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미술

요약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에서 발생한 미술.

아라야네스 안뜰

원어명	España art

스페인미술의 첫 개화는 로마네스크 시대의 카탈루냐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벽화 ·제단화(祭壇畵) ·조각은 건축과 함께 스페인미술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엄숙한 종교감정에 넘쳐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16세기 말기에 톨리도를 중심으로 활약한 그리스 출생의 화가 E.그레코에 의하여 일단 완성되어 스페인 회화의 황금시대를 가져오게 하였다. 또한 스페인의 건축에는 옛날부터 여러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고 일컬어진다. 예를 들면, 스페인이 로마의 속령(屬領)이었던 시대에는 로마 건축의 영향이 컸고, 다음에는 서(西)고트에 이어, 무어인(人)의 건축이 침투하였다.

다음의 고딕 시대에는 프랑스의 교회건축이 본보기가 된 것 등이라 하겠다. 따라서 9세기부터 10세기에 걸쳐 오비에드 주변에 세워진 석조건축은 서(西)고트풍(風)이고, 부르고스의 카테드랄에 비롯하는 고딕 건축은 약간 조잡한 듯한 장식성(裝飾性)을 제외하면 완전히 프랑스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페인미술이 독자적인 전통을 수립하게 된 것은 로마네스크 시대이며, 더욱이 오늘날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카탈루냐 지방의 삽화(揷畵) ·벽화 ·제단화 등은 소박하고도 힘찬 지방색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카탈루냐 미술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아프리카 북서부 민족이었던 무어인(人)의 영향을 벗어나, 오히려 비잔틴 미술, 또는 콥트 미술(이집트의 그리스도교도인 콥트인의 미술)에 가깝다. 이러한 카탈루냐미술의 뛰어난 작품들은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엄숙한 종교감정을 나타낸 그리스도의 책형상(磔刑像:로마네스크시대)을 비롯하여 호화로운 금박을 많이 사용한 카탈루냐 고딕에서 르네상스기(期)에 걸쳐서는 이탈리아 건축이 점차 스페인에 밀려온다.

펠리프 2세의 유명한 에스코리알궁전의 르네상스 양식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남쪽 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전(12세기 초에서 14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이슬람 미술의 표본)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비교되는 장중함이 나타나 있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회화에서도 이탈리아 미술의 특색은 교묘하게 살아 있다.이것은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리베라와 그의 제자인 스루바란 및 크레타섬 출생으로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공부한 뒤 톨리도에 정착한 E.그레코의 작품에서 대체로 인정되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인 격렬한 종교성은 스페인적인 특징이다. 라파엘의 화법(畵法)을 연상시키는 마돈나를 그린 무릴료만 하더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리베라의 명암의 대비가 강한 순교도(殉敎圖), 스루바란의 근엄하고 정결한 수도승, E.그레코가 그런 열광적인 종교적 법열(法悅) 등은 모두 가톨릭의 나라 스페인다운 작풍으로서, 이러한 의미에서는 스페인 회화가 매우 종교적이라고 평할 수도 있다. 다만, 벨라스케스는 철저한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에스파냐 회화를 유럽적인 수준에까지 끌어올렸으며,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 걸친 고야는 괴기 ·환상의 영역에서 근대회화에의 길을 개척하였다.

에스파냐바로코라는 말 그대로 본래 에스파냐 사람의 성격에는 색채의 조화, 화면의 정연한 구성을 깨뜨리는 강렬한 감정 표현이 뚜렷하지만, E.그레코의 야릇한 인물상도 그 좋은 예이며, 고야 역시 로코코 예술의 우아한 분위기를 벗어나자 처음으로 에스파냐 최대의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특이한 사실주의자 발데스레알의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다.

20세기에 들어오자, 에스파냐는 피카소의 초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노네르를 필두로 피카소, 그리스, 미로 및 추상적인 타피에스, 킥사르 등의 신예미술가를 배출하였다. 여기에서도 바르셀로나를 주축으로 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화가가 두드러지며, 역시 바르셀로나 출신의 건축가 A.가우디이코르네트의 불가사의한 환상의 세계와 함께 현대회화에서 개성이 뚜렷한 작품활동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