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어족

알타이어족

다른 표기 언어 Altaic languages

요약 서로 친근 관계가 있는 튀르크어군, 몽골어군, 퉁구스어군의 언어들을 통틀어 가리키는 언어 분류 체계상의 명칭이다. 알타이어족에는 터키어·몽골어·만주어·퉁구스어·한국어·일본어 등의 언어가 속한다. 알타이어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은 중국 북부,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 볼가강 유역, 터키, 발칸반도 등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은 공통적으로 모음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모음조화 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어근에 접사를 붙여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교착어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어순은 주어+목적어+서술어 순으로 이루어진다. 역사적으로 알타이 제민족은 유라시아 대륙의 내륙 초원지대에서 할거하던 유목민이었다.

목차

접기
  1. 제언어
    1. 개요
    2. 튀르크어군
    3. 몽골어군
    4. 만주퉁구스어군
  2. 언어학적 특징
    1. 음운론적 특징
    2. 문법적 특징
    3. 어휘
    4. 문자

'알타이'라는 어원은 몽골의 서남지방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알타이 산맥에서 유래한 것이며, 알타이어족을 사용하는 민족들은 아시아 대륙의 최동북 지역으로부터 중국의 북부 및 북서지방, 몽골, 중앙 아시아, 시베리아 남부, 볼가 강 유역, 터키, 중동 및 발칸 반도의 여러 지방, 유라시아 대륙의 내륙 등 널리 분포되어 있고, 현재 사용자 수는 1억을 넘는다.

일부 학자들은 알타이어족간에 존재하는 어휘 및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계통적으로 친족관계에 있는 언어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라 알타이어족이라고 불러왔다(→ 친족언어). 반면에 다른 학자들은 알타이어족에 존재하는 어휘의 일치성과 구조적인 유사성은 그 언어들이 고대와 접촉하며 상호차용한 결과이거나, 동일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상이한 언어 사이에 흔히 발생하는 지역적 합류동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알타이어족간의 계통적 관계를 부정해왔다.

따라서 이 학자들의 개념으로 '알타이어족'은 역사적·유형적 관점에서만 동일한 것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한 무리의 언어들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또다른 학자들은 알타이어족간의 근원적 친족관계의 가능성은 인정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연구방법으로는 증명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알타이어족과 다른 언어들의 계통적인 관계를 밝히는 연구도 시도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우랄어족과의 관계이다. 이미 19세기 후반에 핀란드어와 헝가리어를 포함하는 우랄어족과 알타이어족간의 구조적·어원적 유사성이 관찰되어, 두 언어군이 동일한 근원에서 유래했다는 우랄알타이어족의 가설이 등장했다. 그러나 우랄알타이어족설은 학술적으로 설득력있게 증명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점차 호응받지 못하게 되었다.

우랄알타이어족설이 유행하던 시대에 한국어도 이 어족에 속하는 언어라는 견해가 등장하여 널리 보급되었다. 그리고 알타이어족설이 등장한 이후 이 학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학자들 중 일부가 한국어도 알타이어족과 친족관계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알타이어족설은 물론 한국어의 알타이어족설을 믿어왔고, 어떤 학자들은 일본어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본어의 알타이어족설, 한국어의 알타이어족설, 나아가 알타이어족설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알타이 제민족은 유라시아 대륙의 내륙 초원지대에서 할거하던 유목민들로서, 유럽과 아시아에 수립되었던 문명제국을 거듭해서 정복해왔다. 기원전부터 중국의 역대 왕조를 침략·정복하여 지배했고, 이란, 비잔틴 제국, 아랍의 칼리프국, 인도 등도 침공·정복했으며, 그들의 민족이동은 동부 유럽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는 대부분의 알타이 민족들이 독립국가를 수립하지 못하고 제정 러시아와 중국의 통치하에 있었다.

최근 공산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소련이 와해되면서, 과거 자치공화국이었던 일부 투르크계 공화국은 독립국가가 되었고, 아직 러시아의 일부로 남아 있는 지역에서는 독립국 건설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중동지방과 내륙아시아 각 지역에서 알타이계 민족들의 정치적 위치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알타이어족(Altaic languages)
알타이어족(Altaic languages)

제언어

개요

현대 알타이어족의 보편적인 분류로, 사용자가 거주하는 나라 및 대략적인 수효를 어족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튀르크어군

알타이어족의 3개 어족 중 언어 사용자 수에 있어서 가장 큰 어족이다. 20여 종의 언어가 이 어족에 속하며, 사용자 수는 약 9,800만 명에 달하는데, 주로 러시아 및 아시아의 각 지역과 터키에 거주한다.

추바슈어가 튀르크어와 다른 성격을 보이기 때문에 통칭 r-튀르크어로 우선 분류하고, 나머지 언어들은 대략 지역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첫째, 공통 튀르크어(z-튀르크어)로, 동남어군(차가타이어군)에는 우즈베크어·위구르어가 있으며, 서남어군(투르크멘어군)에는 튀르크어·아제르바이잔어·투르크멘어·가가우즈어 등이 있다. 또 서북어군(킵차크어군)에는 카라임어·쿠미크어·카라차이발하르어·타타르어·바슈키르어·카자흐어·카라칼파크어·키르기스어·노가이어 등이 있고, 동북어군(알타이어군·시베리아어군)에는 하카스어·알타이어·튀바어·야쿠트어·하라이어 등이 있다. 둘째, r-튀르크어의 대표적 언어는 약 150만명이 사용하는 추바슈어이다.

몽골어군

10여 가지의 언어가 속하며, 사용자 수는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중국의 네이멍구 자치구[內蒙古自治區]와 몽골에 거주한다. 몽골어는 몽골어족에 속하는 전체 언어들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래 동몽골어군에 속하는 몽골어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몽골어족은 서몽골어군과 동몽골어군으로 나뉘는데, 서몽골어군에는 칼미크어·오이라트어·몽골어 등이 있으며, 동몽골어군에는 몽골어·부랴트어·다구르어·몽구오르어·산타어 등이 있다.

만주퉁구스어군

사용자 수가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에 불과한 10여 가지 언어가 시베리아의 극동지방과 만주의 동북지방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인구통계에 보이는 만주족의 수효는 만주어 사용자 수가 아니고 만주 민족의 수효로 대부분은 만주어를 잊어버린 사람들이다. 만주퉁구스어족은 만주어군과 퉁구스어군으로 나누어진다. 만주어군에는 만주어, 나나이어, 기타 방언 등이 있으며, 퉁구스어군에는 예벤키어·라무르어·예벤어 등이 있다.

언어학적 특징

음운론적 특징

알타이 제어는 공통적으로 모음이 잘 발달되어 있는 반면 자음의 수가 적다.

영어의 sky, study, strong 등과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는 sk-, str-와 같은 어두의 자음군이 없고, 어말의 자음군도 극히 적다. 알타이어족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적인 특징은 모음조화이다. 모음조화란 한 단어에 포함되어 있는 모음들이 어떤 공통적인 성격을 시현하는 현상이다. 모음조화가 가장 현격한 언어는 튀르크어로서, 이 언어에서는 한 단어에 포함되는 모음은 전설모음 i, e이거나, 후설모음 i(으), a, o, u이다.

어미의 모음 역시 앞에 오는 단어의 모음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면 at-ar-da(말들에), it-ler-de(개들에) 등이다. 15세기 한국어의 모음조화는 한 단어의 모음이 양성모음 'ㅗ, ㅏ'와 중성모음 'ㅣ'이거나, 음성모음 'ㅡ, ㅜ, ㅓ'와 중성모음 'ㅣ'인 현상이다. 이 현상은 현대 한국어에도 일부 남아 있어 아장아장:어정어정, 보았(다):먹었(다) 등과 같은 단어의 대비에서 앞의 것은 양성모음, 뒤의 것은 음성모음으로만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법적 특징

알타이어족은 교착어이다.

즉 단어의 문법적 의미와 기능이 어미의 첨가에 의해 표현된다. 이것은 한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가-시-었-습니다'는 어간 '가-'에 어미 '시-'를 붙여 주어에 대한 존대의 의미를 표시하고, '-었'을 붙여 과거시제를 나타내고, '-습니다'를 붙여 청자에 대한 존대와 문장의 종결을 나타낸 것이다.

알타이어족에는 영어를 비롯한 서양 언어에 존재하는 관사(영어의 a, the)와 전치사(영어의 at, on, from 등)가 없다.

또한 알타이어족에는 성(性)을 표시하는 어미나, 성에 따라 구분되는 인칭대명사(영어의 he, she)는 없지만 부동사(副動詞)가 잘 발달되어 있다. 부동사는 동사의 어간에 어미가 붙어 부사적인 기능(즉 동사를 수식하는 기능) 또는 종속절의 논리적 서술어 기능을 담당하는 단어이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로 '철수가 가고 있다'에서 '가고', '날씨가 좋아서 등산을 갔다'에서 '좋아서'가 그 예이다.

알타이어족의 품사구분은 단순하다.

문장의 구성성분은 기본적으로 명사성·동사성·접사성(接辭性)으로만 구별되어, 명사와 형용사가 문법형식 면에서 구분되지 않고, 동명사가 명사·형용사·동사의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고전 몽골어의 'bolqu'(됨)는 동사 어간 'bol-'(되-)에 동명사 어미 -qu가 붙은 단어로, 기본적으로는 국어의 '될 것이다, 되겠다'의 의미를 나타내지만, 경우에 따라 '될·되는·됨·되기' 등도 나타낸다. 이 점이 한국어가 알타이어족과 다른 점이다. 동사적 구조가 '목적어+동사'인 점은 알타이어족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일부 언어에만 인칭어미가 존재하는 것은 다르다.

튀르크어의 인칭소유어미를 예로 들어보면, 'ev'(집)·'evim'(나의 집)·'evin'(너의 집)·'evi'(그의 집)·'evimiz'(우리들의 집)·'eviniz'(너희들의 집)·'evlerl'(그들의 집), 동사의 인칭과거어미는 'gel-'(가다)·'gedim'(내가 갔다)·'geldin'(네가 갔다)·'eldi'(그가 갔다)·'gelik'(우리가 갔다)·'geldiniz'(너희들이 갔다)·'geldiler'(그들이 갔다) 등이 있다.

어휘

알타이어족간에는 유사한 단어들이 매우 많다.

특히 튀르크어족과 몽골어족 사이에 다수 존재한다. 알타이어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 유사한 단어들의 일부에서 규칙적인 음운대응을 발견·제시함으로써 어족수립의 근거로 삼는 반면, 부정하는 학자들은 유사한 단어들의 존재를 알타이 제민족이 고대로부터 밀접히 접촉하여 상호 차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알타이어족의 언어들에는 다른 언어들로부터 차용된 단어들도 무수히 있다. 고대 튀르크어, 몽골어, 만주어 등에는 중국어, 중세 이후의 튀르크어족에는 아랍어·페르시아어, 과거 소련의 영토 내에 거주하던 여러 민족들의 근대언어에는 러시아어로부터 차용된 단어들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영어·프랑스어 등 서양 언어로부터 차용된 어휘가 다수 사용되고 있다.

문자

대다수의 알타이어족은 20세기에 처음으로 문자로 기록되었다.

알타이어족 중에서 가장 오랜 문자 역사를 지니고 있는 언어는 튀르크어로서, 8세기초에 돌궐문자(突厥文字:튀르크의 한자표기 또는 호르혼 문자라고 부름)로 기술된 비문들이 오늘날 몽골 내에 다수 남아 있고, 단편적인 문서들도 현전한다. 9~10세기에 흥성했던 투르크 민족인 위구르족은 소그드 문자를 일부 변경한 위구르 문자를 사용했고, 이 문자는 13세기초부터 흥성한 몽골족이 받아들여 몽골어의 표기에 사용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사용되며, 17세기말에는 만주족이 일부 개선하여 만주어의 표기에 사용했다.

위구르족은 위구르 문자 이외에도 브라흐미 문자, 마니 문자 등을 채택하여 사용했다.

중앙 아시아 지역의 투르크 민족은 11세기에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후 아랍 문자를 주로 사용했으나, 서부지역에 거주했던 소수 부족들은 아르메니아 문자, 그리스 문자, 히브리 문자, 19세기에는 라틴 문자, 키릴 문자를 일부 사용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1920년대에 소련 내에 거주했던 다수의 투르크 민족들이 라틴 문자를 채택했으나, 1930년대에 러시아어 표기문자인 키릴 문자로 다시 변경했다.

1928년 케말 파샤의 혁명 이후 터키에서는 아랍 문자를 버리고 라틴 문자를 채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서북지방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은 아직도 아랍 문자를 사용하고 있으나, 일부 책들은 라틴 문자로 발간되고 있다.

몽골족은 위에서 언급한 위구르 문자를 13세기 이래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고, 13세기말 원나라에서는 티베트 문자를 개량하여 제작한 팍바 문자를 국자(國字)로 채택했으나, 실용적인 목적으로는 1세기도 사용되지 못했다. 17세기초 카스피 해 북쪽 볼가 강 유역으로 이주한 몽골족의 일파인 오이라트족은 위구르몽골 문자를 개량한 오이라트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오이라트족의 후예는 칼미크로, 1931년에 라틴 문자를 채택했고, 1937년에 키릴 문자를 재도입했다. 중국에 거주하던 오이라트족은 여전히 오이라트 문자를 사용한다. 소련 내에 거주하던 부랴트족의 부랴트어는 20세기에 들어와 처음으로 키릴 문자로 표기되었다.

만주퉁구스어족에 속하는 언어들 중에서 언어자료가 전하는 언어는 만주어와 만주어의 선대어인 여진어뿐이다.

여진어는 11~13세기에 중국에서 금(金)나라를 수립했던 여진족의 언어로, 한자를 모방한 여진문자를 창제하여 여진어를 기록했다. 이 문자는 16세기초까지 사용되다가 만주족이 위구르몽골 문자를 채택하여 사용하면서 소멸되었다. 청대(淸代)에 이르러 만주어는 급속도로 사어화(死語化)되어 갔으나, 지배족의 언어로서 제1공용어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청조의 멸망 후 1911년 신해혁명 때까지의 다수 문헌은 만주어로 간행되었다.

오늘날 러시아 영토 안에 거주하는 퉁구스족의 퉁구스 언어들 가운데 몇 가지는 키릴 문자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