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론

음운론

[ phonology , 音韻論 ]

요약 언어전달의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기능이란 관점에서 언어음성을 연구하는 학문.

한 언어 안에서, 의미가 다른 두 소리를 구별해주는 음성적 요소(예를 들어 한국어의 달과 딸은 語頭音의 차이로 의미 차이가 생긴다)를 연구하며, 여러 가지의 서로 다른 개인차(음색의 차이, 미세한 발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의미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음성적 요소를 연구한다. 이것은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기능과는 관계 없는 음성요소를 연구하는 음성학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음운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음소론(音素論)으로서 각각의 언어에서 한정된 수의 최소대립쌍(最小對立雙), 즉 음소를 찾고 한 언어 안의 여러 음소간의 대립을 통한 변별적(辨別的) 자질이나 관여자질을 연구하고 발화연쇄 내에서 음소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다른 하나는 운소론(韻素論)으로서 비분절요소(非分節要素:suprasegmental unit), 즉 둘 혹은 그 이상의 음소와 함께 나타나면서 변별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강세 ·고저 ·장단 등에 대한 연구이다.

한 언어에서 음운론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음성요소가 다른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굳어진 언어의 음운적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음운론은 여러 언어의 주된 음운체계와 그러한 기능의 일반법칙을 연구하며, 대조음운론(對照音韻論)은 둘 또는 그 이상 언어의 음운체계의 차이점을 연구한다. 그 밖에 한 언어의 주어진 시기의 음운체계를 연구하는 공시음운론(共時音韻論)과, 음운변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음운체계의 변화 등을 연구하는 통시음운론(通時音韻論)으로 나눈다.

오래 전부터 음성학과 음운론은 혼동되어 왔었다. 음운론과 음성학이라는 단어가, 비록 그 어원은 ‘언어음에 대한 연구’로 같긴 하지만, 음운론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부터는 각 학파 또는 각 학자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진 채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용어의 혼동은 개념의 혼동과도 관련이 있는데 20세기 전반의 구조언어학의 발전과 함께 음운론이 크게 발달하면서 차차 분명한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음운론의 최소단위인 음운음소와 운소(韻素)를 함께 표현한 말이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이에 대한 정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심리적인 관점에서의 정의인데, 그 대표자로 J.N.보두앵 드 쿠르트네, E.서피어 등을 들 수 있다. 보두앵 드 쿠르트네는 음운을 ‘언어 음성의 심리적 대등(對等)’이라고 하였다. 즉, 국어의 [ㅂ]에 해당하는 소리는 실제로는 [p]와 [b] 두 개이지만, 한국 사람은 이 소리의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하나의 소리로 의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말소리가 머리 속에 반영된 것이 곧 음운이라는 것이다. 한편 E.서피어는, 말소리가 존재하는 세계가 둘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실제적인 존재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존재라고 보았다. 둘째는 분포적(分布的)인 관점에서의 정의인데 D.존스가 그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음운을 정의하여 “한 음운이란, 어떤 언어에 있어서의 음성들의 가족인데, 그 음성들은 성격상 서로 관계가 있고, 그 중의 어느 한 음성도 단어에 있어서 다른 음성과 동일한 음성적 환경에 쓰일 수 없다”라고 하였다. 즉, 한국어의 [ㅂ]은 가령 ‘바보’라는 소리가 있을 때 어두에서는 [p]소리로, 어중에서는 [b]소리로 나므로 서로 다른 소리이나 이것들이 서로 유사하며 어중에서는 결코 [p]가 나타나지 않고, 어두에서는 또한 [b]가 결코 나타나지 않는 상보적 분포(相補的分布:complementary distribution)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하나의 동일한 음운으로 묶이는 것이다. 이때 각각의 음성적 [p]와 [b]는 한 음운의 변이음(變異音:allophone)이라고 한다. 셋째는 기능적인 관점에서의 음운의 정의이다. 주로 프라하학파의 N.S.트루베츠코이, R.야콥슨에 의한 주장인데 트루베츠코이는 “음운은 그 심리적 성격으로나, 그 음성적 변이와의 관계에 의해서는 결코 만족스럽게 정의될 수 없고, 오직 언어에 있어서의 그 기능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어떤 언어에서 지적(知的)인 의의를 분화할 수 있는 모든 음적 대립을 ‘음운적 대립’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대립에 있어서의 각 항을 변별적 ·음운적 단위, 즉 음운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에서의 정의는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상호보완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음운이 정립되었다고 해서 완결된 것은 아니다.

음운은 개별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서로 긴밀하게 연락되어서 상호간의 관련을 가진 하나의 조직을 이룬다. 그리하여 음운론에서는 음운체계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 변형생성 문법이론의 발전에 따라 발전한 생성음운론(生成音韻論:generative phonology)은 이러한 각각의 음운이 더 나누어질 수 없는 최소의 단위가 아니고 복합적인 자질(資質:feature)로 이루어져 있다는 야콥슨의 이론을 수용하여서 이론을 전개한다. 이러한 자질을 변별적 자질(distinctive feature)이라고 한다.

생성음운론은 두 개의 층위를 가정하는데, 하나는 두 개 이상의 형태소를 변별하는 추상적인 음운 층위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음성적으로 실현된 음성 층위이다. 또한 생성음운론에서는 모든 음운규칙을 자질의 변화로 보면서 일반성을 추구하고 있다. 음성학과 음운론은 다같이 말의 소리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기는 하나 보는 각도가 다르며 따라서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음성은 생리적으로 산출되고, 물리적으로 전파되며, 다시 생리적으로 청취되는 실질적인 작용이다. 따라서 음성학은 이 세 가지 방면으로 음성을 관찰하여 음성의 모든 자질을 남김없이 파악하기를 힘쓰게 된다. 또한 음성학에서는 모든 자질이 동등하게 중요시되며 그 자질들 사이의 어떠한 차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음운론에서는 모든 자질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음운론의 대상은 음운이며 음운은 변별적 자질의 묶음으로 보아지기 때문에 음성의 모든 자질 중 변별적 자질(음소적 자질이거나 운율적 자질이거나를 막론하고)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게 된다. 또한 음성학에서는 말의 뜻이 고려될 여지가 없는 데 비해 음운론의 음론은 뜻을 구별하는 기능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의 뜻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음성학에서는 음성 상호간의 관계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음운론에서는 음운 자체의 서로 관련되는 모습, 즉 음운체계가 문제된다. 각 음운의 가치는 모든 다른 언어요소와 마찬가지로 다른 음운과의 관련성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며 음운의 조직은 하나의 구조(構造:structure)이기 때문이다. 음성학과 음운론의 이러한 차이 때문에, 트루베츠코이는 음성학은 언어학의 테두리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까지 주장하였으나, 음성학과 음운론은 다같이 사람의 말소리를 연구하는 것인 이상 언어학의 한 부분으로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음성적인 자질의 분류나 파악에는 음성학적 연구가 필수불가결이며 음운 대립의 파악도 음성학적 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음운론의 입장에서 보면 음성학은 음운론의 기초를 제공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