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반

별무반

[ 別武班 ]

요약 고려 숙종 때 여진(女眞)을 정벌하기 위해 편성되었다가 여진과의 강화가 성립되면서 해체된 군사조직.

여진(女眞)은 원래 발해의 지배 아래 있다가 발해가 멸망한 뒤에는 고려와 거란을 상국(上國)으로 섬기면서 지냈다. 특히 고려를 ‘부모의 나라’라고 부르면서 고려를 통하여 식량, 포목, 철제 농기구, 철제 무기 등 경제·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하였다. 이런 까닭에 여진인들 가운데에는 고려에 의탁하는 향화인(向化人)이 많았고, 심지어는 고려로 이주하는 투화인(投化人)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여진과의 관계는 북만주에 위치해 있던 완옌부[完顔部]가 세력을 두만강 유역까지 확장하면서 긴장 관계로 변하였다. 1104년(숙종 9) 그들은 고려에 투화해 오던 여진인들을 추격하여 정주(定州)의 장성(長城) 부근까지 진출하였다. 이에 숙종은 임간(林幹)을 보냈으나, 여진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였다. 다시 윤관(尹瓘)을 동북면행영병마도통(東北面行營兵馬都統)으로 임명하여 여진과의 전투에 임하게 했으나, 그 역시 패배하고 말았다. 여진군의 주력이 기병(騎兵)이었던 데에 반해 고려군은 주로 보병(步兵)이었던 데다가 중앙의 상비군이었던 6위(六衛)가 약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윤관은 숙종에게 패전의 원인을 설명하고 별무반(別武班)이라는 새로운 군사조직을 편성하게 되었다. 별무반은 기병인 신기군(神騎軍)과 보병인 신보군(神步軍), 승병(僧兵)으로 구성된 항마군(降魔軍), 그리고 도탕(跳盪)·경궁(梗弓)·정노(精弩)·발화군(發火軍) 등의 특수군으로 구성되었다.

이 가운데 신기군은 문무 산관(文武散官)과 서리(胥吏)에서부터 상인(商人)·노비(奴婢)·양인 농민[白丁]에 이르기까지 말을 가진 자들로 조직된 부대였다. 이들 가운데 말을 갖지 못한 자와 20세 이상의 남자로서 과거 응시자가 아닌 사람은 모두 특수병과 신보군으로 편제하였다. 그리고 사찰의 전호(佃戶)로 여겨지는 수원승도(隨院僧徒)들을 뽑아 항마군을 조직하였다.  

그러므로 당시 장정(壯丁)으로서 별무반의 징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직 정직(正職)의 문·무반(文武班)과 과거 응시자, 그리고 승려 가운데 일부만이 제외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별무반은 위로는 귀족에서부터 아래로는 양인 농민과 노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에서 동원된 거국적인 군사조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조직된 별무반이 여진 정벌에 나선 것은 1107년(예종 2) 12월이었다. 한편 별무반의 설치와 여진 정벌의 이면에는 당시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문벌귀족(門閥貴族)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예종과 윤관의 의도도 숨어 있었다. 어쨌든 윤관을 원수(元帥), 오연총(吳延寵)을 부원수로 하는 17만의  별무반은 정주관(定州關=定平)을 떠나 기습작전으로 여진족을 소탕하고 갈라전(曷懶甸) 일대를 점령하고는 이곳에 9성(九城)을 축조하였다. 그리고 1108년(예종 3) 4월에 윤관 등은 일단 개경으로 개선하였다.

그러나 여진족은 완옌부를 중심으로 곧바로 조직적인 무력 항쟁을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전세가 고려에 불리하게 되자, 윤관과 오연총 등은 다시 출정했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하지 못하였다. 이러던 차에 여진 쪽에서 9성의 환부를 조건으로 화친을 요구하여 왔다. 고려로서도 오랫동안의 전쟁 준비로 막대한 물자와 인명 피해의 부담을 견디기 어려웠던 데다가 개경과 9성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 뿐만 아니라 지형 조건상 지키기도 어려웠다. 그러했기 때문에 조정에서도 화친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마침내 1109년(예종 4) 7월에 9성의 환부를 결정하고 주둔했던 군사와 백성들을 철수시켰다.

별무반은 여진과의 강화가 성립됨에 따라 해체되고 말았다. 그러나 별무반의 설치와 해체는 병농일치(兵農一致)에 입각한 군사조직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계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것의 역사적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군사조직에 참여하게 되는 양인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그들의 사회적 인식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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