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미술

간다라미술

[ Gandhara art ]

요약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 무렵 인도 북서부의 간다라 지방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그리스·로마풍의 불교미술을 말한다.
원어명 Gandhāra art

간다라 미술은 기원전 1세기경부터 기원후 5세기 무렵까지 고대 인도 북서부의 간다라 지방(현재의 파키스탄 북서부의 페샤와르 분지와 탁실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일대)에서 발달한 불교미술의 한 경향이다. 오래전부터 그리스인, 샤카족, 파르티아족, 대월지족(大月氏族) 등이 잇달아 지배했던 간다라 지방은 다양한 문화의 영향 하에서 여러 주변 지역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발전하였는데, 이 지역에서 형성된 미술 역시 이런 혼성적 성격을 띄고 있다. 주로 '불교미술'을 지칭하는 간다라 미술은 인도에서 태동한 불교의 주제를 헬레니즘적 기법과 요소로 조형화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1세기경 마투라와 함께 부처의 모습을 인간 형상의 불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후 대승불교와 함께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경과 전개

간다라 미술 형성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배경으로는 기원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을 들 수 있다. 이후 형성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왕 시기에는 불교가 융성해 간다라 지역까지 확산되었고, 스투파 등이 제작되었다. 간다라 미술이 본격적으로 형성, 발전한 것은 대월지(大月氏) 족이 세운 쿠샨왕조로, 특히 사방으로 영토를 넓히며 해로(海路)와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 및 주변 아시아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한 카니슈카 왕 시기 전성기를 이루었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의 불교미술은 기존 불교의 도상은 유지하면서도, 고전 로마 미술의 다양한 기술 및 덩굴무늬, 반인반어(半人半魚), 반인반마(半人半馬) 등의 모티프를 채용한 독자적인 조형 양식을 보였다. 특히 조각이 주(主)를 이루어 주제면에서는 불타상과 불전도(佛傳圖)가 다수 제작되었다. 다만 간다라의 조각은 스투파 등의 건축물과 밀접한 관련을 지녀, 대부분 독립적 형식의 환조(丸彫)보다는 부조나 고부조(高浮彫)로 제작되었다. 2세기경에는 예배용의 단독적 불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환조에 가까운 고부조로 제작되었다. 한편 부처의 일대기를 그려 설화적 성격을 띄는 불전도는 기존의 도상을 기초로 하면서도 이를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여러 장면에 걸쳐 표현하는 형식을 띄었고, 다수의 새로운 도상과 주제가 나타났다.

2세기 중후반 전성기를 누리던 간다라 미술은 3세기 중기 이후 점차 쇠퇴해갔다. 4세기 무렵에는 토우(土偶) 등 소조(塑造) 중심의 조형활동이 다시 활기를 띄기도 했지만,  5세기 중기에는 이 지역에 침입한 이민족에 의해 다수의 건물과 조각이 파괴되며 조형활동의 맥이 끊기게 된다. 하지만 간다라 미술의 흔적은 이후에도 굽타왕조미술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간다라에서 창안된 상의 유형과 양식 등은 중앙아시아는 물론 이후 중국과 한국,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간다라미술과 마투라미술

간다라와, 인도 북부의 마투라 지역에서는 비슷한 시기 불상의 형식이 발생했다. 어느 지역에서 먼저 불상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했지만, 현재는 1세기경 두 지역에서 독자적 양식의 불상이 형성·발전되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인도 고유의 민간 전통에 기초해 다소 야성적이고 관능적이며 역동적으로 표현한 마투라의 양식과는 달리 간다라 지방에서는 로마 종교의 의인화 전통을 따라 부처의 모습을 보다 인간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그 용모와 복식 등은 그리스의 젊은 신이나 로마의 황제 등을 연상시킬 정도로 다수 이국적 면모를 띈다. 또한 마투라의 조각이 황반(黃斑) 적색 사암(砂岩)을 주재료로 사용한 반면 간다라의 조각은 녹색 천매암(千枚岩)과 청회색 운모편암을 주로 사용했으며, 3세기 이후부터는 스투코(치장벽토)를 많이 사용했다. 또한 조각상은 화려한 색과 금박으로 장식되었다. 이후 두 지역의 미술은 교류를 통해 상호 영향을 받으며 전개되었는데, 일반적으로 감각적, 자연주의적 경향보다는 이상과 정신, 형식적 추상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마투라와 간다라에서 정립된 여러 도상과 형식들은 이후 후대 아시아 전역에서 불교미술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