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기미오스

요약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리스인들의 첫 번째 왕이다.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라피타이 족의 침략을 무찌른 뒤 그 보상으로 헤라클레스의 아들 힐로스를 의붓아들로 삼고 영토의 3분의 1을 나누어주었다. 이 신화를 근거로 도리스인들은 자신들을 헤라클레스의 후예라고 주장하였다.

아이기미오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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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기미오스는 도리스인들의 전설적 시조인 도로스의 아들이다. 아이기미오스의 두 아들 팜필로스와 디마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 힐로스와 함께 도리스 족 세 지파의 시조가 되었다.

신화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라피타이 족을 물리친 아이기미오스

테살리아 북부 페네이오스 골짜기에서 도리스 족을 다스리고 있던 아이기미오스는 라피타이 족의 왕 코로노스의 침략을 받았다. 다급해진 아이기미오스는 자신의 영토에서 적을 몰아내기 위해 헤라클레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승리할 경우 왕국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헤라클레스는 코로노스를 죽이고 라피타이 족을 물리쳤지만 보상은 사양하였다. 그 대신 그는 약속한 땅을 나중에 자기 자손들(헤라클레이다이)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이에 아이기미오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 힐로스를 자신의 의붓아들로 삼아 약속의 이행을 다짐했다.

아이기미오스와 헤라클레이다이

헤라클레스가 죽고 난 뒤 미케네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핍박받던 헤라클레스의 후손들(헤라클레이다이)은 아테네 왕 테세우스(혹은 그의 자손들)의 도움으로 에우리스테우스를 물리친 뒤 펠로폰네소스에 대한 헤라클레스의 권리를 주장하며 이 지역의 정복에 나섰다. 헤라클레스는 원래 아버지 제우스의 뜻에 따라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아르고스, 라코니아, 메세니아 등 광범위한 지역을 다스리게 될 예정이었지만 헤라 여신의 방해로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이 지역의 통치권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이다이는 펠로폰네소스의 모든 도시들을 점령하고 나라를 세웠지만 1년 만에 온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였다. 신탁에 그 이유를 묻자 헤라클레스의 자손들이 운명의 신이 정한 시기보다 너무 빨리 펠로폰네소스로 돌아왔기 때문에 신들이 노하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헤라클레이다이는 신들의 뜻을 존중하여 펠로폰네소스를 떠나 테살리아의 아이기미오스를 찾아갔다.

아이기미오스는 라피다이 족과의 전쟁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헤라클레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약속대로 영토의 삼분의 일을 헤라클레이다이를 이끄는 의붓아들 힐로스에게 내주었다. 아이기미오스의 두 아들 팜필로스와 디마스도 자진해서 의붓형 힐로스에게 복종을 맹세하였다. 이렇게 해서 힐로스, 팜필로스, 디마스는 도리스 족의 세 지파인 힐레이스 족, 팜필로이 족, 디마네스 족의 시조가 되었다.

이후 헤라클레이다이는 몇 차례에 걸친 침략전쟁을 통해 마침내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정복하고 그 영토를 나누어가졌다 (→‘헤라클레이다이’ 참조).

신화 해설

나중에 도리스인들은 이 신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을 헤라클레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며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침략을 정당화하였다. 펠로폰네소스 반도는 기원전 1000년경에 도리스 족의 침략을 받아 정복되었는데, 학자들은 도리스인들이 외지인인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 지역의 헤라클레스 숭배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리스인들은 헤라클레스의 후손이므로 자신들의 펠로폰네소스 정복은 ‘헤라클레스 후손들의 귀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연구에 따르면 도리스인들의 침략은 빠르게 이루어진 격변의 형태가 아니라 작은 단위의 부족들이 천천히 그리고 무계획적으로 이 지역에 스며들 듯 정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므로 헤라클레이다이의 신화를 도리스인들의 침략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