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사육

가축사육

[ 家畜飼育 ]

가축사육은 신석기시대 생업경제의 일환으로써 식물재배와 함께 농경의 개념에 포함된다. 그러나 농경의 기원, 또는 농경의 시작을 설명할 때 식물재배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서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가축사육과 식물재배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첫째, 가축사육이 먼저라는 설과 둘째, 식물재배가 먼저라는 설, 셋째, 농사지을 때 축력을 이용하고 짐승의 배설물을 비료로 쓰기 때문에 양자가 동시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등의 주장이 있는데 현재까지 나타난 자료를 보면 짐승사육이 먼저이다. 즉 개는 약 B.C. 11000년 무렵부터, 그리고 양은 자위 헤미샤니다르 유적에서 역시 B.C. 11000년 무렵부터 나타나고 있으나, 식물재배의 경우 이보다 많이 늦어져 보리나 아마씨가 B.C. 7000년 무렵부터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하였을까 하는 데 대한 설명은 식물재배의 기원에 대한 해명만큼이나 막연하고 어려운데, 갱신세 말기에 구석기인들의 지나친 사냥(overkill)으로 동물들이 자체 증식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이들을 길들이는 데 착안하였을 것이라는 설, 고든 차일드의 건조설(oasis설)로부터 파생되는 근접설(propinquity)-기후건조로 인해 오아시스 주변에 근접하여 몰려든 동물과 인간의 친화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등이 제시되는 정도이다.

짐승사육 가운데 가장 명백한 예로는 ‘개(犬)’를 들 수 있다. 개는 중동지방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선조는 늑대(Canis lupus)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최초의 개 사육 증거는 B.C. 11000년 전의 중동지방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의 개가 가축으로 이용되었는지 사냥용으로 이용되었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양은 식량으로 가장 먼저 사육되었던 동물로서 B.C. 11000년부터 사육되었다. 양과 비슷하게 식량으로 이용되는 것이 염소인데 이들은 항상 두 종류 가운데 하나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양과 염소는 사육된 이후 결정적인 형질상의 변화가 나타났는데 특히 뿔과 털에 있어 그 변화가 심하다. 서남아시아에서 B.C. 7000년 무렵부터 이들을 집중적으로 사육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사육된 소의 선조는 커다란 야생 첫소(Bos primigenius)이다. 이 동물은 유럽, 서남아시아, 북부 아프리카 등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소에 대한 최초의 사육 증거는 B.C. 7000년경 남동 유럽에서 나타난다. 서남아시아에서는 B.C. 6000년부터 나타나므로 이것만은 중동지방보다 유럽 쪽이 빨랐다고 할 수 있다. 식량으로서 중요한 돼지 역시 B.C. 7000년경 후반부터 길러졌다고 여겨지고 있다. 사육돼지의 야생종(Sus scrofa)은 미대륙을 제외한 세계 거의 전 지역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어린 야생돼지는 매우 길들이기 쉬워서 인간과 동물이 친화되는 과정을 설명할 때 곧잘 인용된다.

미대륙에 있어서 가축사육의 예는 구대륙과 뚜렷이 다르게 독자적으로 나타난다. 짐승사육의 예는 보잘 것 없으며 야마·알파카 등의 신대륙 짐승들은 대부분 식용으로 보다는 주로 축력을 이용하기 위해 길러졌다. 다만 작은 개(small dog)는 B.C. 3000년경 멕시코 계곡에서 사슴의 남획으로 인한 식량자원 고갈을 해결해 준 중요한 단백질의 공급원이었다. 그리고 남미지역에서 B.C. 3500년경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해 준 것이 기니 픽(guinea pig)이다.

조류는 사육되어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해 준 것 중에서 비교적 소홀히 다루어진다. 닭은 B.C. 6000년경 중국이나 태국·버마 접경지대에서 처음으로 사육되었다고 한다. 칠면조는 기원 전후에 중남미에서 독자적으로 길러지기 시작했다. 기니 파울(guinea fowl)은 아프리카에서, 워터 파울(water fowl)은 동아시아에서 널리 길러졌다. 거위 사육은 이집트 신왕조 무렵부터라고 한다. 수레를 끄는 짐승으로는 말, 낙타, 당나귀, 남미의 야마와 알파카, 티베트의 야크 등이 있다. 말은 B.C. 4000년경 러시아 남부에서 사육되기 시작하였으며 낙타는 남 아라비아에서 B.C. 3000년경, 당나귀는 B.C. 3500년경 중동지방에서, 그리고 야마는 B.C. 4000년 전 페루에서 출현하였다. 이들 짐승들은 후기에 가면 고기 이외에도 젖과 털 등을 제공해주었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짐승 중에 대표적인 것은 고양이인데 B.C. 6000년경 중동에서 기르기 시작하였다.

가축사육의 예는 이렇게 많고 다양하나 한국 신석기시대의 가축사육 예는 많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예로는 개의 사육이 있는데 서포항 유적에서 보면 개별 집자리의 불땐 자리 옆에서 개뼈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궁산, 농포동, 수가리, 연대도 유적 등에서도 개뼈가 나타나 가장 많이 길렀던 짐승으로 보인다. 신석기 후기에는 무산 범의 구석에서 나타나는 집돼지뼈를 가지고 돼지 사육도 주장되고 있으나 범의 구석에서 보자면 여전히 야생 돼지가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축사육이 가장 먼저 시작된 중동지방에 있어서도 사냥의 중요성은 여전히 지속되었음을 고려한다면 신석기시대에 가축사육이 시작되었으나 야생짐승 사냥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인 것이다.

참고문헌

  • The Oxford Companion to Archaeology(B. Fagan edit., 1996년)
  • 문명의 발생(찰스 레드만 지음, 최몽룡 옮김, 민음사, 1995년)
  • Last Hunters and First Farmers(Price & Gebauer edit., 1995년)
  • Transition to Agriculture in Prehistory(Gebauer & Price, 1992년)
  • The Cambridge Encyclopedia of Archaeology(A.Sheratt edited., 198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