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성범죄 형량이 높은 편입니다. 애초에 전체적으로 형량이 다 높죠. 대륙법계 국가이면서 영미법계 수준으로 형량이 높은 이례적 국가입니다.
예시로 영미를 들었는데.. 영미는 법체계 자체가 달라요; 영미법은 병과주의를 답변확정하는 나라라, 각 죄마다 형량을 더해서 산정하는 거고 대륙법계는 가장 무거운 죄에 가중해서 산정하죠.
현실을 보고 싶은가요? 우리나라는 2010년대부터 형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범죄율은 그대로입니다. 2010년 형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유기징역과 유기금고의 상한을 15년에서 30년 이하로 높이고, 형벌 가중 시 상한도 25년에서 50년까지로 조정했습니다. 사형에 대한 감경은 10년 이상에서 20년 이상 50년 이하로 상향조정됐고, 무기징역과 무기금고에 대한 감형의 경우도 7년 이상에서 10년 이상 50년 이하로 상향조정했습니다.
다른 국가의 유기징역 상한을 살펴보면, 독일(15년), 영국·스위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대만(20년), 이탈리아(24년), 프랑스·일본(30년), 스페인(40년) 등으로 50년의 상한을 가지는 한국은 아주 엄한 편이죠. 법무부 양형위원회의 2018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살인의 경우 2010년 평균 형량(이하 1심 기준)이 120.7개월이었으나 2017년에는 177.6개월로 아주 크게 증가했습니다. 살인미수도 35.6개월에서 48.5개월로, 절도도 9개월에서 10개월로 늘었죠. 사실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엄벌주의는 범죄율과 상관이 없어요. 시대의 정론입니다. 어느 논문을 검색해도 엄벌주의로 범죄율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엄벌주의의 효과가 미미힌 반면에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성범죄는 엄벌 기조를 달리는 우리나라 법체계 중에서도 가장 엄함 편입니다. 다른 형벌에는 없는 추가적 제재(신상공개, 취업제한 등)까지 존재하며, 각종 특별법에 처벌 범위도 아주 넓습니다. 통매음, 불촬죄, 아청법만 봐도 뻔하죠. 게다가 유일하게 무죄추정의 원칙도 어느정도 무시하며 처벌합니다. 다른 범죄에서 증거가 없다고 진술에 비중을 두어 재판하나요? 진술밖에 없으면 그냥 반려처리합니다. 오직 성범죄만이 진술만 가지고 재판할 수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