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언어학

[ linguistics , 言語學 ]

요약 인류의 언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영국에서는 ‘필롤로지(philology)’라고도 하나, 일반적으로 필롤로지는 문헌학(文獻學)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문헌언어학은 복잡한 언어의 제현상 가운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관습적 특징을 분석적으로 연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언어현상 그 자체의 해명을 목표로 한다. 즉, 언어라는 복잡한 조직체를 여러 각도에서 접근, 고찰하여 언어의 특성을 밝힌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언어학은 대체로 19세기 초엽부터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발달사를 약술하면 언어학의 대상 ·방법 ·제분야(諸分野)를 기술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언어는 인류를 다른 동물에서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며, 인류 자신이 태고 때부터 언어에 주목하여 거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기록을 남겼으며, 그 가운데에는 현대 언어학의 관점으로도 옳다고 인정되는 것이 적지 않다.

한 가지 예를 들면, BC 4세기경에 고대 인도의 파니니(Pānini)에 의한 인도의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의 소리와 문법적인 면에 대한 연구는 그 정확성 ·정밀성 ·포괄성에 있어서 19세기 언어학이 시작되기 전의 어떠한 연구 성과보다 뛰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업적은 파니니가 이 전의 연구업적을 활용한 것이고, 그 뒤로 이러한 전통이 인도인에게 전승되었으나, 자국어에 대한 연구에만 그쳤을 뿐 일반언어학으로는 발전하지 못하였다.

19세기 초엽부터 발달한 인도유럽어 비교문법은 여러 가지 점에서 현대언어학의 발달에 직접적인 실마리가 된다. 이 비교문법은 1786년 W.존스경(卿)이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와 그리스어, 라틴어와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이 세 언어의 동사어근(動詞語根)과 문법형태(文法形態)가 보여 주는 유사성은 도저히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것들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에 어떠한 연구자이든지, 아마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공통어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생각하면서 연구에 임하게 될 것이다”라는 선언과 함께 비교연구가 시작되었으며, 1816년 F.보프, 1818년 R.라스크, 1819년 J.그림 등의 저서에 의하여 그 기초가 마련되었다.

그 후 게르만어 ·슬라브어 ·리투아니아어 등이 연구대상으로 추가되어서, 1861∼1862년에는 A.슐라이허가 인도유럽조어(Indo-European Protolanguage)의 재구(再構)를 시도하였으며, 특히 1870년대에 점차 활발해진 음운대응(音韻對應:sound correspondence)에 관한 발견에 의하여, 이러한 제언어는 공통의 인도유럽 조어에서 분기 발달한 것이라는 것이 증명되어, 음운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지만, 그것은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에 의하여 소장문법학파(少壯文法學派)는 “음운법칙(音韻法則)에는 예외가 없다”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제연구가 H.파울의 《언어사원리(言語史原理):Prinzipiender Sprachgeschite》(1880)에서 정리 ·집대성되었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 시기의 언어에 대한 연구는 오로지 언어의 역사적인 연구였다. 그러나 이 연구방법은 모든 언어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언어학은 여기에서 처음으로 과학적인 언어학이 될 수 있었다.

언어학 이론 발달사에서, 특히 현대언어학이 직접 기초하고 있는 것은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F.소쉬르의 이론을 체계화한 《일반언어학강의: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1916)라는 저작이다. 그는 여기서, 종래 언어의 역사에 대한 연구인 통시언어학(通時言語學:역사언어학)에 대하여, 한 시대의 한 언어 그 자체의 구조(structure) ·체계(system)를 연구하는 공시언어학(共時言語學:synchronic linguistics)의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소쉬르는 언어현상의 총체인 ‘랑가주(language)’를 분석하여, 개인적 ·일시적인 ‘파롤(parole)’과 사회적, 항구적인 ‘랑그(langue)’를 구별하였으며, 랑그를 성립시키는 각 항목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대립되어 여러 관계에 의하여 관련되어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그 구조 ·체계를 공시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유럽의 구조언어학은 소쉬르의 이러한 사상에서 시작된다.

그의 이론은 유럽의 중요한 2개의 학파를 탄생시켰는데, 그 하나가 L.옐름슬레브를 중심으로 한 글로스매틱스(glossematics:言語代數學)학파로서 소쉬르가 주장한 추상적인 언어구조의 관계망 연구에 주력하였으며, 다른 하나는 프라하(Praha)학파로서 제언어의 구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1920년대 말경부터 음운론(音韻論:phonology)의 수립에 노력하였다. N.트루베츠코이와 R.야콥슨이 그 중심적인 학자들이었다.

언어음성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이래 음성학(音聲學:phonetics)에 의하여 점차 정밀해졌으며, 이에 따라 발음자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음성의 미세한 차이가 있음이 명백히 밝혀졌으나, 한편으로 발음자의 음성의식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해졌다. 음운론의 발달에 따라 그러한 무수한 소리들을 소수의 음운(音韻:phoneme)으로 묶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음운론은 음운론적 단위들의 구조 ·체계 ·기능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한다. 특히 야콥슨은 음운론에 이항대립(二項對立:binary opposition)의 개념을 도입하고, 뒤에 변별적 자질(辨別的資質:distinctive features)의 개념을 발전시켜서, 언어 구조의 많은 부분을 해명하게 되었다.

미국의 구조언어학은 주로 기술언어학(記述言語學:descriptive linguistics)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인류학자 F.보아스의 아메리카인디언제어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하여, E.사피어와 L.블룸필드에 의하여 기초가 놓여졌다. 특히 블룸필드의 저서인 《언어 Language》는 미국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학파의 특징은 당시의 행태주의심리학(行態主義心理學:behaviorism psychology)의 영향을 받아 외형으로 드러난 객관적인 언어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았으며 방법에 있어서도 심리주의를 철저히 지양하고 객관주의를 취하였다. 또한, 언어 기술의 층위를 나누어 형식적으로 기술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여, 후계자들은 의미(意味)의 기술을 주관적이라고 하여 배제하였으며, 언어 단위의 외형적 분포(分布)를 중요시하여 이를 정밀히 형식적으로 기술하였다. 이들을 분포주의자(分布主義者)라고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음운론 ·형태론 등의 하위체계 분석에서는 성공하였으나 통사론(統辭論)의 분야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통사론의 약점을 보완한 사람이 N.촘스키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언어학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인간의 언어능력, 즉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문장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문장을 발화(發話)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아울러 유아기의 비교적 짧은 시일 내의 정확한 언어습득 등의 이론을 기초로 하여, 이러한 언어능력과 언어습득 기제(機制)를 설명해 주는 모델을 설정하는 것을 언어이론의 목표로 삼았으며, 이러한 문법을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transformational generative grammar)이라고 하였다. 그는 기저구조(基底構造:deep structure)와 표면구조(表面構造:surface structure)를 설정하고 기저에서 생성된 문법이, 변형을 거쳐 표면구조로 도출된다고 보았으며, 기저구조에서는 의미해석이, 표면구조에서는 음성실현이 각각의 규칙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 후 변형생성문법은 여러 가지 갈래로 발전해 갔으며, 여러 언어를 대상으로 하여 그 모델이 검증되고 있다.

위의 약술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학은 언어의 구조 그 자체를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관점에서 연구된다. 언어음성을 대상으로 하는 음성학과 음운론, 형태소의 기능을 연구하는 형태론, 형태소들에 의한 문장 구성을 연구하는 통사론, 단어 또는 문장의 의미를 대상으로 하는 의미론, 그리고 어휘의 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어휘론이 있으며 또 그 방법에 따라, 역사언어학 ·비교언어학 ·대조언어학 ·일반언어학 등이 있다. 현대의 언어학의 발달은 자연적으로 인접과학과의 교류를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사회언어학 ·심리언어학 ·인류언어학 ·언어철학 ·수리언어학 등의 분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