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상상력

다른 표기 언어 imagination , 想像力

요약 과학이 이론화를 추구하는 지적 사유능력에 의존한다면 예술은 예술가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상상력은 특수한 현상과 보편적인 예술이념과 종합하여 자연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또한 제작의 모든 과정에 들어가 체험의 잡다한 요소들(감각·정서·의미 등)을 융합하게 하고, 생기를 주어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상상력은 감각과 오성을 종합해 현실적 인식을 성립시키며, 감각을 통해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을 연결시켜주는 의식적 장치이다. 이는 결국 상상력이 특수한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조직화하는 양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력은 영감이나 직관처럼 우리의 체험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그러한 체험들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우리가 현실에서 보지 못한 것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완전하게 한다.

목차

접기
  1. 기능과 역사
  2. 시의 상상력
창의성(creativity)
창의성(creativity)

과학이 이론화를 추구하는 지적 사유능력에 의존한다면 예술은 예술가의 체험과 이상을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담기 위해 상상력의 기능에 의존한다. 이런 상상력의 기능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세계, 즉 지각에도 없고 기억에도 없는 새로운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상상력은 특수한 현상과 보편적인 예술이념과 종합하여 자연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된다. 19세기 낭만주의가 유행할 때는 예술창작에 있어 이성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오로지 상상만이 본질적 실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술이 현실의 단순한 모방보다는 새로운 표상을 제시하는 영혼의 감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상상력이 갖는 새로운 창조의 힘에 보다 큰 의미를 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상력은 영감이나 직관과 비슷한 의미가 된다.

둘째, 체험을 표현하는 의식의 한 양식으로서의 기능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체험하지 않은 것은 사유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우리의 경험 속에 포함된 기존인식과 사물에 대한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상력도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유의 기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의 모든 과정에 들어가 체험의 잡다한 요소들(감각·정서·의미 등)을 융합하게 하고, 생기를 주어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I. 칸트는 감각적 지각의 자료들을 사유 속에서 능동적으로 종합하는 능력이 상상력이라고 규정했다. 상상력은 감각과 오성(悟性)을 종합하여 현실적 인식을 성립시키며, 감각을 통해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을 연결시켜주는 의식적 장치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상상력이 특수한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조직화하는 양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력은 영감이나 직관처럼 우리의 체험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그러한 체험들을 종합적으로 구성하여 우리가 현실에서 보지 못한 것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완전하게 한다. 따라서 예술창작에 있어서 상상력의 발현은 위에서 말한 2가지 기능을 함께 지닌 상태에서 나타난다.

기능과 역사

예술에 있어서 상상력의 기능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의 식 가운데 합리적 사고, 이성적 인식을 강조한 이후로 르네상스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플라톤 (Platon)
플라톤 (Platon)

더구나 당시에는 예술을 자연의 모방으로 보는 개념이 확립되어 예술에 있어서 상상력의 기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가 확립되고 경 험주의적 사고를 거치면서 비로소 이성적 인식과 다른 직관이나 상상력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국의 P. 시드니는 신(神)은 무(無)의 상태에서 세상을 창조했고 시인도 세상에 없는 형상들을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모방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시인의 자발적인 창조적 동인(動因)을 인정한 것으로 주목할 만한 견해였다. 또한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F. 베이컨은 철학이 이성적인 지식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면,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T. 홉스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무수한 감각적 체험의 잔재를 가지고 새로운 사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18세기초 영국의 J. 애디슨은 상상의 기능을 현실에서 체험하는 현상이나 실재의 부족한 것을 보다 새롭게 꾸며 완전하게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파악했다. 체험이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을 때 그것이 이미지로 나타나며, 감각의 대상이 없을 때도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체험의 감각들을 종합하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주의에 입각한 상상력의 인식은 신고전주의가 가지고 있던 이성 중심의 문학관을 거부하고, 예술이 과학과 다른 분명한 의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경험론). 그러나 경험주의에 입각한 상상력의 개념은 예술가의 인식에 있어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경험주의 철학자들의 관점은 상상력이 어디까지나 이전의 체험을 벗어나는 개념은 아니었고, 상상력을 이성과 동일한 차원에서 상호보완적인 의미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개념은 낭만주의시대에 이르러 부정되고 발전되었다. 낭만주의는 문학에 있어 이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문학의 개인성, 주관성을 강조하고 감성의 지배를 확고히 한다. 즉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주관적 표현이라고 보고, 개인의 독특한 감정과 표현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주관적 표현은 구체적으로 개인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상상력을 이성에 대치되는 능력, 또는 이성을 초월하여 실재를 드러낼 수 있는 능력으로 보았다. 낭만주의자들은 이성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실재의 발견을 상상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의 사물은 그냥 의미없는 것들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초월적인 세계의 상징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적 실재의 발견은 이성의 힘보다도 직관과 영감을 통한 상상으로 가능한 것이다.

낭만주의를 통해 발전된 상상력의 개념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영미계통의 형식주의 이론 및 심리학과 결합되었다. 초현실주의의 예술관에 중심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S.T. 콜리지와 I.R. 리처즈의 상상력에 대한 이론을 거쳐 20세기 형식주의에서는 상상력을 시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사유의 형상적 능력으로 보았다.

복잡하고 혼란된 이미지를 일치시키거나 균형·조화시켜 시에서 이미지를 조화롭게 하는 1차적 원동력이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한편 S.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영감을 얻은 초현실주의는 상상력을 심리현상의 하나로 보고 무의식의 발현을 시에서의 상상력의 기능과 연관시켰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된 의식의 표출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시인의 자유로운 영감의 발현과 차이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시의 상상력

예술가에 있어서 상상력이란 작품을 이루게 하는 정신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시의 창작과정을 통해 잘 나타난다.

시 창작에 있어 이전의 체험이 한순간에 어떤 창조의 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인간의 의식 속에서 무한정으로 솟아오르는 시적 영감으로 상상력의 1차적 발현이다. 2번째로 상상력을 이념화하고 통일하려는 지적인 사유능력이 나타나는데 이는 상상력의 2차적인 진행이다.

첫번째 상상력의 발현이 직관에 가깝다면 2번째의 과정은 감각과 체험을 결합하여 창조적 통일성으로 구성하는 지적 상상력에 가깝다. 한편의 작품은 이런 영감과 지적 상상력의 활동에 따라 나타나는 복합적인 구성체이다. 또한 이런 전과정을 통해 시인을 상상력의 세계로 묶어두는 것이다. 창조적 상상력은 새 지각과 낡은 체험을 결합하여 직관처럼 순식간에 새로운 체험을 얻고, 다시 계속 반복되는 상상작용을 통하여 이런 체험들을 결합하고 종합하여 한편의 통일체로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 이 과정이 보다 뚜렷한 것은 그것이 구체적 사물의 심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체험한 감정상태를 사상과 결합된 구체적인 심상(心象)을 통해 보존한다. 그리고 잠재된 심상은 새로운 감정상태(흥미와 충격)에 의해 선택되고 변형된다. 감정상태가 갑자기 바뀌거나 지속되면서 이에 따라 일어나는 정서에 의해 심상은 부단히 새롭게 제기되고 결합하게 된다. 시인에게 있어 사유형식으로서 상상력은 이 과정을 통해 기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