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앙

마을신앙

요약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지연(地緣)을 바탕으로 마을의 안녕 ·태평과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행하는 신앙.

지역에 따라 의례의 명칭 ·제당 ·유형 등이 다르다.

마을신앙의 유형은 고사(제사) ·풍물굿 ·무당굿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고사는 밤중에 소수의 제관들만 참여한 가운데 경건하게 이루어지는 신앙형태이다. 제관들은 당에 가서 제물을 진설하여 대접하는데, 절하고 잔을 올린 후 비손을 하거나 축문을 읽는다. 유교식으로 홀기를 읽는 마을도 있다. 마을 전체의 소지(燒紙)와 동민들의 소지를 올린 후 마치는 것은 모든 마을고사에서 동일하다. 풍물굿 유형은 농악대가 주도하는 의례를 말한다. 역시 제관들을 선정하여 의례를 행하지만 농악대가 풍물을 울려 놀이판이 벌어진다. 동제가 끝나면 동네 우물과 집집을 돌아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줄다리기나 고싸움으로 풍농과 풍어를 점치고 기원하는 놀이도 이때 행해진다. 무당굿은 무당을 불러와 사제자로 세워 행하는 의례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 3개의 유형은 독립적으로 집행되기도 하고 둘이나 셋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강릉단오제의 경우 유교식 제례와 풍물, 무당굿이 모두 행해진다. 대개의 마을에서는 고사나 풍물굿으로 동제를 모시고 무당굿을 하는 경우에는 터울을 두어 몇 해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한다.

마을신앙의 제당은 나무를 신체로 하거나 또는 신의 강림처로 믿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러나 아무 표지도 없는 산중턱이나 평평한 공간이 동신의 강림처로 신앙되기도 한다. 이때에는 제의에 앞서 금색을 하여 신성한 공간임을 나타낸다. 나무와 함께 제단을 모시거나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제당이 되고 또는 당집을 짓는 경우도 있다. 당집 안에는 신위를 모시거나 탱화(신상도)를 봉안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바위나 굴이 제당으로 신앙되기도 한다.

마을신앙의 주된 신으로는 당신(堂神) ·장승 ·솟대 등이 있다. ① 당신:마을의 수호신이자 생업을 관장하는 당신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산신이다. 산신은 산에 거주하는 신으로서 산 아래 사는 주민들을 보호한다고 믿는다. 경기 ·서울 지역에서는 도당신이나 부군을 모시고, 전라도 지역에서는 당신이 보편적이다.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서낭을 주로 모신다. 명칭은 각기 달라도 주민들은 당신을 인격적인 존재로 믿어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마을에 사는 모든 주민들의 조상으로 신앙한다. ② 장승:흔히 마을 입구에 세우는 장승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잡귀와 흉액을 막는 신으로서 장신 ·수살 ·벅수 ·우석목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흔히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으로 남녀 1쌍을 만들어 세운다. 장승의 기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흉액을 막아주는 벽사신 외에도 마을경계표시, 그리고 이웃의 대도시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장승은 동제를 모실 때 당신의 하위신으로 제의를 받는다. 이를 장승제 또는 거리제라고 한다. 장승 앞에 제물을 차리고 의례를 행한 후 폐백이라고 하여 백지를 건다. 이어 개를 잡아 마을 밖쪽으로 피를 뿌리거나 풍물을 떠들썩하게 울리는데 이는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이다. ③ 솟대:장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신간(神竿)을 말하는데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짐대 ·짐대서낭 ·오릿대 ·수살대 ·진또배기 ·진대하나씨 등으로 이름은 달라도 모습이나 기능은 일치한다. 솟대는 삼한시대의 소도에서 연유했다고도 하지만 현재는 장승과 함께 마을 입구에 서 있어 마을의 액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다. 강원도 강문의 진또배기는 장간 위에 3마리의 오리가 세워져 있는데 각각 화재 ·수재 ·풍재를 막아준다고 믿는다. 그 외에 오리에서 연유한 수신(水神)의 성격으로 풍농을 보장하는 기능이 있다.

동제의 제일은 정해진 날에 정기적으로 하거나 달만 정해 놓고 전문가에게 날을 받는 2가지 방법이 있다. 달은 정초와 대보름이 가장 많고, 봄 ·가을에 모시는 마을도 있는데 최소한 1년에 1번 이상 정기적으로 의례를 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제일이 정해지면 마을 입구에 금줄을 쳐 잡인의 출입을 막고 집안에 초상이나 해산이 없는 모범 주민 가운데 제관을 선정하는데 생기복덕을 맞추기도 한다. 제관으로 선정되면 몸을 정하게 가지고 금색하여 출입을 삼가며 부정한 일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제물은 경건한 마음으로 값을 깎지 않고 구입하여 깨끗하게 장만한다. 가장 중요한 제물은 제주(祭酒)이며, 조라를 빚어 당 앞에 묻어둔다. 동제를 올리는 동안은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집안에서 근신하며 개나 다른 짐승들도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조심하여 온 마을이 경건함을 유지하도록 한다. 동제가 끝나면 다함께 음복(飮福)하고 마을회의를 소집한다. 마을회의에서는 이장선출, 품삯결정, 마을공사 등 1년 동안의 마을의 중요한 일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