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젠더

[ gender ]

요약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부과된 사회적 특성들 혹은 사람들에게 그런 특성을 부과하는 분류 체계를 일컫는 말.

젠더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좁은 의미로는 ‘사회적인 성별, 성역할, 성정체성 등 생물학적 성별 내지는 지정성별에 따라 사회가 부과한 특성들’이다.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여성, 남성, 나아가 여성성, 남성성까지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주어진 성별에 따라 사회문화적으로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즉, 성역할이나 성정체성이 가변적이고 우연적이라는 것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젠더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 개인을 어떤 성별로 인지하게 만들고 그 성별에 따라 특정한 규범을 따르도록 하는 사회적 분류 체계’를 뜻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젠더란 여성과 남성 사이의 차이를 만들고 성별 관계를 조직하는 방식이다.

1950년대 이전에 젠더는 주로 언어학에서 남성·여성·중성을 가리키는 문법 범주(명사에 성별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대명사를 비롯하여 관사, 형용사, 동사의 쓰임을 달리 하는 것)로 사용되었다. 1950~1960년대에 영국과 미국의 심리학, 성의학 분야에서 인간에게 젠더를 적용하면서 섹스(sex, 성)와 젠더를 구분하여 표기하는 용례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1955년 성과학자 존 머니(John Money)는 생물학적 성으로서의 ‘섹스’와 ‘젠더’를 구분하면서 생식기에 따른 성 구분보다 더 포괄적인 성 구분 개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성정체성(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성역할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1970년대 영어권의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고 억압하는 성역할이 태생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당시의 지배적 신념이었던 생물학적 결정론을 반박하기 위해 젠더 개념을 사용했다. 성차별의 원인이 여성과 남성이 가진 몸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에 있기 때문에 그 사회를 비판함으로써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페미니즘 논의에서 젠더 개념은 상당히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반대로 젠더라는 개념의 유통에 큰 역할을 한 것도 페미니즘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며 몇몇 페미니스트들은 섹스와 젠더의 대립적인 관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젠더와 섹스를 인식하는 틀 자체를 재구성하기를 원했다.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사유하는 섹스라는 개념조차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앨리슨 재거(Alison Jaggar)는 연구를 통해 사회적인 실천들이 반대로 신체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보인다. 즉, 외형적인 몸의 구조나 체내의 생물학적 현상이 사회의 성별 인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과 사회문화적 실천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다른 한편,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모든 사람들이 젠더 개념의 활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젠더라는 개념과 이를 둘러싼 이론을 폐지해야 여성이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젠더 비판적 페미니스트도 존재한다.

젠더 개념은 1980년대부터 여성학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하나의 분석 범주가 되면서 널리 퍼졌다. 여러 젠더 연구자 중 역사학자 토마스 라쿼(Thomas W. Laqueur)는 여성과 남성을 완전히 다른 성별로 인식하는 방식이 18세기 경 등장했으며 현대의 성별 체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통해 성에 대한 관점이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논증한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성별 간의 유사성을 강조했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성차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남성을 완전히 서로 다른 존재로 구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학술 분야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는데, 젠더의 개념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오히려 섹스를 포함하는 의미로서의 성별을 표기할 때 젠더를 쓰거나, 섹스 그 자체를 젠더라 지칭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정책 분야에서는 여성과 젠더가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향도 만연하다.

참조항목

, , 섹슈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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