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수신

[ 水神 ]

요약 바다 ·강 ·하천 ·연못 ·우물 등을 관장한다는 신.

해신(海神) ·용왕신(龍王神) ·하천신(河川神) ·독신(瀆神:나루터의 수신) 등으로 불린다. 일찍이 농경사회가 발전하면서 적당한 수량(水量)에 대한 인간의 바람은 물의 힘 자체를 신의 작용으로 믿어, 이를 관장하는 절대신에 대한 신앙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수신은 관개용수나 제방(堤防)의 수호신이 되고, 수해방지 ·기우제 등에서 숭배의 신으로 섬겨져, 사람들은 이 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때로는 친숙히 하고 또 공물(供物)을 바쳐 그 노여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더구나 생활의 터전을 바다에 의지하고 있는 어부들은 옛날부터 해신이나 용왕신에 대한 신앙이 두터워 여러 가지 제례를 행하여 왔으며, 이는 세계 여러 민족에게 공통된 민족적 의례라 할 수 있다.

수신은 흔히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령적(惡靈的)인 신과, 인간을 이롭게 하는 선신(善神)으로 구분하기도 하나 그 한계는 뚜렷하지 않다. 대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원령(怨靈) 등은 배나 사람에게 해를 주는 악신(물귀신)으로 여기는 반면, 용왕신은 가장 격이 높은 수신으로 숭앙된다. 그러나 이 용왕신이나 해신도 때로는 노여움을 받아 인간에게 해를 준다고 믿어짐으로 그 선악의 구별은 뚜렷하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수신이 연못이나 강변에서 횡포를 부린다 하여, 함부로 출입금지의 연못에 들어가면 목숨을 잃는다고 전해지며, 그린란드에서는 인간에게 해를 주는 수신을 쫓기 위하여 샘물을 마시지 않는 규정이 있고, 아메리카 인디언은 슈피리어호(湖)나 미시시피강 등에 도착하면 수신에게 공물을 바쳐 이를 위로한다. 한편, 힌두교도에게는 강은 살아 있는 인격적 존재이며 지금도 그들은 강과 친하여 이곳에서 서약하고 목욕재계한다.

중국에서 비롯된 용신(龍神) 사상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널리 신앙되는 수신이다. 통상 용왕신 또는 용왕님이라 일컬으며, 그가 있다고 믿어지는 수중의 궁전을 용궁(龍宮) 또는 칠보궁전(七寶宮殿)이라 한다. 흔히 산에 있다고 믿어지는 산신(山神)은 호랑이로 상징되며, 수신, 특히 용왕신은 용으로 상징되는데, 이 용왕에 얽힌 설화가 한국에는 많다. 그 중에서도 신라의 수로부인(水路夫人)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純貞公)을 따라가다가 임해정(臨海亭)이란 곳에서 해룡(海龍)에게 끌려 용궁에 다녀온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설화이다. 용왕을 숭상하는 풍습은 지금도 각처에서 볼 수 있다. 동해안 일대에서는 매년 정초에 용왕제를 지내고 있고, 국내의 큰 강에는 정월 보름날 용왕밥을 띄워 보내는 습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