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폭탄의 원리

수소폭탄의 원리

다른 표기 언어

수소의 동위원소들이 아주 고온에서 결합해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의 연쇄반응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면 엄청나게 큰 폭발력을 가지는데, 이 점을 이용한 것이 수소폭탄이다. 열핵폭탄(熱核爆彈)이라고도 한다. 연쇄반응에 필요한 높은 온도는 원자폭탄을 폭발시켜 얻는다.

수소폭탄의 경우 2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융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면, 원자폭탄은 무거운 원자핵이 갈라져서(분열) 2개의 가벼운 핵으로 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일반적인 경우, 원자핵은 양(陽)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핵을 서로 밀어내어 핵들이 가까이 모이지 않지만, 수백만℃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는 충분히 큰 운동 에너지(또는 속도)가 생기기 때문에 전기적인 반발력을 극복하고 서로 가까이 접근해 단거리 힘인 핵력의 인력으로 결합한다.

핵 가운데 가벼운 수소 원자핵은 양 전하량이 적으므로 서로 모이기가 쉬워 핵융합 반응에 가장 적합하다. 수소 원자핵들이 결합하여 더 무거운 헬륨핵이 될 때는 하나의 큰 원자로 들어 맞기 위하여 질량의 일부(약 0.63%)를 잃어야 하는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에 의하면 이 잃어버린 질량은 모두 에너지로 바뀐다(상대성). 이 식에 따르면 생성된 에너지는 질량과 광속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으며, 이렇게 생성된 에너지는 바로 수소폭탄의 폭발력이 된다.

중수소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 원소들로서, 융합과정에서 이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핵들이다. 융합 과정이 일어나면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를 가진 중수소 원자나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를 가진 삼중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하여 더 무거운 1개의 헬륨핵이 생기는데, 헬륨핵은 양성자 2개와 1개 또는 2개의 중성자로 되어 있다.

요즘 수소폭탄은 융합 반응의 초기에 삼중수소로 바뀌는 중수소화 리튬을 융합 반응의 원료로 사용한다. 수소폭탄에서는 일반 폭탄을 조금 터트려 주된 폭발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며, 이 초기 폭발로 핵분열성의 우라늄이 하나로 뭉쳐 연쇄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고 이 연쇄 반응이 또다른 폭발을 일으켜 온도가 수백만℃까지 올라간다.

이 폭발로 생기는 힘과 열은 주위의 우라늄 용기를 통해 폭탄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즉 폭발은 관을 타고 삼중수소 등의 융합연료가 있는 곳까지 전해진다. 이 엄청난 열은 융합반응을 일으키고 이 결과로 일어나는 폭발 때문에 우라늄 용기가 떨어져 나가면서 분열하여 전체 폭발력에 한 몫을 하면서 방사성 낙진을 만든다(종류가 다른 수소폭탄인 중성자탄에는 우라늄 용기가 없어서 낙진이 적게 생김). 이러한 일련의 폭발 과정은 1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

수소폭탄이 폭발하면 폭풍과 빛, 열, 방사성 낙진이 생긴다.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부터 생기는 폭풍 자체의 충격에서 비롯되는 힘 때문에 초음속의 충격파가 방출되어 반경 수㎞ 안에 있는 건물은 모두 완전히 파괴된다. 수십㎞ 떨어져 있는 사람이 폭발 때문에 생기는 강렬한 백색광을 보면 눈이 먼다. 강한 폭발력과 빛 때문에 나무나 그밖의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어 넓은 지역이 불바다가 되며, 이들이 모여 불바람이 일어나기도 한다. 방사성 낙진의 양은 폭탄의 구조에 따라 다르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더 강력하다.

원자폭탄의 폭발량의 단위로는 kt(킬로톤)을 쓰는데, 1kt은 티엔티(TNT) 1,000t을 폭발시켰을 때의 폭발력이다. 이에 비해 수소폭탄의 폭발량은 TNT 100만t을 폭발시켰을 때의 폭발력인 Mt(메가톤)을 주로 쓴다. 지금까지 터뜨린 수소 폭탄 가운데는 50Mt이 넘는 것도 있지만, 전략 미사일에 탑재된 수소폭탄의 폭발력은 대개 100kt~1.5Mt 정도이다.

수소폭탄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탄두에 실을 만큼 작게(몇 m 정도) 만들 수도 있다. 이 미사일은 20~25분 안에 지구의 거의 반 바퀴를 돌수 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 유도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에 목표물을 중심으로 반경 수백m 안에 투하시킬 수 있다.

에드워드 텔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수소폭탄을 개발해 1952년 11월 1일 에네베택 환초에서 실험한 이후, 소련이 1953년 8월 12일 수소폭탄을 실험했고, 영국이 1957년 5월, 중국이 1967년, 프랑스가 1968년 개발에 각각 성공했다. 현재 세계 핵무기 보유국의 무기창고에는 열핵무기가 2만 개 이상 쌓여 있다. 1950년대 이후 이 무기에서 비롯될 거대한 파괴 위험은 전세계 민중과 정치가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