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빈
[ 不須嚬 ]
〈불수빈(不須嚬)〉은 "세월이 무정터라······"로 시작되는 판소리 단가이다. 〈장부가(丈夫歌)〉라고도 한다. 〈불수빈〉이라는 작품명은 가사 첫머리인 "세월이 무정터라. 어화 소년들, 백발보고 웃지마라"의 '웃지마라'라는 말을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즉 어린 소년들을 향해 아직 젊다 자랑 말고 백발을 비웃지 말라고 당부한 내용을 집약한 것이다. "세월이 무정터라. 어화 소년들, 백발보고 웃지마라"로 시작되는 〈불수빈〉의 가사는 일제강점기의 명창인 정정렬(丁貞烈, 1876-1938)의 유성기 음반에 보인다. 이후 곡의 서두가 "어화 청춘 소년님네 장부가(丈夫歌)를 들어보소. 국내 청년 모아다가 교육계에 넣어 두고 각종 학문 교수(敎授)하여 인재 양성하는 것도 장부의 사업이요 천리준총(千里駿驄) 바삐 몰아 칠척 장검 손에 들고 백만 대병 지휘하여 통일천하 하는 것도 장부의 사업이라"로 바뀌면서, 〈장부가〉로도 불리게 되었다.
〈불수빈〉은 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천하를 호령했던 중국의 역대 왕후장상과 영웅호걸, 그리고 뛰어난 능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인(異人)들도 결국은 백발을 면치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사실을 나열하며, 우리 범인(凡人)들의 죽음도 허무할 것이므로 남은 삶을 즐겨보자는 내용과 그로부터 풍기는 정서는 단가 〈백발가(白髮歌)〉와 거의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불수빈〉에서 열거된 중국 역대 인물들의 범주가 〈백발가〉에 비해 좀 더 다양하다는 정도이다. 또 말미에 "(아서라 풍백(風伯)에 붙인 몸이) 아니 놀고 무엇하리"라는 관용구를 사용한 점도 〈백발가〉가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자"는 단가 특유의 낙천적인 관용구로 끝을 맺는 방식과 통한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짜임은 단가 〈백발가〉, 〈사철가(四節歌)〉, 〈편시춘(片時春)〉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정렬 등이 〈불수빈〉을 잘 불렀다. 정정렬, 김소향(金小香, 1911-1933) 등의 유성기 음반 음원이 전한다.
참고문헌
-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 최광석, 「단가의 사설 구성 방식」, 『국어교육연구』 31, 국어교육학회, 1991.
참조어
장부가(丈夫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