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가
[ 白髮歌 ]
정의 및 이칭
〈백발가(白髮歌)〉는 판소리 단가로, "고금역대(古今歷代) 헤아리니······"로 시작되는 두 가지 유형, "백발이 섧고 섧다······"로 시작되는 한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백발가〉라는 작품명은 가사 첫머리인 "고금역대(古今歷代) 헤아리니 공도난계(公道難戒) 백발(白髮)이요, 못 면할 손 죽음이라" 혹은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에서 '백발'을 취해 붙인 것이다. "고금역대(古今歷代) 헤아리니"를 건너뛰고 "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요, 못 면할 것은 죽음이라"로 곡이 시작되는 경우 〈공도라니(공도난이)〉라는 곡명이 붙기도 하는데, 첫 구절 이후의 사설은 〈백발가〉와 거의 유사하다.
내용 및 특성
〈백발가〉는 중모리장단에 평우조로 되어 있다. 천하를 호령했던 중국의 역대 왕후장상과 영웅호걸, 뛰어난 능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인(異人)들도 결국은 백발을 면치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이러한 사실(史實)로 볼 때, 우리 범인(凡人)들의 죽음 역시 허무할 것이므로 남은 삶이나마 편안히 즐겨보자는 내용의 단가이다. 비범한 이들의 죽음도 그러한데, 범속한 이들의 죽음이 허무하고 처량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백발가〉는 이처럼 인생무상을 한탄하는 정조가 주를 이루는 노래로, 가사 후반부에서는 절에서 거행되는 수륙재(水陸齋)의 광경이 묘사된다. 그리고 단가 특유의 낙천적인 공식구,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자"로 끝을 맺는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짜임은 단가 〈사철가(四節歌)〉, 〈불수빈(不須嚬)〉, 〈편시춘(片時春)〉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발가〉는 박록주(朴綠珠, 1909-1979), 성창순(成昌順, 1934- ), 한농선(韓弄仙, 1934-2002), 성우향(成又香, 1935-2014), 이일주(李一珠, 1936- ) 등 현대 명창들에게까지 전승된 곡이나, 이들이 부르는 〈백발가〉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이동백(李東伯, 1866-1949)은 1925년에 "어화 청춘······"으로 시작되는 〈백발가〉를, 1928년에 "젊어 청춘······"으로 시작되는 〈강산경가(백발가)〉를 유성기 음반으로 취입한 바 있다. 본래 1925년도에 녹음한 곡은 김석구(金錫九)가 지은 가사에 이동백이 곡을 붙인 〈오륜가〉였으며, 이후 유사한 가사의 〈강산경가〉로 파생되면서 종래의 오륜가적 성격을 띠기보다는 인생무상과 늙음을 한탄하는 노래에 가깝게 변모했다. 이동백의 〈백발가〉는 이후 강장원(姜章沅, 1909-1962), 조상선(趙相鮮, 1909-?), 정광수(丁珖秀, 1909-2003) 등이 학습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강도근(姜道根, 1918-1996)의 〈백발가〉, 정광수의 〈인생춘몽〉에 그 영향 관계가 잘 드러난다. 한편 박록주가 만년에 자주 불러 청중을 울린 적이 많았다는 일화가 전하는 〈백발가〉는 "백발이 섧고 섧다"로 시작한다.
역대 명 연희자
이동백, 박록주 등이 〈백발가〉를 잘 불렀다. 조앵무(曺鸚鵡), 이동백의 〈백발가〉, 최소옥(崔素玉)의 〈공도난이〉 유성기 음반 음원이 전한다.
참고문헌
- 「단가 해설」,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브리태니커, 1982.
- 노재명, 「판소리 名唱 李東伯 短歌 硏究」, 『한국음반학』 8, 한국고음반연구회, 1998.
- 최광석, 「단가의 사설 구성 방식」, 『국어교육연구』31, 국어교육학회, 1991.
참조어
공도라니(公道難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