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가
[ 四節歌 ]
〈사철가(四節歌)〉는 "이산저산 꽃이 피니······"로 시작되는 판소리 단가이다. 〈사철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단가로,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사철가〉를 작사·작곡했다는 설도 있으나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단가는 〈이산저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라는 가사 첫머리에서 맨 앞의 '이산저산'을 취한 것이다.
〈사철가〉는 중모리장단에 계면조로 되어 있다. 단가를 슬픈 느낌의 계면조로 짜는 것은 현대에 와서 생겨난 경향으로, 과거에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고 한다. 〈사철가〉의 사설은 시간적 질서에 따라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체험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짜임은 단가 〈백발가(白髮歌)〉, 〈불수빈(不須嚬)〉, 〈편시춘(片時春)〉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단가는 영화 〈서편제〉(1993)에서 유봉이 눈먼 송화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김연수, 오정숙(吳貞淑, 1935-2008), 조상현(趙相賢, 1939- ), 안숙선(安淑善, 1949- ) 등이 주로 불렀다. 그런데 이 중 김연수의 동초제 〈사철가〉는 그 사설 및 짜임이 여타의 창자들이 부르는 곡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로 시작되는 보통의 〈사철가〉와 달리 동초제 〈사철가〉는 "이산 저산 꽃이 피면 산림풍경 너른 곳 만자천흥 그림병풍 앵가접무 좋은 풍류 세월 간줄을 모르게 되니 분명코 봄일러라"와 같이 각 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한 수식 어구를 부연한다. 이후의 사설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한편 다른 〈사철가〉 후반부는 "국곡투식(國穀偸食)허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로 되어 있다. 죄 지은 자들은 저승으로 보내버리고 남은 벗님네들끼리 술잔 기울이며 즐겨보자는 권유의 뜻이 담긴 마무리이다.
그러나 동초제 〈사철가〉의 결말이 지니는 성격은 이와 다르다. "노세 젊어 놀아 늙어지면은 못노나니라. 놀아도 너무 허망이 하면 늙어지면서 후회되리니 바쁠 때 일하고 한가할 때 틈타서 좋은 승지도 구경하며 할일을 하면서 놀아보자"라고 하는 데서 교훈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더 늙기 전에 즐겨야 한다는 취지는 비슷하나 자신의 직분을 다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리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단가 해설」,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브리태니커, 1982.
- 최광석, 「단가의 사설 구성 방식」, 『국어교육연구』 31, 국어교육학회, 1991.
참조어
이산 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