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

불교의식

다른 표기 언어 佛敎儀式

요약 불교교리를 바탕으로 불교교단에서 행해지는 의례의 총칭.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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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2. 일용의식
  3. 상용의식
  4. 전문의식
  5. 기타 의식

개요

넓은 의미에서 불교교리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보통 불제자가 불전(佛前)이나 그에 준하는 상설(像設) 앞에서 드리는 모든 의례를 일컫는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많은 변천이 있으며 대부분 형성시기나 창작과정이 알려져 있지 않다. 문헌으로 확인되는 조선 중기 이래의 의식을 일용의식(日用儀式), 전문의식(專門儀式), 기타 의식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일용의식

일용의식은 전문적 수업을 받지 않은 승려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의식으로, 매일 반복하여 행해지는 기초의식과 일상생활에서 자주 행해지는 상용의식으로 나뉜다.

기초의식에는 크게 송주(誦呪)·석(釋)·예불(禮佛) 등이 포함된다.

송주는 여러 가지 주문을 외우는 의식으로 아침송주와 저녁송주 2종류가 있다. 아침송주는 개계·사대주(四大呪)·준제주(準提呪)·회향발원게(廻向發願偈)의 순으로 진행되며, 저녁송주는 사대주 대신 천수경(千手經)을 외운다. 송주는 본래 밀교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한국에 전해진 송주는 밀교뿐만 아니라 정토(淨土)·화엄(華嚴)·선종(禪宗)의 여러 사상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은 아침예불 전에 목탁을 치고 송주를 외면서 도량(道場)을 도는 의식이다.

그래서 도량석, 또는 목탁석(木鐸釋)이라고도 한다. 석에는 넓은 의미에서 사물(四物)을 다루는 것도 포함되는데, 여기서 사물은 종(鐘)·운판(雲板)·목어(木魚)·법고(法鼓)로서 각각 명부중(冥府衆)·공계중(空界衆)·수부중(水府衆)·세간중(世間衆)을 청하여 구제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아침·저녁으로 쇳송[鐘頌]을 외우며 타종(打鐘)하는 것이 행해지고 있다.

예불은 부처님께 예를 드려 공경하는 의식이며,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여 자신의 업장(業障)을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

예불문이 성립된 시기나 경과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3보(三寶:佛寶·法寶·僧寶)를 예경의 대상으로 하여 예참법(禮懺法)이 발달했다가 그것이 보편화되면서 조석예불(朝夕禮佛)로 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문의범 釋門議範〉에는 향수해례(香水海禮)·오분향례(五分香禮) 등 8종의 예불문이 전하고 있으며, 오분향례가 평상시의 예불 때 쓰인다.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칠정례(七頂禮)는 1955년 승려 김월운(金月雲)이 여러 예불문을 참조하여 쓴 것이다.

또 아침예불 끝에 행해지는 축상의식(祝上儀式)이 있었는데, 이는 당대 국왕의 장수와 나라의 안녕을 비는 축원이다. 그밖에 신중(神衆)을 모신 중단에 예불을 하는 중단예불이 있었으나 1950년대에 반야심경(般若心經)으로 대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불(禮佛)
예불(禮佛)

상용의식

상용의식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의식으로, 불공(佛供)과 시식(施食)이 대표적이다.

불공은 일정한 목적을 갖고 불전에 드리는 공양으로 상단불공(上壇佛供)과 중단불공(中壇佛供)이 있다. 상단불공은 불보살에게 드리는 공양으로 불보살을 청하는 청영(請詠), 불보살을 대접하는 공양, 재자(齋者)의 뜻을 아뢰는 축원, 안녕히 가시라는 전송(餞送)으로 구성된다. 이중 축원은 불공의 목적과 직접 연결된 내용으로서 천재지변을 당했을 때나 명절 때, 또는 국왕의 탄생일 등 나라의 운명과 관련하여 대중이 공동 명의로 봉행하는 공재(公齋), 특정인이 개인의 목적을 위하여 치재(致齋)하는 사재(私齋)로 분류할 수 있다.

불공은 석가모니가 생존해 있을 때부터 있었던 의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중단불공은 신중불공(神衆佛供) 또는 신중작법(神衆作法)이라고도 하며, 모든 법회에 앞서 행해지고 도량의 옹호와 원만성취를 기원한다.

시식은 영가(靈駕)나 고혼(孤魂)을 천도(薦度)하기 위해 법식(法食)을 베풀며 염불하는 의식이다. 아귀(餓鬼)에게 음식을 대접하여 해탈하게 한 아난(阿難)이 처음 베풀었다고 전하며 이후 중국 양(梁)나라의 무제(武帝)가 수륙재의문(水陸齋儀文)을 지어 거듭 그 뜻을 밝혀 오늘에 전하고 있다. 오늘날 행해지는 시식에는 명절이나 성절(聖節) 때 불공 다음에 행하는 전시식(奠施食), 특정 영가의 천도를 위해 봉행하는 49재시식이나 기일시식(忌日施食), 병자에게 귀신을 천도하기 위한 구병시식(救病施食), 국혼(國魂)의 천도를 위한 축상시식, 특정 종사를 위한 종사영반(宗師靈飯), 기일을 모르는 영가를 위해 날을 잡아 행하는 공망재시식(空亡齋施食), 수륙고혼을 위한 무차시식(武蹉施食) 등이 있다.

시식은 영가의 천도를 위한 의식이기 때문에 시련(侍輦)·대령(對靈)·관욕(灌浴) 등의 의식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시련은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할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을 청하는, 대령은 맞아들인 망자를 대접하는, 관욕은 망자가 생전에 욕심·성냄·어리석음의 3독(三毒)에 물들어 지은 모든 업(業)을 씻어주는 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이 반드시 실시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일부분을 생략하기도 한다.

전문의식

전문의식은 특별한 수업을 받은 직업적 범패승(梵唄僧)에 의해 행해지는 의식이다.

보통 재공양(齋供養)이라고도 불리며, 음악으로서의 범패와 무용으로서의 범무(梵舞), 그리고 괘불(掛佛)을 비롯한 각종 장엄물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범패는 판소리·가곡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성악이며, 9세기초 신라의 승려 진감(眞鑑)이 당나라에서 배워온 것을 그 시발로 잡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신라에 독특한 범패소리, 즉 향풍(鄕風)의 범패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록이 있어서 진감이 배워온 것은 당풍(唐風)의 범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패소리의 전승은 〈범음종보 梵音宗譜〉(1748)에 의해 그 맥이 밝혀져 있다. 〈범음종보〉에는 조선초 범음의 대가 국융(國融)으로부터 이 책의 저자인 대휘(大輝)에 이르기까지의 계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범패소리에는 안채비소리, 홋소리·짓소리로 나뉘는 바깥채비소리, 화청(和請) 등이 있다. 안채비소리는 주로 재주(齋主)를 축원하는 내용의 한문으로 된 산문으로, 이를 촘촘히 읽어나가는 것을 염불이라고 부른다.

홋소리는 대개 5언절구 또는 7언절구의 한시로, 일정한 수련을 거쳐야 부를 수 있는 전문적인 소리이다. 홋소리의 대표적인 예는 할향이다. 짓소리는 홋소리를 모두 배운 범패승만이 배울 수 있으며, 한문이나 산스크리트로 되어 있다. 짓소리 1곡을 부르는데 30~40분이 소요되어 오늘날 불교의식에서는 거의 불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짓소리는 거의 다 사라지고 보례(普禮)·인성(人聲) 등 13곡만이 전해지고 있다. 화청은 조선 중기 이후에 창작된 〈회심곡 回心曲〉이나 〈우란분경 盂蘭盆經〉의 일부분 등을 각 지역의 민요 소리에 맞추어 부르는 소리인데, 불교의 권선징악이나 효도사상을 신도들에게 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범무는 신라시대 이래 꾸준히 연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자세한 기록은 없고 현재 전하는 범무는 조선 중기 이래 재정비한 것이다.

범무의 종류로는 나비춤·바라춤·법고춤·타주(打柱) 등이 있다. 나비춤은 불법을 행위동작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일명 작법(作法)이라고도 하며, 일설에는 물고기들이 설법을 듣기 위해 환희용약(歡喜踊躍)하여 바다를 헤치고 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바라춤은 의식이 진행되는 도량을 정화하는 기능을 하며, 동시에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도 한다.

법고춤에서의 법고는 범종·목어·운판과 함께 의식에서 중요시되는 사물이다. 법고춤은 세간중(世間衆)을 청하여 구원하는 기능을 하며, 범무 중 가장 활달한 동작이다. 타주는 영산재(靈山齋) 중 식당작법(食堂作法) 중에서 추는 의식무용으로 8정도(八正道:正見·正思惟·正語·正業·正命·正精進·正念·正定)를 써놓은 8각기둥을 돌면서 오른손에 잡은 채로 기둥을 두드리며 추는 춤이다.

이러한 전문의식은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영산재·수륙재(水陸齋)·예수재(預修齋) 등의 재공양(齋供養)에서 많이 쓰인다.

상주권공재는 가장 규모가 작은 재로서 보통 49재나 소상(小祥)·대상(大祥) 때 행해진다. 시왕각배재는 망자가 극락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을 결정하는 열시왕에게 망자의 극락왕생과 살아 있는 자들의 재수(財數)를 비는 의식이다. 영산재는 보통 나라의 태평이나 군인들의 무운장구(武運長久) 또는 큰 단체의 평안을 위해 지내는 의식이다. 이 3가지 재는 불공의 양과 질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는데 권공 1일, 각배 2일, 영산 3일이라는 말은 각각의 규모를 잘 나타내준다.

수륙재는 보통 국중수륙대재(國中水陸大齋)라고 불리며, 국가적인 행사로 모든 무주고혼(無主孤魂)을 천도하는 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목적 외에도 수륙재는 특히 혈육간에 서로 다투어 권력을 장악한 왕들이 많이 시행한 데서 드러나듯이 정치적인 성격이 짙다.

예수재는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죽은 후에 행할 불사를 생전에 미리 닦음으로써 사후의 극락왕생을 보장받는 의식이다. 이는 서양 중세 가톨릭의 면죄부와 비슷한 것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지역 및 마을 단위의 집단적 효행과 축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공양은 사람이 많을 경우 야외법회로 열리는데, 괘불을 걸어놓고 야외에 법석(法席)을 마련하여 진행된다.

기타 의식

불교의식의 종류로는 일상의식과 전문의식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에는 설날·추석 등 각종 세시(歲時)에 따른 의식과 석가탄신일이나 우란분절 의식, 국경일이나 국조(國弔) 때의 의식, 포살(布薩)이나 수계산림(受戒山林) 등 교단 규범을 위한 의식 등이 있으며, 매월 음력 18일의 지장재일(地藏齋日)이나 24일의 관음재일(觀音齋日) 등도 있다. 부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에는 갓 죽은 사람을 위해 설법하는 시다림법(尸陀林法), 승려의 장례식인 다비식(茶毘式), 주지 취임식인 진산식(晉山式), 각종 법물(法物)의 조성을 고하는 고사성(告事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구하는 바가 있을 때 행하는 각종 불공이나 신중기도 등이 있다.