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음악

르네상스음악

요약 대체로 1450년부터 1600년에 이르는 시대의 유럽음악.
류트

류트

일반적으로 르네상스란 고대문화의 부흥을 뜻하며, 미술이나 문예에서는 확실히 그와 같은 경향을 정신적 ·기법적인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굳이 그것을 찾는다면 1600년 무렵의 오페라를 부흥의 효시로 들 수 있으나 이는 한낱 공상의 산물에 지나지 않았고, 시대적으로도 음악은 이미 바로크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내용을 보다 넓은 뜻으로 다루어 인문주의적인 예술 창작태도, 조화와 비례의 중시, 합리적인 기법의 탐구, 명확한 표현, 그리고 그러한 음악의 배후에 있는 인간상이라는 점 등에 착안한다면, 15세기 말~16세기의 음악에는 확실히 르네상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이 시대의 음악작품은 음역이 전대의 그것에 비하여 훨씬 넓어지고 새로운 음공간이 개척되어 있다. 이는 회화에서의 원근법의 탐구와 비교가 될 것이며 악보 인쇄술의 발명, 정량기보법(定量記譜法)의 보급도 르네상스의 과학정신과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르네상스음악의 숨결은 14세기 프랑스의 마쇼, 이탈리아의 란디니 등의 작품의 감미로움 속에서도 느낄 수 있으나, 15세기의 부르고뉴악파의 음악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뒤파이 등의 궁정 샹송은 중세의 전통을 답습하면서도 그 인간적인 정감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15세기 말~16세기에 전개되는 플랑드르악파의 음악으로 르네상스음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오케겜, 오브레히트 등에 의한 폴리포니기법의 개척에 이어 조스캥 데프레의 음악, 특히 그의 미사곡에 이르러 르네상스음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성립된다. 그 일관된 모방양식과 명확한 악절구분, 가사와 음악과의 밀접한 연결, 균형잡힌 악곡구성, 완성된 순환(循環) 미사곡의 형태, 미사 각 부에서의 정선율(定旋律)의 유기적인 통일과 변용, 절도 있는 정적인 표출력 등은 음악에서의 르네상스적 요소로서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그 후에도 플랑드르악파에서 많은 대작곡가들이 배출되었으며, 특히 16세기 후반의 데 몽테와 라수스의 작품은 그 강렬한 표출의욕면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들 16세기 후반의 후기 플랑드르악파의 음악작품은 뒤에 나오는 제수알도나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작품 등과 더불어, 미술사상에 있어서의 마니에리스모와 비교될 만한 것이다. 플랑드르악파의 작곡가들은 유럽 전 지역에서 활약하였으며, 그들의 성악 폴리포니기법을 르네상스음악의 국제적 양식으로 삼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페스타, 팔레스트리나, 루차스키 그리고 마렌초, 제수알도, 몬테베르디 등에 의한 마드리갈과 같은 뛰어난 세속음악과 로마의 팔레스트리나에 의한 미사곡, 모테트 등의 교회음악이 나왔다. 또한 베네치아의 조반니 가브리엘리 등의 악기를 곁들인 2중합창 등도 특기할 만하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등 도시 시민계급의 지위향상과 더불어 샹송이 궁정에서 시민들의 가정에까지 파고들어 잔캥 등의 다성(多聲)샹송과 류트반주를 곁들인 독창샹송이 등장하였다. 또, 구디멜 등의 위그노 시편가(詩篇歌)도 독일 프로테스탄트들의 코랄과 함께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에스파냐에서는 모랄레스, 빅토리아 등의 폴리포니 미사곡과 모테트가 발달하고, 밀란 등의 비우엘라곡, 카베손 등의 오르간음악도 발달하였다. 다소 민중적인 세속음악곡으로는 빌랸시코가 있다.

영국에서는 15세기 말~16세기에 페어픽스, 태버너, 탤리스 등이 폴리포니 교회음악을 작곡하였으며, 영국국교회의 성립으로 교회를 위한 새로운 음악이 나오게 되었다. 버드를 비롯한 이 시대의 영국 작곡가들은 가톨릭과 국교회의 양쪽 교회음악을 다 같이 작곡하였다. 또, 이탈리아의 마드리갈이나 발레토의 영향을 받아 몰리, 기번즈 등의 영국적 마드리갈 ·발레토, 다울란드 등의 류트반주가 따른 가곡인 류트곡 ·버지널곡 등도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플랑드르악파의 작곡가 이자크, 라수스 등의 활약이 눈에 띄며 이들의 영향을 받아 젠플 등의 독일 다성리트가 나타났다. 16세기 말에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하슬러 등의 다성합창곡, 갈루스의 2중합창곡 등이 작곡되었으며 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생겨난 독일 프로테스탄트교회에서는 독자적인 교회음악이 발달하고 코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프레토리우스 등의 교회작품이 나왔다.

그 밖에 포르투갈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의 음악도 플랑드르와 이탈리아의 영향 아래 독자적인 발전을 하였다. 이상과 같이 르네상스음악의 중핵은 성악 폴리포니기법이며, 미사 ·모테토 그리고 각종 세속합창곡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나 기악음악의 발달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오르간을 비롯한 다른 건반악기, 류트나 소합주(小合奏) 등을 위한 무곡, 성악곡의 편곡, 판타지나 전주곡과 같은 소곡 등 각국 특유의 기악작품을 낳고 있다. 그리고 16세기 말에는 각종 극음악의 시도가 이루어져 17세기 바로크음악의 성립과 발전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였다. 르네상스의 합리정신은 음악이론면에서도 그랄레아누스의 《도데카코르돈》이나 차를리노의 《화성론》과 같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이론을 낳게 하고 또 계몽적인 음악입문서도 만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