는 딸 에우로페도 찾지 못하고 아들들과 아내도 모두 보지 못한 채 홀로 생을 마쳤다.

신화 해설

에우로페와 유럽

에우로페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어원이다. ‘에우로페’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 어의 ‘넓다’는 단어와 ‘시각, 혹은 얼굴’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넓은 시각을 지닌 여인’이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또 다른 학설에 따르면 ‘에우로페’는 아카드 어의 ‘내려가다, 해가 지다’라는 단어나 같은 계통인 페니키아 어의 ‘저녁, 서쪽’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에우로페’라는 지명은 신화에서 에우로페의 행적과 관련된 펠로폰네소스 반도에만 국한하여 지칭되던 것이 차츰 그 범위가 넓어져 기원전 5세기에 헤로도투스는 이미 지중해 북부와 흑해 북부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지명으로서 지중해 동부의 아시아와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그 뒤 지중해 남부 지역에는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세계가 이렇게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세 개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구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에우로페는 페니키아의 공주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지중해 동부 연안에 위치한 페니키아가 아직 페니키아라는 지명을 갖기 이전에 그곳을 다스리던 아게노르 왕의 딸이다. 그런 그녀가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유럽 문명의 발흥지라고 할 수 있는 크레타로 건너와 장차 크레타의 왕이 될 자식들을 낳게 되는 이 신화는 유럽의 역사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니키아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손꼽히는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일찍부터 문자와 해상 무역이 발달하였다. 크레타 섬은 기원전 3,000년 무렵에 이미 이 지역과 해상 무역을 통해 교류하면서 발달된 문화를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수립된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과 이를 계승한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은 북쪽에서 내려온 도리아 인들의 침공으로 멸망하였지만, 오랜 암흑기를 거쳐 기원전 8세기 무렵 그리스 지역에 문명이 다시 싹틀 때도 그리스 인들은 페니키아의 문자(알파벳)와 발달된 도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신화에는 오랜 세월에 걸친 두 문화권의 이러한 교류와 영향 관계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헤로도투스, 『역사』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 해냄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