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

‘애굽’이라는 명칭은 헬라어의 ‘아이귑토스’에서 와전된 것이다(마 2:13; 행 2:10). 고대 애굽의 명칭은 ‘검은 땅’이라는 의미의 ‘켐트’, 또는 ‘홍수의 나라’를 뜻하는 ‘타메리’였다. 그외에도 ‘두 개의 나라’(‘상·하 애굽’이라는 의미로서)란 뜻의 ‘타 우이’로도 불렸고, 앗수르어로는 ‘미스리’(이스라엘 사람들은 ‘미스라임’이라 부름)라는 명칭도 지녔으며 때로 ‘함의 땅’으로도 일컬어졌다(시 105:23, 27).

아프리카 북동쪽에 위치하며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 강(약 6,800㎞)을 중심으로 형성된 약 5천 년 역사의 강대국이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로서, 동쪽으로는 홍해를, 서쪽으로는 리비아 사막을, 남쪽으로는 폭포와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는 지중해와 연결된 삼각주(델타)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애굽은 나일 강을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생명의 젖줄로 여겨왔다. 왜냐하면, 애굽 영토 안에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나일 강을 통해서 물을 공급받고, 또 해마다 나일 강이 범람함으로써 그 유역의 땅이 비옥하게 되기 때문이다(창 13:10). 나일 강 유역을 통해 생산된 곡물은 애굽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주요 식량원이 되었으며(창 41-47장; 사 23:3), 특히 신약 시대에 이르러 로마 제국의 곡창 지대로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나일 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적 흥망이 좌우되었기 때문에 애굽에서는 관개 사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신 11:10), 그로 인해 노동력을 집중시키는 힘(권력과 군사력으로 발전함)은 물론 과학과 학문이 발달하게 되었다(행 7:22).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운명을 자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리적인 배경으로 인해 애굽인들은 종교적 성향이 강한 다신교도(多神敎徒)들로서 수많은 우상들을 숭배했고(사 19:1-3; 겔 20:7-8), 또 각종 마술을 행하기도 했다(창 41:8; 출 7:11, 22). 성경에서 애굽은 아브라함 때부터 이스라엘 역사상 큰 도움이 되기도 했는가 하면 또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는 등 양국 사이에는 오랜 기간 수많은 애증(愛憎)이 교차했었다(창 12:10; 41:41-44; 출 1:11, 22; 왕상 9:16; 왕하 23:29-30; 겔 17:15). 성경문학적으로 애굽은 ‘우상의 나라’, ‘세상’, 혹은 ‘실패의 장소’로 상징된다(렘 41:17; 44:11-12; 호 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